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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일상의 기억
목월 생가에서
by
높은구름
Sep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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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 것도 없는데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났다.
우리 집 강아지 쿠키가 낑낑대서 눈이 떠졌구나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이 나이에도 설레서 깨어났나 보다.
중2인데도 착하게(?) 아빠에게 말 걸어주는 우리 막내딸, 딱 그즈음에 국어책에 있었던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그 시인을 찾아가려고 일찍 잠에서 깼다.
시와 어울리는 마을버스로 한참을 올라오니 목월 생가가 나
온다.
나그네를 만나러 왔다가 나도 나그네가 된다.
중학생 시절 목월의 나그네를 처음 접했을 때, 글이 머릿속에서 그림처럼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그래서 지금 영상의학과 의사를 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그 그림이 국어 선생님이셨던 담임선생님의 하얀 분필에 의해 내 머릿속에서 먹칠되어 흩어지는 또 다른 신기한 경험도.
나는 그때 아프다는 핑계로 엎드려 목월의 나그네 그 페이지에는 단 한 줄의 밑줄도 주석도 달지 않고 국어시간 3일을 버티고 국어책에서 이 시를 지켜냈다.
내 나름의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물론 그때 국어성적은.....
...............
나그네
박목월
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목월생가를 둘러보니,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이 노랫말도 목월이 지었네..
.................
얼룩송아지
박목월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얼룩 송아지
두 귀가 얼룩귀 귀가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
내 기억이 맞다면 시골에서 자라신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내게 가르친 노래가 송아지였었다. 아마 어머니도 나를 보면서 어릴 때 함께 했던 그 송아지가 무척 그리웠었나 보다.
오늘 집에 가서 우리 아이들 엄마에게도 애들에게 어떤 노래를 제일 먼저 가르쳐주었는지 물어봐야겠다. 무슨 소리냐고 생뚱맞아하겠지만.
목월생가에서 오는 이 없이 오롯이 나만 남아 한참을 있었다.
나그네처럼...
박목월생가
경북 경주시 건천읍 행정길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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