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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의 출사표

이직 하기

by 일반토마토

어느덧 중견이었던 전 직장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지 3년, 전공을 살리고 대학원 진학까지 바라보며 패기 있게 이직한 내 모습은 3년 동안 많이 변했다.
논문보다 많이 봤던 여행 유튜브, 관심도 없던 SNS를 시작하더니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사실 여행도 그 순간을 즐기지 않으면 이직을 후회하는 비참한 내가 돼 버릴까 봐서였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연봉은 제자리이고, 전 직장 동료들은 어느덧 자리 잡은 중간 연차가 되었다,
나는 그저 그런 중소기업의, 특별히 뛰어나지 않은 직원 중 한 명이다.

후회되는 부분은 이직 당시 소장의 전화에 설득당해 확정짓지도 않은 대학원 진학 지원이라는 말에 타협해 연봉도 낮춰가며 이직을 했던, 세상 참 쉽게 보고 살았던 나.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마저도 내 선택이었는데. 그래도 여기 와서 3년 동안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내 삶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 어깨에 짊어지고자 불안한 가슴 움켜안고 3년이라는 회사 생활을 했다.
사실 남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내 삶을 살자고 다짐하고 다짐하나, 그것이 참 힘든 것이 삶이다.
나도 한때 멋있는 연구원을 꿈꾸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연구원이라는 말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부끄러운 연구원이기 때문에. 이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이직도 아니고 지금 내 자리에서 떳떳한 연구원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회사에서는 열심히 하던, 열심히 하지 않던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된 것 같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겠지?) 사실 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게 지금 회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곧 내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일임을 알기에.
날 위해서 열심히 하자.

호감 가던 사람이 내 어리석은 도전기를 듣고 동의하지 않았던 상황.
연봉 협상 자리에서 낮은 인상률에 찍소리 한마디 못 하게 강압적이던 대표와 마주하던 상황.
더 이상 이런 상황들에 기죽어 퇴근 후에도 즐겁게 한 번 활짝 웃지도 못하고 후회와 불안에 휩싸여 있을 수 없다.

11월 27일, 이렇게 출사표를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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