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ley Aug 22. 2023

해지할까요? 정말 해지할까요? 그래도 해지하시겠어요?

다크 패턴과의 소리 없는 싸움 

'다크 패턴'은 눈속임을 위해 설계된 UI를 뜻한다. 2022년 초쯤 처음 접하게 되었고, 후킹한 글쓰기라고 여겨왔던 몇몇 방식이 다크패턴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UX Writing과 다크 패턴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비교적 최근에 떠오른 개념이다보니 실무에서 완벽히 피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아직 다크 패턴이 적용되어 있는 레퍼런스가 많고, 내가 청정한(?) UX Writing을 고집하고 싶은 만큼 다른 부서의 담당자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UX Writing을 활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사용 유도, 이탈 방지처럼 마케팅 측면의 요소가 더해질 때다.

이같은 경우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좋은 자료가 있어 정리하고자 한다. 올해 7월 3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 다크 패턴 자율 가이드라인'다. '자율'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개념과 서비스의 발전 대비 빠른 속도로 정책이 뒷받침된다는 생각이 들어 고무적으로 느껴진다. 며칠 전에는 소비자안전기본법 제·개정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다크 패턴 관련 행위를 제재할 것이라는 뉴스도 들려왔다. 물론, 그만큼 다크 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크 패턴은 4개 범주로 분류된다. 그중 UX Writer가 한 번쯤 읽어봐야 할 범주는 압박형이라고 생각한다. 인터페이스 조작과 계층 설계 등으로 구분되는 다른 범주보다는 언어 사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박형은 다시 '반복 간섭' '감정적 언어 사용' '시간 제한 알림' '낮은 재고 알림'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 항목으로 구성된다. 다른 범주를 포함한 전체 가이드 라인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PM에게 공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반복 간섭 

해지할까요?
정말 해지할까요?
그래도 해지하시겠어요?


가끔 탈퇴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서비스를 발견한다. 그때의 불쾌함이란 탈퇴를 마음먹었을 때의 몇 배에 달한다. 

반복 간섭이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정 행위를 2회 이상 요구, 사용자가 특정 행위를 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이탈 방지를 위한 팝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형태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것이 위와 같은 


[지금 해지하면 모든 혜택이 사라져요. 정말 해지할까요?] 

> [잠깐! 00 님을 위한 시크릿 쿠폰을 준비했어요. 그래도 해지할까요?] 


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팝업이라고 생각한다. 

입력한 정보 삭제나 탈퇴처럼 번복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 경우,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더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횟수가 2번을 넘어가면 사용자는 이를 강요로 느낄 수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선택,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제공하는 팝업창 등에 그러한 요구를 일정 기간 받지 않을 수 있는 선택사항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감정적 언어 사용


'온라인 다크 패턴 자율 가이드라인'에서 예시로 사용한 이미지


감정적 언어 사용이란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적 표현을 통해 사용자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압박하는 행위다. 예시 이미지를 보면 기업이 유도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문구'를 사용해 원래 하려던 선택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상황에서도 [비싸게 구매하기]나 [혜택 포기하기]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비싸게 구매하거나 혜택을 포기하게 된 사용자의 기분은 어떨까? 

사용자는 표현에 담긴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받아야 한다. 감정적인 표현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본인 의사에 따라 무엇을 선태갷야 할 때는 [취소]나 [탈퇴] 등의 명확한 표현으로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자. 


마찬가지로 압박형에 속하는 시간 제한 알림, 낮은 재고 알림,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도 핵심은 비슷하다.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이를 속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시간 제한 알림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는 배너가 일주일 동안 노출될 때 

낮은 재고 알림       

'품절 임박!'이라고 썼지만 실제 재고량이 충분할 때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       

'지금 31명이 이 제품을 보고있어요!'라는 팝업창으로 구매를 유도하지만, 사실은 31명이 아니라 3명일 때




정리해놓고 보니 참 쉬워서 씁쓸하다. UX Writing이 무엇을 위한 글쓰기인지 기억한다면, 도저히 어려울 수가 없는 내용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UX Writing에 기술을 더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