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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Nov 24. 2022

교생 선생님의 그때 그 고백

모두들 '나'를 찾으며 잘 가고 계신가요?

매일 아침 하루 한 줄 명언 글을 찾아 직접 읽고 쓴다.

내 손으로 적고, 내 입으로 말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는 과정을 거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의 글은 유독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지침을 얘기해 주는 듯하여 평소보다 오랜 시간 곱씹었다.

마음에 드는 네이버 명언을 찾아 내 마음을 담아 다시 쓰다.


요즘 내가 관심 있게 생각하는 것이 '구체화'이다.

막연히 머릿속으로 다 아는 것, 다 계획한 것 같이 느껴져도 직접 써보거나 음미하는 시간이 없으면 흩어져 버린다.


목표를 정확히 정하는 것 또한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어 써 내려가면 정확성이 생겨난다. 행여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왜?'안됐지 라는 궁금증이, 의외로 작은 목표라도 이루면 '왜? 됐지'라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곱씹고 무언가를 깨달으면서 믿음을 만들어간다.

내가 누구인지, 누구와 함께 걸어가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종착점의 목표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보는 결국 내가 원하는'이룸'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초체력일 것일 게다.



사춘기  시절,

우리는 단발머리에 액세서리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햇살 좋은 날 부러움의 대상이 될법한 예쁜 교생 선생님들은 실습을 나오셨고,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고 부럽던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교생실습을 마칠 무렵, 각 과목의 선생님들께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도와준 학생들 모두 고맙다고 잊지 못할 거라고 흔한 그런 얘기들을 하셨다.


그런데 웬걸, 생각지도 못하게

영어과목 교생 선생님은 흐느끼며 반 전체 앞에서 고백을 하시기 시작했다.


.

.

"여러분, 저는 영어 교사를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해보니까 저에겐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여러분 앞에 서는 것도 두렵고, 제가 잘 가르치는지도 모르겠고... 여러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시고... 흐흐흑.."

.

.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내 나이 많아봤자 17세, 선생님 나이 많아 봤자 20대 중반. 뜬금없이 숙연해진 교실 안에서 어쩔 수 없이 '괜찮아요' 응원이 오가던 그 당시 그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40이 넘어 생각해보니 좀 다르다.


그분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을 고민해보는 사람이셨을까 싶다. 멋있는 척 실습을 마무리 끝냈어도 되는데, 어쩌면 불필요했던 고백일 수도 있는 그 이야기가 얼마나 목까지 차올랐으면 끝내 뱉어내 밖에 없었을까.


그녀 또한 어른의 성장 그 어디쯤을

열심히 걷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오늘 아침 명언에 쓰인


'목표를 정확히 정의하기'

'믿음을 갖기'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기'

'가는 길의 모험을 누구와 할 것인지'


라는 부분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어쩌면 은연중에 머리에 남은 영어 교생 선생님 사건(?) 덕분에 늘 이런 것을 구체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기억이 더듬어진다는 것을 보니 나이를 불문하고, 내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나다움'과 '내가 추구하는 것' 찾아가라는 메시지로 내가 잘 전달받은 것 같다. 선생님의 귀한 고백 뒤에서.


그리고 이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글쓰기. 글을 쓸 수 있는 이 공간 또한 무척이나 감사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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