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초

격랑을 정의하는 법

by 에디터 Rii


수애는 진철과 다르지만 더 다름을 원했다. 이런 일이 발생해 버린 탓에는 명확한 사건이 있었다. 수애와 이 사건을 아는 이들 사이에선 <그 사건>이라 불렸다.


바야흐로…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수애는 은사라 부르던 진철의 감식력을 존경했다. 비단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물건을 판단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쪽은 젬병이었다. 진철은 제자들의 빛남을, 잠재력을 감식함에 빼어났다. 꼭 그렇게 될 아이들에게만 해주는 말이 있었다.


“격랑은 모래 언덕 같아서 어떤 하루에는 이만큼 높았다가 어떤 하루에는 저 멀리 이만큼 옮겨가 있단다. 네게 닥칠 파도가, 시련이 때론 버겁더라도 당장의 좌절감에 잠식되지 않는다면 너는 녹슬지 않는 조개껍데기로 너 스스로를 살게 될 거란다. 증진하거라.”


수애는 어떤 사랑을 했다고 믿는다. 졸업하고 닥친 권태기를 지나 끝내 그를 경멸해버린 한 사랑의 형태였다고. <그 사건>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수애는 친구들 앞에서 진철의, 한때 어떤 사랑을 했던 진철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 했으나, 무릇 친구들은 그런 것들을 한창 즐길 나이였다. 사실 앞으로도 궁금할 수밖에 없는 DNA를 갖고 있었다. 수애는 짧게 난색을 표하다 이야기의 서문을 열었다. 살이 덧붙어 부풀려진 소문이 날 바엔 본인이 팩트만 알려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한참 후…


수애는 비로소 자신이 했던 사랑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전하며 진철의 고약한 행실에 대해 다시금 톺아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스폰했던 아이들이 겪을 격랑을 모두 응집한 고난이 진철을 덮칠 것이다. 수애는 진철을 믿고 따랐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가 보였던 학구열은 존경을 살만했다.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


수애는 증진하라는 진철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의 스폰을 따랐다. 진철에게 미움을 받은 것도 원하던 성적을 받지 못한 것도 견딜만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이어지던 진철의 비난은 유독 쓰렸다. 수애는 진철과 아주 다를 것이다. 비난을 먹고 자란 독초가 되겠노라 다짐한다.





*격랑 : 거센 파도. 모질고 어려운 시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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