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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노 Jan 02. 2020

라이카는 어떻게 디지털을 뛰어넘는 소울브랜드가 되었나

아날로그 전사 라이카가 사랑을 되찾은 비결

카메라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두개의 변화, 혁명과도 같은 파도에 수많은 필름 카메라의 거인들이 쓰러지고 잊혀졌다.

하지만 카메라의 표준을 만든 한 회사는 그 쓰나미와 같은 변화속에서 꿋꿋히 버텨냈고,

이제는 감히 디지털 카메라 회사들이 넘볼 수 없는 아날로그 세상을 지키는 거대한 등대같은 브랜드로 거듭났났다. 바로 카메라의 지존, '라이카'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의 스마크폰 업체 화웨이가 자사의 스마트폰  P9에서 라이카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우리는 제대로 라이카 룩(Leica look)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겠다'고 천명한 것에서 라이카의 매력이 듬뿍 드러난다. 라이카 색감 채도 느낌을 잘 전달하는것이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라이카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내뱉기 일쑤인데 이는 선명하게 찍히는 것, 잘 찍히는 것을 넘어 라이카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라이카가 단순한 카메라 브랜드가 아닌 소울브랜드라는 증거다.


이제 사진의 역사를 바꾼 쓰나미와 같은  두가지 변화를 짚어야 할 듯하다.

1970년대 이전까지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고 인화하던 시장이 대세였다. 눈을 카메라에 갖다대고 사진을 찍는 방식이었는데, 이 방식에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

바로 첫번째 파도, 1970년대 SLR 카메라의 등장이다. SLR은 렌즈로 부터 들어온 상을  뷰파인더로 보여주는 것으로 렌즈교환이 가능한 장점까지 아울러 갖추고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인화한 사진을 보는 것처럼 파인더로 보면서 상황에 따라 렌즈탈착을 하는 편리한 방식에 당연히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1970년대에 이 방식의 카메라로 세계를 석권한 것이 바로 일본의 니콘, 캐논 같은 브랜드들인데, 당시 일본이 자랑하던 품질과 대량생산의 장점을 갖춘 SLR카메라는 말 그대로 필름 카메라 시장을 초토화 시켰다. (이는 시계시장에서 일본산 쿼츠(전자시계)시계가 스위스 유럽 시계를 초토화 시킨 것과 유사하다)

두번째 파도는 바로 1990년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이다. 

디지털 시장은 더 좋은 필름의 경쟁이 아니라 아예 필름이 필요없는 카메라가 등장하여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초유의 사건이다. 사진을 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화하지 않고 PC로 보고 수정하고 저장해버리는 혁명과도 같은 개념이었다. 사실 이 두번째 파도가 사업적으로 보면 더 어려운 허들이 아니었을까.  비교하자면 달리기 경주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영으로 종목이 바뀌어버린 셈이니 말이다. 소비자들은 디지털 카메라라는 신세계에 환호하며 달려나갔지만, 기존 업체들은 '사진인화'라는 고정관념의 족쇄를 찬 것 마냥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서 그 간격은 더욱 커졌다.  


그럼 이 두번의 파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첫번째, 'SLR 파도'에는 대대수 필름 카메라들이 파도를 넘지 못하고 역사의 뒤로 암전되고 말았다. 살아남은 업체는 칼 자이츠가 있는데 카메라에서는 백기를 들고 오로지 렌츠에 특화해서 광학렌즈 업체로 변신해서 살아남았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당시 전통의 라이카 역시 직원 1000명 이상을 해고하고 지분을 은행에 넘기는 등 파산의 그림자가 짙게 오버랩 되고 있었으니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간다.

당시의 상황은 지금 한국의 상황과도 비슷하다. 저가의 가성비 좋은 경쟁자들이 타업체들을 압박하는 극심한 '가성비 경쟁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은 인건비가 매년 10%가량씩 상승하고 있었고, 임대료 같은 부대비용 역시 급격히 늘고 있어서 라이카 같은 기업은 구조적으로 저가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힘든 상황들이었다.   

 두번째, '디지털 카메라'의 파도에서는 필름 업체의 수난이 이어졌다. 특히 필름의 명가였던 코닥의 몰락은 너무 극적이이라 지금도 많이 회자된다. 그들은 최고의 필름을 만들었지만 그 필름 자체가 시장에서 거의 퇴장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라이카 역시 고군분투하며 어려운 시절을보냈다. 이때 라이카 역시 과거유산에 발목잡혀있었다는건 그들의 전략목표에서 알수있다.

"최고 품질의 핸드 메이드 필름 카메라를 만든다"

 장인정신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뭐가 좋은 건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 전략이다. 그들은 여전히 잘찍히는 과거 유산만 남은듯한 라이카. 그러던  2000년초 결국 창업주들도 견디지못하고 지분을 정리하며 하나둘 떠나갔다. 하지만  홀로남은 안드레아스 카우프만은 이대로 라이카의 역사를 끝낼 수 없다며 분연히 일어나 파산의 두려움을 떨치고 자신만의 발걸음을 성큼성큼 옮기기 시작한다.

라이카는 우선 자사의 목표부터 다음과 같이 바꾼다.


'아날로그를 가장 잘 구현하는 디지털 카메라'

단순하지만 가장 무서운 칼이 아닐까싶다. 디지털 카메라를 만드는 업체가 감성에서 어떻게 우리를 따라오랴라는 자부심과 결기가 숨어 있는 슬로건이니 말이다.  


이후 펼친 라이카의 회심의 하이엔드 전략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직영 브랜치(Branch) 전략 구사
2. 브랜드 정비 가격 정비 '원프라이스 전략'
3.  오픈 콜라보레이션 전략을 활용한 한정판, 고가전략
4. 신기술 개발


명품에서 흔히 보이는 전략이자 매력을 극대화하는 하이엔드 전략이다.

하나씩 뜯어보면 그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1. 직영 브랜치 전략


 라이카는 자사 직영 브랜치를 '갤러리'컨셉으로 바꾸었다. 좋은 사진과 카메라 그리고 카메라를 위한 여러가지 악세사리가 있는 말 그대로 슬렁 슬렁 들러보는 갤러리이다. 라이카가 직영하는 매장이니 부담없이 와서 조용히 라이카를 만지작 거리던 사람들은 라이카의 매력을 손끝에서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이윽고 라이카룩과 감성에 빠지기 시작한 라이카 빠들이 열광하며 카메라를 사들이면서 급격한 반전이 일어났다. 라이카 빠들은 부속 악세사리까지 사게된건 기대이상의 성과였다. 직영전략은 또한 라이카의 수익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30~40%이르는 백화점 및 유통 마진을 내지 않으니 파는 족족 임대료등 고정비만 빼면 모두 자사에 남는 것이었다.

혹자들은 오프라인매장은 끝났다고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은 절대 끝날 수가 없다. 단지 매장이 주는 가치가 상품진열이 아니라 경험과 엔터테인먼트로 변화했는데 이에 적응을 못했을 뿐이다. 쇼핑은 그 자체가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즐거운 행위이기 때문에 (실제로 도파민분비는 쇼핑행위를 하기 직전 기대심리 구간에서 정점을 찍는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쇼핑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 첨병이 바로 오프라인 매장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브랜드 인도치노의 CEO 드류 그린은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 매출이 4배 오른다'고 밝힌 적이 있을 정도다.  주1)  심지어 오프라인매장은 여러개가 아니라 단 하나의 매장만을 보유해도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라이카는 눈을 맞추고 같이 느끼는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넘사벽 하이엔드의 위치까지 밀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2. 글로벌 원 프라이스 전략


버버리가 쇠락했을때 등장했던 불세출의 CEO 로즈마리 브라보는 취임하자마자, 전세계 버버리의 브랜드 라이센싱 현황을 조사하게 한다. 그리고 곧 라이센싱권리를 웃돈을 주면서까지 거둬들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관리되지 않고 팔려 싸구려가 되고 있는 자사의 브랜드 붕괴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간파한 셈이다.

브랜드 관리에서 라이센싱 못지 않게 브랜드 관리에 중요한 것이 '가격 (프라이싱)'이다. 가격이 흔들리면 이미지도 흔들린다. 라이카의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은 이를 에르메스에게서 배웠다며 럭셔리의 이미지는 어느곳에 가서나 같아야 하며 따라서 가격도 하나이어야 한다는 '글로벌 원프라이스 정책'을 강하게 고수한다. 하지만 이것은 가격을 통제한다는 의미이지 제품 가격수준이 하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라이카는 제품에 따라 콜라보상황에 따라 가격이 아주 다양하고 가격전략이 치밀하기로 유명하다.


3.  오픈 콜라보레이션 전략을 활용한 한정판, 고가전략


라이카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으로 유명하다.  에르메스와 콜라보한 MP-P 에르메스 에디션은 3,000만원 가량에 팔렸고, 지금 중고시장에서는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와 콜라보한 한정판은 오직 1500대만 출시되었는데 한정판 카메라 세트와 몽클레르의 패딩 파우치를 함께 출시해 큰 화제를 모은 바도 있다.  

독특한 콜라보를 하는 만큼 가격도 제대로 받아내기로 유명한데,

예를 들어 '라이카 - 자카토 에디션'을 보면 제대로 알 수 있다.  

자카토는 라이카만큼이나 역사가 100년된 유명한 이태리 디자인 회사이다.  

일반 라이카 M1를 산다고 했을때 본체 6595달러, 렌즈 4995달러 총합 1,200만원 가량이 든다.

그런데 자카토 에디션은 2만 1600달러 (약 2500만원)으로 2배 이상 비싸다. 디자인이라는 가치와 한정판이라는 이미지로 가격을 제대로 받는 것이다.  


4. 신기술 적용


라이카가 카메라의 기술의 원조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세계 최초로 35mm 필름카메라 우르 라이카를 출시해서 현대 카메라의 기준을 만든것이 바로 라이카 이니 말이다.

엄청나게 많은 기술들이 있지만 그 중 시네마렌즈 탈리아 (Thalia)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17년부터 9종을 출시했는데 이처럼 신기술을 무기로 활용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전략의 초점으로 삼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도 아이웨어 브랜드 노바셀과 제휴를 하는 가하면, 디자이너 아힘 하이네가 디자인하고 독일 극강의 무브먼트회사 '르흐만'이 무브먼트를 만든 럭셔리 시계 라인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시네마 렌즈 부문은 라이카의 또 다른 미래 사업영역이다.ㅣ

라이카는 이처럼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전전하는것 처럼 보이는데 그 한걸음 한걸음이 점점 거대하게 느껴진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전진할때라야 주변이 경외하게 된다는 리더십의 법칙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 같다.

최근 라이카는 Q2라는 신무기를 또 내놓았는데, OLED뷰파인더와 생활방수기능을 탑재하여 감성과 기술, 그리고 편의성까지 더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긴다.

라이카가 추구하는 아날로그식 라이카 룩에 대한 지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필름 카메라의 색감을 내는 앱까지 등장하여 인기를 끄는 걸 보니


최재천 교수는 '거품예찬'에서 '자연은 언뜻 필요 없어 보이는 거품을 통해 진화해왔다' 말한다. 만약 우리가 하루에 꼭 필요한 것을 하고 필요한 것만을 산다면 우리의 생활에 큰 발전이 있을까

때로는 바보처럼 비싼 제품을 사주는 얼리어답터, 때로는 큰 돈을 들여 가치제품을 만드는 메이커와, 이를 알아보고 기꺼이 구매하는 콜렉터들이 혁신적인 미래의 제품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하는 귀중한 토양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라이카가 보여주는 진정한 '아날로그 룩(Analogue look)'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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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유통혁명 오프라인의 반격', 더그 스티븐스, 처음북스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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