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사랑

박해를 정의하는 법

by 에디터 Rii


당신은 내가 아끼는 색연필 같아. 좋아하는 색이라 자주 쓰고 싶은데 그러면 빨리 닳아버리니까. 몽당연필이 되는 꼴이 우스워. 항상 곁에 두고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어. 그럼 기분이 금방 좋아지거든. 내 목마름에 당신이 꼭 물을 끼얹는 것 같아. 내 의지가 아니어도 넌 날 그렇게 만들어.


때문에 박해가 있는 내 삶에 그대를 들이기가 겁나.


그럼에도 당신을 만나려 기차역에서 백목련을 세고 당신이 가장 아쉬워했던 말보다 글이 더 편했던 나를, 이역만리에서 보겠다고 오는 당신이 밉고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어 글보다 말을 택한 내가 밉고 밉다. 미움과 미움이 만나 지독한 애정이 되고 컵 속의 우주를 담은 채 서로를 마주 보는 시간이 황홀하겠지.


이제 너를 당신을 알아. 한쪽 눈에만 생긴 쌍꺼풀 따위도 사랑해.





*박해 : 못살게 굴어서 해롭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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