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이를 빵으로 만들라면 그게 가능한 일일까? 성경을 보면 사탄이 돌덩이를 빵으로 변하게 해보라고 40일간 금식한 예수님을 시험하는 장면이 있다. 이렇게 오래 된 성경책에 빵이 등장하는데 이를 보면 예수 탄생 이전인 기원전부터 빵이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피자는 이처럼 수천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빵에서 발전 된 음식이다.
치킨과 함께 배달 음식의 대명사로 꼽히는 피자의(pizza) 이름은 ‘두껍고 납작한 빵’이라는 중세 그리스어 피타(pitta)에서 유래했고, 그 기원은 밀가루 반죽 빵이다. 납작한 빵 위에 치즈, 꿀, 허브, 오일 같은 다양한 재료들을 올려 먹은 걸 그 시초로 보고 있다.
피자와 관련 된 가장 오래 된 유물은 79년 8월 베수비오산의 화산 폭발로 사라진 이탈리아 나폴리만 연안의 고대 도시 폼페이 유적의 빵집이다. 이 곳에는 오늘 날과 비슷한 원리와 형태를 가진 빵 굽는 화덕과 맷돌이 남아있다. 이 화덕에서 만들어 진 빵의 화석도 피자처럼 넓적하고 둥그런 형태라 글로 된 기록이 아닌 유물로 남겨진 피자의 시초 정도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현재 먹는 것과 비슷한 피자를 판 최초의 피자 레스토랑은 1830년에 문을 연 이탈리아 나폴리의 ‘포르트알바(Port’ Alba)’이다. 폼페이 유적지와 1시간 정도 거리의 도시인 나폴리는 이탈리아가 피자의 원조 나라로 이름을 알리는데 있어, 피자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피자와 유명한 피자 요리사를 배출했다.
피자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건 미국 덕분이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폴리는 이탈리아의 중요한 군사 항구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의 이동 경로였다. 나폴리를 비롯해 전쟁 중에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이탈리아의 대중 음식인 피자를 먹게 되었고, 전쟁 후 미국에 와서도 피자를 찾으며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미국의 첫 피자 가게가 1940년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 훨씬 이전인 1905년 뉴욕 맨해튼의 리틀 이태리 지역(차이나타운과 비슷하게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곳)에 이민자 출신 제나로 롬바르디스가 세운 '롬바르디스 피자(Lombardi's Pizza)'가 미국 최초의 피자 가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의 전파와 더불어 피자가 더 대중화 된 건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같은 체인점이 생기면서다. 피자헛은 1958년 대학생이었던 프랭크, 댄 카아니 형제가 레스토랑 만들며 시작되었고, 도미노피자는 1960년 톰 모너건 형제가 피자를 배달해주는 도미닉스 점포로 시작했다.
이후 피자헛은 전세계 90개국에 15,000여개의 점포를 가질 정도로 성장했고, 2001년 세계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에 피자를 배달 시키기도 했다. 도미노피자 역시 배달 피자의 대명사로 85개국에 12,000여개의 점포를 내며 전세계에 피자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미국에 피자가 자리 잡으면서미국인들의 식습관과 결합되어 두꺼운 빵(도우)으로 더 큼직하고 두꺼우며 페퍼로니, 소시지 같은 다양한 토핑이 들어간 피자들이 생겨났다. 이른바 미국식 피자로 뉴욕, 시카고식 피자가 대표적인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초기의 피자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
피자는 세계화 된 식품의 대표격으로 이제 어느 나라 아무 곳에서나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아마 피자가 이탈리아에서 시작 된 이탈리아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음식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피자가 미국 음식인 줄 아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2016년 이탈리아 정부는 피자의 원조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알리고자 이탈리아식 '나폴리 피자 제조법'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야 맛만 있으면 이탈리아든 미국이든 원조가 어디냐에 상관이 없지만, 우리도 누군가가 김치를 일본 음식으로 알고 먹는다면 김치가 한국의 대표 음식이라고 알려 주고 싶을 것이다.
나폴리 피자협회(1984년 창립)가 정의한 8가지의 나폴리 피자 인증 기준은 다음과 같다. "장작화덕 사용, 화덕의 온도 485도, 둥근 모양, 손으로 한 반죽, 일정한 두께(크러스터 2㎝ 이하, 가운데 두께 0.3㎝ 이하), 기본 토핑(토마토 소스와 치즈), 쫄깃한 촉감, 쉽게 접을 수 있는 두께"가 기준인데,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인점류의 피자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걸로 보인다.
한국 최초의 피자 가게는 1963년 한국전쟁 당시 UN사령관이던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따서 만든 워커힐 호텔의 피자힐이다. 워커힐의 머릿글 'W'를 상징하는 기둥이 멋스러운 건물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고 김수근님의 작품이다.
일반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시기는 신문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76년 1월 매일경제신문 기사에 반포아파트 주부 클럽 회장 최윤선씨와의 인터뷰가 있는데, 부녀회 회원을 대상으로 피자파이 만드는 법을 강좌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피자 전문점이 대중화 되지는 않았지만 1970년대 중반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피자를 만들어 먹었을 걸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피자가 대중화 된 것 역시 체인점의 역할이 크다. 1985년 2월에 동신식품 성신제대표가 미국 피자헛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지상 2층까지 130평 규모로 6종류의 피자를 판매하는 피자헛 1호점을 뉴용산호텔에 오픈했다. 이후 1990년에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체인점들이 계속 생기고 한국 특유의 배달문화와 결합해 크게 성장하며 피자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