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키즈 온 더 블록 사건을 떠올리며
에이전시에게서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투어 소식을 접했다. 그 소식에 대한 첫 반응은 아직도 이 그룹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놀라움이었다. 그다음으로 첫 내한 공연 당시의 사고가 떠올랐다. 어떤 큰 문제가 있었던 기억이 났고, 그 사건을 관련 기사로 찾아보게 되었다. 그 사건은 1992년 2월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당일 발생한 압사 사고였다. 이에 따라 총 50명 이상이 기절하거나 부상 당했으며, 불행하게도 1명의 여고생이 사망했다.
사건 자체가 큰 충격을 주었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더욱 과열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뉴스 기사는 상업주의, 극단주의, 향락주의 등에 관한 논쟁과 비약,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외화를 낭비하는 이벤트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는 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이기적이고 무절제한 여고생들의 행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자주 등장했다. 사건이 90년대 초에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시대적인 반응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BTS, 블랙핑크를 비롯한 케이팝 스타들이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경시하는 시각은 여전히 공고하다. 30년 전은 말해 무엇할까. 다만 해당 사건은 철저하게 주최 측의 실책에서 벌어졌다는 부분에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엄청난 공연 흥행에 과욕을 부려 수용가능 인원을 수천 장 초과하여 티켓을 판매한 결과, 사고 발생은 불가피한 결과였다. 그날의 상황은 분명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을 것으로 여긴다.
각자 공연장에는 수용인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초대권을 포함하여 판매 수량이 어디까지 될 수 있을지 그 숫자로 판단하고 티켓 판매 수량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현재까지 수많은 공연을 만들어봤지만, 그 수용인원을 넘겨 공연티켓을 판매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공연장 지침에 준수하여 티켓을 팔았을 때, 여러 불편함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빽빽하게 찼을 때의 수용 기준인 경우가 많았고 열심히 욱여넣게되면 관객이 그만큼 불편함을 느끼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자체적으로 티켓판매 수량을 20장, 30장씩 줄여가는 식으로 공연장별 티켓판매 기준을 조정해 나갔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연장의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스탠딩 공연의 경우, 날씨, 계절, 관객의 성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수용 가능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 겨울철에는 관객들이 두꺼운 옷을 입거나, 키가 크고 덩치가 큰 관객이 많아지면 공간의 수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공연을 통해 경험하며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던 상황을 전혀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함이 여실하게 드러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 이후, 공연 업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공연장의 수용 가능 인원 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뀌어 현재 거의 모든 공연장이 새로 조정된 상태다. 대관료는 전과 동일한데 과거보다 제한된 티켓을 판매해야 하므로 공연기획사의 수익성은 감소하였다. 또 그중에 일부 공연장은 기준을 지나치게 낮춰버린 까닭에 대관료 대비 경쟁력이 있던 장점이 사라진 곳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정 관객 이상이 넘어가는 공연에는 법적으로 공연이 이뤄지는 시간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관할 경찰서에 공연 신고를 한다. 이에 대한 비용은 주최 측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매번 공연자 및 스태프, 관객 보험에도 별도로 가입하고 있다. 보험료는 관련자 수와 관객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사실 비용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계속 진행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안전에 대한 중요성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연 쪽도 예외는 아니다. 공연 관련자들은 안전교육을 받고 있으며 특히 구조물, 테크닉, 전기 등을 다루는 전문 작업자들은 안전에 대한 인식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분명히 경제적인 이유이다. 아마도 두 번째 이유는 행사가 제대로 적절하게 준비되지 않아 시일 상 급박한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보통 그런 식으로 발생한다.
올해 개인적으로 EFR 코스(Emergency First Response, 응급 처치 및 CPR 트레이닝)를 이수할 계획이다. 물론 공연할 때 적절한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직접 인공 호흡을 해야 할 일은 없을 테지만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마도 세월호, 이태원 압사사고 그리고 그밖에 수많은 사건사고와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축적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정세랑 작가님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싱크홀 사고 때문에 소설 [피프티 피플]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디에 계시거나 마땅히 누려야 할 안전 속에 계시길 바랍니다. 단단한 곳에 함께 서서야 그다음이 있다는 걸 이 이야기를 처음 썼을 때처럼 믿고 있습니다.” 모두가 안전해야 한다. 공연을 만들 때마다 그것을 항상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