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의 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니 어제의 폭우는 간데없고 파아란 하늘의 뭉게구름이 가득하다.
전화기를 들고 뱅킹에 들어가서 금액을 확인했다. 그토록 간절하던 그 돈이 카톡의 이모티콘과 같이 춤이라도 추며 행복한 모양을 하고 있을 줄 알던 그 돈이 길고 긴 숫자로 건조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20살에 집을 떠난 나는 30대에도 40대에도 돈을 우습게 여기며 살아왔다. 가난한 시골 계집아이는 당차게 아쉬울 것이 없었다. 도시의 외로움은 깊었지만 한 칸 자취방도 언제나 시골보다는 편리했다. 그래서 그만하면 불만이 없었다. 충분치는 않아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그런 돈이 이렇게 새로울 수 있을까!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면서 돈을 받아 든 나는 억장의 아픔과 함께 울컥 눈물이 솟구쳤다.
33년 만에 받아 든 제일 큰 목돈 앞에서 나는 맥없이 눈물을 터트렸다.
이곳이 사람들이 오가는 카페가 아니라면 지금 나는 아마도 통곡을 했으리라
그렇게 돈 앞에서 눈물은 주책이 없었다.
이제 그 돈의 한토막을 드러내어 대출을 갚아야 했다.
오랜 시간 이자를 내면서 원망했던 마음을 청산해야 했다.
다른 한 토막은 스물에 집을 나와 모아도 모아도 백단위를 넘어서지 못하던 그 척박한 돈을.
쉰이 넘은 어느 날 비로소 따뜻한 훈기 나는 그 돈을 혹여 모를 노후를 위해 품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제일 큰 한토막.. 아버지께 받은 돈
나는 그 돈에 집착했다.
아버지는 막내딸이 사는 것을 한심해하셨다.
아버지의 삶에 끝내 목에 걸리는 자식이 되어서 몇 번의 목돈을 형제들 몰래 손에 쥐어 주었다.
윤동주의 서시를 흉내 내어 돈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거기에 써야 한다.
오늘 밤에도 돈이 바람에 스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그런 곳에 써야 한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 빈센트 반 고흐
그 맘으로 돌아보니 나에게 돈은 서시의 그 별이기도 했다.
주렁주렁 나의 온 인생을 달고 나타난 그 돈이 지금 내 손에 쥐여 있다.
그토록 도망 다니던 그 돈이 내 손에 잡혀 있다. 참 너 본지 오래되었다. 그리하여 한없이 신기하다.
복권 당첨의 기쁨으로 긴 목록의 사용 리스트를 만들고 접고 접고 접어서 ᆢ방바닥에 묻어두고
어느 날 선한 사마리아 인처럼 그렇게 쓰고 싶다.
영혼이 돈에 멍들기 전 돈맛에 길들여지기 전, 주변을 좀 돌아보고 그리고 싸매고 먹이는 그 일에 쓰고 싶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돈에 부끄러움 없기를......
누가복음 10:33-37 33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34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니라 35 그 이튿날 그가 주막 주인에게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며 이르되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갚으리라 하였으니 36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