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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는 공부하라는 말을 잘 '안' 했다.

"공부 안 하니?"라는 말 대신 엄마가 했던 몇 가지.

by 리본위너

아이를 낳아 키운 지 어느새 11년째.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 엄마 생각이 난다.

11살 우리 아이에게 아침에 뽀뽀를 해 줄 때면 내가 11살 때 엄마랑 얼굴을 비볐었던가 생각하게 되고, 아이가 토라져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면 내가 어릴 적 못되게 굴었던 모습도 오버랩되어 우스울 때도 있다.

엄마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아이가 자라는 나이에 맞추어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생생히 만나고 있음에 공감할 것이다.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던 와중,

가장 궁금하고 미스터리였던 일화가 생각이 났다.


중학생 때였을까,

시험 전날 내가 어이없다는 듯 엄마께 물어봤다.

"엄마!

다른 엄마들은 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말한다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


그러면 엄마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지 누가 시킨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네가 스스로 느껴서 하는 거야.

커서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


지금 보면 사춘기 시절, 엄마가 공부하라는 얘기를 잘 안 한다면 얼씨구나 해야 할 텐데, 대놓고 물어봤던 나도 신기하고, 다른 엄마들처럼 공부하라 잔소리 좀 해주지 늘 믿고 맡겨주던 엄마 또한 신기하다.


엄마는 종종 다른 방식으로 공부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긴 했지만, 대놓고 '공부 안 하니?' 또는 '언제 공부할 건데?'라는 직접적인 이야기로 나를 민감하게 하신 적이 없다.


어쨌든 엄마의 대답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엄마가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하셨기에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하고 싶거나 필요한 걸 말하곤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이를 키우며 점차 깨닫게 된 엄마의 노하우는

<잔소리 대신 환경 세팅, 그리고 기다려주기>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엄마께 배울 점을 기억해 보자면,


1. 늘 자기 계발을 하셨고 배운 걸 적극 활용하셨다.

2. 입만 여시면! 긍정적인 말들이 줄줄줄 나왔다.

3. 캠프,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느끼게 하셨다.

4. 학구열이 어느 정도 있는 곳으로 터전을 잡으셨다.

5. 귀여운 손그림과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주셨다.


엄마가 그린 그림_ 엄마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다. 이 그림은 엄마를 닮았다. 어디에 앉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아 앉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려 주셨다.





엄마가 공부하라는 소리를 자주 했다면, 내가 더 열심히 했을까? 공부해라!라는 말을 자주 듣고 시시콜콜 체크받았다고 나라를 반짝반짝 빛내는 이가 되었을까?


글쎄, 그런 말이 잘 먹히는(?) 아이라면 모를까

성향상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그 시간에 집중하지 못했거나 또는 그 잔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하루하루를 낭비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엄마가 공부하라는 말을 '안'했거나 '덜'한 이유는

아이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말 한마디라도 아이에게 맞도록 엄마만의 방법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이렇게 친정 엄마의 지혜를 돌아본다.


내 입에서 아이에게 공부해라 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스스로 공부하고 싶고, 스스로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싶은 주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체크할 것.

무엇보다 남들하고 똑같지 않은 내 아이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대해줄 것. 그러면 성인이 되어도 그 기억에 행복하다.


아이를 바라보다 문득 엄마와의 기억을 더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