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한 이별

위덮다를 정의하는 법

by 에디터 Rii


전철 안

익숙한 규칙의 소음

발작하듯 불규칙한 진동

잡생각이 사라지고

쿵 한 번 -

헤어졌던 곳에 도착하고

쿵쿵 두 번 --

익숙하던 향기가 코를 찌르고

쿵쿵쿵 세 번 ---

이어폰을 뚫고 목소리가 전해지고

마지막 연락을 기어코

눈 질끈

작은 화면에 닫아놓고

영영 꺼내지 말자 다짐해도

이명 같은 당신 역시 부지불각에 무너지길

나를 위덮는 괴로움에 허덕이길

그럼에도 고약한 나보다 잘 버텨주길

철로가 끝나지 않은 듯 달리고

달리고

끝없이 달리고

결국 끝나버리고

물고기의 익사만큼

출구가 깨진 앨리스만큼

수박 향이 나지 않는 여름만큼

세상이

내 삶이

생애가

온통 지겨워질 때쯤

쿵 -

쿵쿵 --

쿵쿵쿵 ---

걸음의 진동만으로 당신이 곁에 섰다는 걸

익숙한 향이 눈물을 자극한다는 걸

순간 꿈인지 구별이 되지 않고

그저 당신이 눈앞에 드러나길

이 자리에서 영원히 기다린다고





*위덮다 : 남보다 뛰어나 그를 능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