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불행은 다르다고
네가 했던 질문들은 기쁨이고 행복이고 신비로움이었어.
어떤 질문은 감탄스러웠고, 어떤 질문은 오래 고민하게 했고, 때로는 슬프기도 했어.
수많은 질문 중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은 질문이 있어.
행복은 어떤 거예요?
엄마는 행복해요?
그 순간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렀던 것 같아.
잠시 멍해졌어.
그래도 바로 말했지. 행복하다고.
그건 규칙 같은 거니까.
어린아이한테 삶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건, 잔인한 일이거든.
나는 좀 이상한 사람이었어.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였다고 할까?
그냥 나에게는 불행한 일이 닥칠 리 없다고 생각했어.
심지어 한때는 고통을 동경하기도 했어. 어린 시절에 말이야.
책이나 영화 속에서 상처받은 주인공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걸 경험한 것 같았거든.
어쩌면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비련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해.
그러다가 갑자기 불행이 다가왔어.
나는 불행에는 무심했던 사람이라, 코앞에 닥쳐서야 알게 됐지.
삶에서 불행은 소설속보다 더 맹렬하게 다가오고
고통은 오랫동안 머문다는 걸 알게 됐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이 너무 가혹하다 느꼈을 때, 인생의 우여곡절을 경험한 뒤에야
진짜 행복을 이해할 수 있었어.
행복해요?
지금 누군가 다시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면
그런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어.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지금 내 삶이
더 재미있고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나를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은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이제
그런 것들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