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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노 Oct 27. 2019

다이슨이 살려낸 지루한 청소기 시장의 비밀

- 침체된 가전 시장을 살리는 화끈한 게임체인저, 다이슨

한 마케팅의 대가는 진정한 마케팅은 이 정도겠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폰이 폰은 이렇겠지라는 한계를 넘어섰 듯,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때 저게 가능해? 라고 생각하면서 빠져듭니다.

'아이팟'이 기존 MP3 플레이어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서자 폭발적인 시장 확대가 뒤따랐다.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대부분의 브랜드가 갇혀 있는 고정관념이라는 프레임을 깨는 역할을 하이엔드 브랜드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침체되어 있는 시장에 느닷없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거죠.

저가격 일변도인 시장에서 가치를 과감하게 내세워 새로운 가격의 기준을 만들어 내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을 결합시키는 것 등은 비즈니스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마치 예술처럼

창조적이며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고 느껴질때도 있습니다.

하이엔드브랜드가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낸 사례를 헤어드라이어 시장입니다. 일본 헤어드라이어시장은 2015년 190억엔까지 추락하면서 지속적으로 쪼그라들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무슨일인지 갑자기 매출성장 그래프가 우상향을 반등곡선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2016년, 이 해에 영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다이슨' 일본 판매를 시작한 원년입니다.  2016년 고가 이지만 성능이 탁월한 다이슨이 등장하자 소비자들은 드라이어에서 또다른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것 처럼 소비자들은 헤어드라이 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다이슨이 등장한 이후 일본 헤어드라이어시장은 210억엔을 넘어 지금도 지속 상승중입니다.  더 주목할 것은 다이슨 이후 헤어드라이어의 고가비중이 증가하여 5,000엔 이상의 고가 제품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등장으로 시장 전체의 프리미엄화가 급속히 진행된 사례입니다.

다이슨 제품 라인업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한국의 헤어드라이 시장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밀레니얼들이 좋아하는 소형가전제품군은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프리머엄 제품이 잘팔립니다. 하지만 한국 헤어드라이시장이 더 극적인 것은 판매량이 줄어드는데 시장규모가 성장한 것입니다. 2017년 한국 헤어드라이 시장은 223만대였고 2018년에는 판매량이 200만대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총 시장규모는 866억원에서 1,106억으로 20% 가까이 큰폭의 성장을 합니다. 이 역시 일본과 유사하게 다이슨을 비롯한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에 중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가족 전체가 쓰는 가전필수품의 경우 헤어드라이, 공기청정기, 청소기를 막론하고 소형가전 대부분이 프리미엄화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소비시장이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되리라는 중요한 예고편입니다.

2018년 가전시장에서 헤어드라이어 판매대수가 200만대로 줄어들었지만 판매금액은 오히려 1,100억을 돌파했다 (출처 : 뉴스로 2019.3.26 GfK, '국내 프리미엄 소형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과감하게 젊은 스트릿 브랜드와의 제휴로 침체된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루이비통이 슈프림과 콜라보 하면서 자신들의 모노그램 대신 슈프림의 로고를 써서 쿨한 이미지를 맘껏 발산하는가 하면 필라와 펜디,   Adidas and Yeezy, Chanel and Pharrell의 콜라보도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아디다스와 샤넬의 협업은 뮤지션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샤넬과 퍼렐의 콜라보는 그 자체로 흥겹고  흥미롭습니다. 뮤직과 결합하는 전략은 크리스토버 베일리가 이끄는 이전 버버리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본 적이 있는데 공감각을 동원해 브랜드의 철학을 알린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효과를 나타납니다. 제품은 이성이지만 음악은 감성입니다. 발을 들이게 하는 것은 제품의 힘이지만, 카드를 꺼내게 하는 것은 감성의 힘입니다.

콜라보레이션을 할때 이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이름을 비틀기까지 하면서 밀레니얼 들에게 다가섭니다. 사실 만들어진지 100여년이 되어가는 이름이 지금 세대에게 맞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기도 할 것입니다.


긴 이름을 단순화 하기도 하고  Yves Saint Laurent -> 생로랑 (Saint Laurent)


약칭으로 상징을 강화하죠. Burberry -> TB(창업주 토마스의 T, 버버리의 B


기존 로고를 뒤틀기도 합니다. Gucci -> Guccy


발렌시아가는 아이덴터티를 비틀어 주목받는 방법을 썼습니다. 천재적이라 불릴 만큼 완벽한 재단으로유명한 브랜드였는데 그 딱 떨어지는 옷을 입은 모델이 신은 쌩뚱맞은 신발이 더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글리 슈즈의 등장입니다. 발렌티노 역시 10대나 라이드족, 펑크족이 주로 쓰는 징모양의 스터트를 박아넣어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어글리 현상은 새로운 소비심리 현상인데, 고가의신발인 골든 슈즈가 때 묻은 구두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심리의 일환입니다. '큰 돈주고 샀지만 있는 척 하거나 비싸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또다른 쿨함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발렌시아가로부터 시작된 어글리 슈즈 열풍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독주로 지루하기 그지없었던 운동화 시장에 큰 활력을 주었습니다. 휠라의 어글리 슈즈를 비롯해 요즘은 운동화시장에서 어글리 슈즈를 빼놓고는 말이 되지 않을 정도죠.

발렌티노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광고촬영지로 허를 찌르듯 지하철을 골랐습니다. 발렌티노의 신제품 VRing의 광고는 지하철에서 VRing 가방을 무릎에 얹고 서로의 손가락을 어루만지는 연인의 손만 비춰줍니다. 브랜드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지하철에서도 퍽 어울린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발렌티노는 파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데요, 발렌티노의 최근 브랜드 영상에는 기괴한 모델들이 가슴에 발렌티오의 가방을 들고 나오거나, 록에서나 어울릴듯한 피어싱과 과도한 화장을 한 모델들이 오싹한 포즈를 짓고 있습니다. 음침한 음악이 흐르는 것은 물론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공포라는 주제로 오히려 공감을 일으키는 사례입니다. 어쨌든 소비자들은 명품들의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에 즐거워합니다.

https://youtu.be/oXq9gWFrGjE

발렌티노 2019/2020 'undercover '캠페인

또한 판매갯수가 줄고 단가가 올라가는 것처럼, 적게 사고 제대로 된 것을 사는 하이엔드형 소비구조로 점점 옮겨간다는 정해진 목적지이기도 합니다.

내 브랜드에서 내 제품에서 발견하지 못한 하이엔드의 영역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찾아보세요.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바람의 느낌, 소리, 그리고 두피까지 마르는 것 같다, 머리 손상이 적다 등 단순히 머리를 말리는 로앤드 영역에서 벗어나 감성적인 하이엔드 영역을 다이슨이 자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출산의 저주'에 저성장을 인정할 것인가, '저출산의 역설'에 주목해 역전을 만들어 낼 것인지 그것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제시하느냐 어떤 하이엔드라인업을 투입할 수 있느냐에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highendcamp.com/26/?idx=3543410&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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