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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Oct 05. 2022

친정엄마는 공부하라는 말을 잘 '안' 했다.

"공부 안 하니?"라는 말 대신 엄마가 했던 몇 가지.

아이를 낳아 키운 지 어느새 11년째.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 엄마 생각이 난다.

11살 우리 아이에게 아침에 뽀뽀를 해 줄 때면 내가 11살 때 엄마랑 얼굴을 비볐었던가 생각하게 되고, 아이가 토라져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면 내가 어릴 적 못되게 굴었던 모습도 오버랩되어 우스울 때도 있다.

엄마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아이가 자라는 나이에 맞추어 자신의 어릴  모습을 생생히 만나고 있음에 공감할 것이다.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던 와중,

가장 궁금하고 미스터리였던 일화 생각이 났다.


중학생 때였을까, 

시험 전날 내가 어이없다는 듯 엄마께 물어봤다.

"마!

다른 엄마들은 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말한다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


그러면 엄마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지 누가 시킨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네가 스스로 느껴서 하는 거야. 

커서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


지금 보면 사춘기 시절, 엄마가 공부하라는 얘기를 잘 안 한다면 얼씨구나 해야 할 텐데, 대놓고 물어봤던 나도 신기하고, 다른 엄마들처럼 공부하라 잔소리 좀 해주지 늘 믿고 맡겨주던 엄마 또한 신기하다. 


엄마는 종종 다른 방식으로 공부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긴 했지만, 대놓고 '공부 안 하니?' 또는 '언제 공부할 건데?'라는 직접적인 이야기로 나를 민감하게 하신 적이 없다.


어쨌든 엄마의 대답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엄마가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하셨기에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하고 싶거나 필요한 걸 말하곤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이를 키우며 점차 깨닫게 된 엄마의 노하우는 

<잔소리 대신 환경 세팅, 그리고 기다려주기>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엄마께 배울 점을 기억해 보자면,


1. 자기 계발을 하셨고 배운 걸 적극 활용하셨다.

2. 입만 여시면! 긍정적인 말들이 줄줄줄 나왔다.

3. 캠프,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느끼게 하셨다.

4. 학구열이 어느 정도 있는 곳으로 터전을 잡으셨다.

5. 귀여운 손그림과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주셨다.


엄마가 그린 그림_ 엄마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다. 이 그림은 엄마를 닮았다. 어디에 앉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아 앉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려 주셨다.





엄마가 공부하라는 소리를 자주 했다면, 내가 더 열심히 했을까? 공부해라!라는 말을 자주 듣고 시시콜콜 체크받았다고 나라를 반짝반짝 빛내는 이가 되었을까?


글쎄, 그런 말이 잘 먹히는(?) 아이라면 모를까

 성향상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그 시간에 집중하지 못했거나 또는 그 잔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하루하루를 낭비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엄마가 공부하라는 말을 '안'했거나 '덜'한 이유는

아이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말 한마디라도 아이에게 맞도록 엄마만의 방법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이렇게 친정 엄마의 지혜를 돌아본다.


내 입에서 아이에게 공부해라 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스스로 공부하고 싶고, 스스로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싶은 주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체크할 것.

무엇보다 남들하고 똑같지 않은 아이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대해줄 것. 그러면 성인이 되어도 그 기억에 행복하다.


아이를 바라보다 문엄마와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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