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 스테이션 앞에 한국분이 충전해 주시는 곳이 있었다.약속 장소로 나가는 바쁜 와중, 아이와 허겁지겁 시드니 교통카드(오팔 카드)를 충전하는 도중에주인아주머니께서 물끄러미우리를 바라보셨다.아래위로, 고개를 쭉 빼시며
"옆에는 혹시.. 딸이에요?"
정신없는 와중이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신가 했다.
"네.. 보시다시피 아들이 아니에요"
라고 우스개 소리로 받아치려다가
왜 그렇게 이상하게 물어보시냐고 물었다.
"아니, 난 동생인 줄 알았지.. 막내 동생이려나 해서.,
아님 딸이 커 보이는 건지 가늠이 안되네, 호호"
(교통카드가 child/youth와 adult로 나뉘어 있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셨나 보다.)
'.... 아!
내 딸이 동생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벌써?!'
이제 5학년인 우리 딸, 162cm.
어느새 키가 나만큼 커졌다. 5센티만 더 크면 이제 나의 키를 넘어선다. 그래도내 눈엔 아직도 어린 아이라큰 키를 실감하지 못하겠다.
세월이 어떻게 흐른 건지.
'여동생'이라는말까지 듣다 보니많은 생각이 오간다.
어릴 적부터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것이 하나 있다면, 자매관계였다.무엇을 대놓고 부러워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어른이 되면서는 더더욱 그 관계가 부러워졌다.
사회생활에 바쁜 남자 형제보다는 육아 이야기도 나누고 소소한 여행도 함께 다니는 자매관계를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긴 인생을 놓고 볼 때 네가 진정 '갑 of 갑'이다라고 했다.내 아이는외동이고, 나는 위로 오빠가 있기에내가 동경한 자매의 관계는 나에게도,내 아이에게 모두 먼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동생'이아니냐는 그 아주머니의 착각이 괜히 위안이 되게 느껴진다.
당황했던 딸이랑 '여동생과 딸 사이의 관계'를 논하며 웃다 보니 결국 내가 부러워했던 자매관계는 다른 게 아니라 여자들끼리 통하는 기쁜 일, 힘든 일을 속닥속닥 이야기 나눌, 배반 불가능한, 인생의 평생 친구 그런 것이었다.
내가 원했던 것이 그런 것이라면여동생이라는 성숙한 단어 뒤로 "엄마, 짜잔! 나야 나" 라며 귀엽게 나타날 우리 딸과그러지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5학년 밖에 안된 딸을 두고도 이렇게 든든한 마음이 들다니.
감사하다,
네 존재 자체가.
내 마음 한 구석에 든든함을 선물 준 딸아이.
나도 아이가 제 길을 거닐다 뒤돌아 볼 때, 때로는 친구 같은 엄마, 언니 같은 엄마, 엄마 다운엄마로서 든든하게 서 있어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