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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Oct 05. 2022

영어를 배우러 갔다가 사람을 배우다.

시드니에서 내가 경험한 유료 같은 무료 영어 클래스

시드니에 머무르는 지금, 잠시 옛 생각을 떠올려본다.


몇 년 전  한국에 있을 때, 호주에 거주하고 있던 아는 언니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응, 나 지금 교회 영어 클래스 들으러 왔는데,

 다시 전화할게. 나중에 얘기하자."


교회 영어 클래스? 그곳이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얘기들을 겨를도 없이 끊어진 전화는 잠시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매주 무슨 요일이 되면 시드니의 동네 교회에 나가 영어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불교집안에서 커온 나는 교회의 모습도 딱히 그려지지 않는데, 교회에서 영어를 배운다?


내 눈앞에 그려진 모습은 그저 Hi, how are you? 인사를 나누는 것 이외에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다.

하나 확실한 건 이랬든 저랬든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시드니 교회를 다녀볼 일이 없을 나로서는,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그 교회는 어떤 곳인지  궁금하긴 했다.


그러던 내가 시드니에  년을 살러 오게 되었고, 아는 언니의 추천으로 지역 교회의 영어클래스에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으며, 이제는 경험치가 쌓여 어떤 곳인지 다른 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 입장이 되었다.


지역마다 많은 영어클래스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 지역의 교회 영어클래스를 들으며 놀라고 배우게 된 점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운 좋게 만난 좋은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가볍게 문화를 나누며 소소하게 영어를 배우는 느낌이 아니라 이 선생님은 진짜로 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주는 사람이다.

'교회에서 배우는 무료 영어가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라는 나만의 겸손하지 못한 상상을 확 깨 준 사람이다.


틀리는 발음이나 내용이 있으면, 20번이고 다시 하게 만드는 사람. 그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견디고 나면 어느새 그 문장이나 발음은 전보다 훨씬 나아져 있다.


다른 몇몇의 교회의 영어클래스도 나가보았지만, 무료 또는 2불 정도의 모닝티 값을 한다는 느낌이 드는 가벼운 곳도 있었다.

부담 없이 친목모임이라 생각하고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몇 번이지 내 시간을 소비하는 이상 의미 있는 일은 없을까 싶어 지속하기가 어렵게 됐다.


반면 자꾸만 가고 싶은 이곳의 선생님을

유심히 보다 보니,


1. 그녀는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다.

2. 한 명 한 명 무엇을 애매해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3. 애매한 것을 적당히 넘어가게 두지 않는다.

4. 애매함을 제대로 잡아내는 티칭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든다.


그녀 앞에서 슬렁슬렁 애매하게 넘어갈 수 있는 건 없다.

사실 영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영역에서,

'이런 것 같아, 확실치는 않지만..'이런 애매함들이 모이면  단계 성장해야 하는 순간을 방해한다. 


적당히 알고 웃음으로 넘기려는 사람들을 콱 물어서

제대로 알고 웃음 짓게 만들겠다는 듯한

그녀의 티칭 철학.

그녀의 마인드를 보며 내 삶에 적용할 부분들까지 다양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말한다.


"오늘 피곤해 보인다, 무료 영어 클래스인데,

 피곤하면 한번 빠져요~"


"아니, 어떻게 한 번도 안 빠지고

비바람이 이렇게 는데도 갔어요?"



영어만 배운다면 빠졌겠지만, 사람을 배울 수 있어서 빠지고 싶지 않다. 영어를 배울 장소는 많지만, 배울만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귀하고 나에겐 선물 같은 일이다.


그녀가 책임을 다하고 내가 최선을 다하며 쌓여가는 무언의 신뢰에 마음이 꽉 차 오른다.

이것이 아무리 바쁜 일이 생겨도 그녀의 수업을 뒷전으로 할 수 없는 이유.


무엇을 하든 진심을 담은 자기만의 방식은 타인에게 감동을 준다. 감사한 그녀를 생각하며 글을 썼을 뿐인데 오늘도 내가 한 뼘 성장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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