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중반의 나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취미 중의 하나는 좋은 문장 읽기라고 말하고 싶다.골프나 악기 연주 등과 같은 좀 더 근사한 취미를 말해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소소해 보여도 그게 내가 진심으로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좋은 글을읽는 것이때로는 드라마보다 재밌다.
인생의 비타민 같아서 늘 곁에 두고 싶다.
캘리그래피 자격증을땄던 계기 또한좋은 문장 읽기를좋아하니 한번 잘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좋은 글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마음에새기는습관도만들어졌다.
한 달, 두 달, 세 달... 몇 달을 거의 매일..
하루 한 줄 영어 글을 읽을 뿐인데 마음이 단단해지는 생각이 들자 아침마다 사랑하는 딸의 잠을 깨우며 이야기해주어야지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노랫소리 같은 유창한 영어로 한 문장 근사해 말해 줄엄마 같아보이지만,난 유창함이라기보다는한 줄 한 줄 열심히 외우고곱씹어진심을다하는데의의를 두는엄마에가깝다.
어느 날 아침, 라이온 킹에서 나온 좋은 글을 본 뒤
딸아이를 깨우기 위해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며 한 문장 말해줬다.
"Look inside yourself,
You are more than what you have become."
"네 안의 너를 들여다봐. 넌 네 생각보다 큰 존재란다."
이렇게 엄마의 진심 어린 한 문장을 말해주면딸이 감동을 받고잠결에 벌떡 일어나고,
"엄마, 진짜 좋다! 내 가슴에 딱 박히는 문구다!"
.
.
라고하지는 않을까 기대했는데
내 상상 속의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현실은,
"엄마는 그런 거 읽는 게 그렇게 좋아?
하고는 돌아눕기 일쑤였다.
그래도 엄마인 나는 우리 아이가 아침의 시작을 좋은 이야기와 함께하길 바라기에계속했다.
한 달, 두 달, 세 달..
그렇게 매일 아침의 일과가 되다 보니 아이귀에도 무언가 들어오기 시작했나 보다.
어느 날은 아이가 아침잠을 깨며 오늘의 문장은 특히 좋다고 말하기도 하고, 본인이 더 잘 말한다며 영어 문장을 다시 말해 주기도 하고, 어디서 본 것이냐고 관심을 갖기도 했다.
어느 날은아이가잘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내가 말해줬던 비슷한 명언을 혼잣말하며 "그래, 다시 하면 되지"라고 스스로를다독이는모습도 보였다.
어느 날 친구에게 예쁜 핸드라이팅(Hand Writing)으로 편지를 쓰고 있는 딸을 보다가제안할것이 생각났다.
"엄마는 하루에 한 줄 영어 글을 읽는 게 너무 좋은데,
엄마가 좋아하는영어 문장을 우리 딸이 영어필기체로 써줄래? 우리 딸 글씨가 너무 예쁘잖아.
엄마는 세상의좋은 글을 찾아 네게 주고, 너는 예쁜글씨를 써내게 주자. 내용을 기억하고, 기록도 되도록."
사실 이번에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웬걸,
의외로 아이가 한 술 더 뜬다.
"알겠어 엄마, 근데 난 내 목소리도 예쁜 것 같아.
그 내용을핸드라이팅으로 쓴 다음에 내가영어로 읽어줄게녹음도 하는건 어때요??"
아이가 쓴 핸드라이팅. 소중한 글
그렇게 나의 영어 명언찾아 읽기는 아이에게 들려주고싶은 이야기로 확장되었고,아이가 만 11살에 나와 아이는 지속 가능한 취미를 하나 공유하게 되었다.자신의 예쁜 목소리로 읽어도 주겠다는 아이의 아이디어도 추가하여.
혹여 아이가 커가며 점점 바빠지고 때론 소홀해진다 하더라도 나는 아이에게 꾸준히 좋은 영어 글을 찾아 건넬 생각이다. 아이 두세 살부터 좌충우돌 시작했던 영어책 육아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자양분이 되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이 영어 글들도 십 년 뒤 우리 마음에 단단하게 자리할 테니까.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나도 하루에 영어 한 문장이라도 공부해야 될 텐데 라는 귀여운 압박이 종종 든다면,
영어 공부도 되고 인생 공부도 되는 좋은 한 문장을 통해 자발적 즐거움을 엄마가 먼저 10~20분 정도 누리길 추천한다.
그런 뒤에는 아이들의 영어공부법 중의 하나로 좋은 글 필사를 시키기도한다 하니 시켜서 쓰는 필사가 아니라, 부모와 '함께' 나누는 글이 되도록 내 아이에 맞게 이끌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