뾰족한 감정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by 안녕그린

오늘 처음 개시한 흰 바지가 작았다. 새로운 스타일의 코디가 약간 어색했고 마침 공부하러 간 카페 자리가 불편했다. 결국 자리를 한번 바꾸고 거울을 보니 피부가 건조함을 못 이기고 아우성을 지른다. 지금부터 나는 모든 일, 즉 숨 쉬는 것부터 바라보는 모든 것에 극강의 예민한 상태가 된다.


어쩌면 PMS일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잠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예민함은 이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서 나 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눈덩이로 불어나고 말았다.


감정이란 건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걸까. 내 감정이니 내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나는 아직 그조차도 쉽지 않다. 심지어 나를 예민하게 하는 이유는 커다란 하나의 이유가 아닌, 어디 말하기도 뭣한 아주 작은 이유들의 결과물이니 남에게 이해해 달라 말하기도 부끄럽다는 걸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KakaoTalk_20230614_203535950.jpg 영국 런던 박물관에 있던 녀석. 뾰족뾰족한 등뼈 조심

괜히 날카롭게 반응하고 돌아온 날은 늘 마음이 무겁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라는 후회가 나를 뒤덮고, 같은 행동과 반응도 괜히 극대화시켜서 해석하곤 한다. 그렇게 혼자 우물을 파다가 눈물까지 한 바가지 쏟아내고서야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


적다 보니 약간 미친 사람 같기도 한데 놀랍게도 맞다. 난 원래 약간 미쳐있는 사람이다. 다만 그 방향이 우울함 쪽은 아닌데.. 가끔 이런 날도 있는 거라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차라리 집에 혼자 있을 때 이런 기분이 들면 그날은 그냥 센치한 날로 정하고 혼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 된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뾰족함이 소중한 내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될까 두렵다.


이런 감정을 가진 나를 부정하기보다는 이런 감정이 들었을 때 어떻게 처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요즘이다.


P.S. 이런 내 모습도 사랑하되 늘 주의할 것.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장 잘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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