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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Oct 21. 2022

'돈 쓰기'보다 '글 쓰기'가 좋았던 순간들

글 쓰다 말고 갑자기 뽑은 Best 3

BEST 3


"뭐?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글이 써진다고?

 

여고시절 단짝이었던 친구가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받는 순간  어떻게 해"라고 내게 물었다가 다이어리에 또는 어느 공간에 비공개로든 뭘 쓰면 나아진다는 내 말에 기겁을 했다. 그럼 넌 어떻게 하는데? 내가 물었고 그녀의 답은


"누구 만나서 수다 떨어야지! 쇼핑하거나!"


물론! 친구의 방법도 일정 부분 속이 풀리는 것이 맞기에 공감해주었지만, 영어 강사라는 직업에 세상 쾌활한 성격을 가진 내 친구는 골치 아플 때 글과 함께한다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속 터지게 어떻게 글을 ? 그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아마 그 친구와 나는 진짜 정반대의 MBTI를 가졌을 것 같다.


하긴 나라고 창창한 젊은 날, 그런 적이 없으랴.

나도 스트레스받고 머리 아프고 화가 날 때 맘먹고 쇼핑하러 간 적이 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씨씨 거리며, 오늘은 나를 위해 내 멋대로 해보겠어! 빠샤!라는 비장의 각오를 하며.


나는 평소 세미 정장 스타일의 단정한 옷을 즐겨 입는데  

끓어오르는 '화'는 '야한 옷'에 손이 가게 했다.


'룰루~끈나시 좋아~~

 랄라~샤랄라 옆트임 롱스커트 오케이~'


평소에 비싸다고 지나갔던 것도 그날 따라는 우습게 보였고, 그렇게 멋지게 비용을 치르고 난 후 머지않아 밀려오는 후회를 느낀 후 더 이상 나답지 않은 짓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환불할까 하다가 언젠가는 입겠지 하고 한편에 쌓아 남의 옷 같은 옷들이 비싼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사실 그런 순간, 정말  진짜 나답게 하게 되는 일은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가며 흰 종이에 마음껏 뱉어내거나 뭔가 나와 비슷한 상황의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일이었다.


", 나랑 똑같은 시추에이션이야! 상담소 갈 필요도 없어!" 스스로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며칠 뒤, 답답한 마음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 보니 옷을 질렀던 그때처럼 후회되기는커녕, 이때는 이랬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나를 쓰다듬어 주거나 좀 더 나은 방법은 뭘지 생각해보고 있었다.  한 푼 안 쓰고 힐링, 마음의 정화까지. 그야말로

' 쓰기' 보다 '글 쓰기'가 좋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BEST 2


무언가를 속시원히 써 내려가고 싶다 생각한 건 10대 때에도 있었다.

일기뿐만이 아니라 소설을 쓰고 싶던 그때.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에 집에 있는 모 브랜드의 아동문학전집 몇십 권을 단숨에 읽었다.

아주 두껍고 많은 권수의 그 전집이 얼마나 재밌던지 식음을 전폐하고 방학 내내 깔깔대고, 상상하며 방학을 보냈다.

그 전집을 다 읽은 순간 인풋이 아웃풋이 되고 싶다고 외치는 느낌을 받았고 A4 몇 장을 움켜쥐고 소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목: 낙엽 날리는 계절에...'


가끔 친정엄마는 6학년이 소설을 쓰겠다며 앉아서는 네가 좋아하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해도 안 갔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먹는 게 하나의 즐거움일  .

맛있게 ' 쓰기' 하자는 것도 마다하고 ' 쓰기'가 좋다던 순간이었다.



BEST 1


'돈 쓰기' 보다 '글 쓰기'가 좋다고 느낀 순간,

하이라이트는!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다.


시드니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글쓰기가 고픈 순간들이 있어서 내가 가진 경험을 모아 블로그에, 브런치에 차곡차곡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경험들이  것일지언정 날아가지 않게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날 이후 틈틈이 시간을 만들었던 것이 '브런치 작가'라는 선물을 받게 해 준 것이 아닐까 한다.


짬이 날 때마다

카페로 가서 '돈 쓰기'를  수도 있었는데,

시드니의 도서관에서 '쓰기'를 했던

 작은 순간들에 감사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하나 분명히 느끼는 것은,


'돈 쓰기' 아닌 '쓰기'를 하면서 나의 내면이 은근히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

좋아하는 것이 있기에 시간이 갈수록 '행복한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는 Self-confidence가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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