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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노 Jul 18. 2019

미래의 소비 신대륙으로 가라

변방을 공간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변방에 대한 오해이다. 누구도 변방이 아닌 사람이 없고, 어떤 곳도 변방이 아닌 곳이 없고, 어떤 문명도 변방에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이 없다.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다름 아닌 자기 성찰이다. -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소비의 역사에서 보면 변방으로 있던 층이 중심이 되면서 불황을 극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1920년대 발생했던 대공황 극복에 여성과 흑인 및 소수인종이라는 이전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주역의 역할이 컸듯,  현재 소비감소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 층도 역시 변방이 될 수 있습니다. 변방에 중심을 대체할 에너지가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간 보통 소비의 변방이라 여겨졌던 시장은 
'연령으로 보면 아직 부가 쌓이지 않은 젊은 소비자'
'전통적으로 소비성향이 약하다고 생각되는 남성'
'출산율 저하에 따라 위축이 예상되는 유아동 시장'
'경기 하강에 따라 소비심리도 줄 것이라 생각되는 명품 시장' 
'자칫 큰 돈이 들어갈 수 있는 리모델링, 인테리어 시장'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백화점들이 새로운 소비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을 보면 명품, 럭셔리를 소비하는 남성, 아동, 리빙들로 그간 소비변방이었던 시장과 묘하게 겹칩니다. 

루이비통 맨즈, 구찌 맨즈, 디올 옴므와 같이 럭셔리 브랜드의 남성 매장이 이곳 저곳 오픈하며, 아이모네나 푸마갈리 1891과 같은 남성 브랜드도 입점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가구업체 리바트를, 신세계 백화점은 까사미아를 인수하였고, 롯데백화점은 영국의 더콘란샵을 유치하는 등 리빙 부분을 확대하고 있죠. 


아이 또한 중요한 타겟입니다

2018년 처음으로 1.0미만으로 떨어진 출산율에도 명품 아동복은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프랑스 명품 '지방시 키즈’, ‘구찌 칠드런’,’겐조 키즈'를 입점시켰고, 신세계 백화점도 아동편집샵 ‘분주니어’를 열었습니다. 아이의 수는 줄었지만 소수의 프리미엄 제품을 소비하는 추세로 바뀐 것 입니다.  

https://www.maisonette.com


남성 역시 이런 소수 프리미엄 추세로 갑니다. 

한 백화점 조사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백화점에 가는 빈도수가 적지만 한 번 방문했을 때 여성보다 4배 이상 구매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랫동안 백화점의 주 타겟은 경제력이 있는 여성들이었지만 이제는 주 타겟이라는 구분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겠습니다. 
특히 한국 남성의 화장품 소비량은 미국이나 프랑스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판매되는 제품들도 마스카라, 립클로즈 등 색조화장품 판매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이드 샤넬


샤넬이 2018년 9월 남성전용라인인 보이드 샤넬(Boy de Chanel)을 세계최초로 한국에 출시할때도 컬러풀한 5가지 컬러의 립밤, 아이 브로우 펜슬 등이 주력 아이템으로 내세웠습니다. 
해당 제품들은 한국에서만  독점 판매되었고, 전세계 다른 나라 매장에서는 2019년 1월이 되어서야 살 수 있었습니다. 
'한국 남성들은 20년의 경력을 쌓고 20세로 보이길 원한다'는 글로벌 화장품 마케팅 담당자의 말을 보면 한국 남성의 화장은 단순한 꾸밈을 넘어서 생존 전략 일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게 합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남성이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남성화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도 화장품을 구매한 남성이 2018년에 전년대비 60% 이상 증가하는 등 한국 남성과 같은 그루밍 성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성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작을 지 모르겠지만 훨씬 경쟁강도가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성전용화장품이 남성에게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남성화장품 시장은 계속 확대될 미래의 신대륙입니다. 
실제로 2-30대 젊은 남성들의 경우 명품 소비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40대 이후로는 화장품 소비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확대 잠재력도 강합니다.  

신흥국에서 글로벌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소비자 10억명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이들은 선진국에 비해 가난하지만 인원수가 막대하며 무엇보다 자국의 빈약한 제품들에 실망하고 뛰어난 품질과 브랜드에 강한 가치를 갈망하는 고객층입니다. 
이들은 규모와 구매력에서 향후 세계 프리미엄 소비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베인앤컴퍼니는 이들이 구매할 금액을 10조달러로 추정합니다.  


변하지 않는 상수라고 여겨졌던 변방 시장이 시장을 구원할 절대값 X가 되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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