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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Dec 18. 2022

7살 때의 기억을 만나는 엄마의 칠순잔치

엄마의 칠순에 엄마의 마음을 읽었다.

올해를 돌아보다 보니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 2022년은 친정엄마의 70번째 생신이 있는 해였다.

한 여름의 칠순.

해외에 나와있어 어떻게 해 드려야 하나 지난해부터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데 어느 날 친정엄마로부터 듣게 된 쿨한 이야기.


"이번 70번째 생일에는 전시회를 열려고 해.

 인사동 K미술관에서. 그림도 나누고"


언제나 자식들이 뭘 해주려나 기대를 하시기보다는 자신의 일을 찾아 늘 주도적으로 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70번째 생신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화려한 생신상 앞에 서 계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깊이를 담아놓은 것들 앞에 서 계시겠다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칠순잔치라니.


문득 나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몇십 년 뒤 나의 칠순을 벌써 상상해본다.

엄마 따라 내 칠순에도 꿈이 생겨버렸다.


유아시절 기억 중 가지가 선명하다.

7살 때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에서 돌아온 집에는 이젤이 펼쳐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 속에는 진달래 같은 분홍꽃에 둘러싸여 아빠도, 오빠도, 엄마도, 나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7살 아이는 행복한 모습의 그림을 유난히 기억했고, 40이 넘어서도 그 모습을 한 장의 사진처럼 생생히 기억한다.


몇십 년을 살아오며 좋은 일만 겪을 수는 없는 순간에서도, 나는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이기에 빨리 기운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왔던 것은 어릴 적 엄마의 따뜻한 그림을 본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직접 찾아가 축하는 못 해 드렸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전달받은 엄마의 칠순 전시회를 보며

내가 7살 때의 바라봤던 엄마와 40이 넘어 바라본 엄마생각해봤다.

.

.

나는 계속 바라봐왔다.

엄마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꾸준함을.


그림과 함께하는 엄마를 보고 살았지만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림이 그렇게 좋으냐고.

마음속에 있는 나만이 아는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이미 눈으로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꼭 묻지 않아도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날이.

전시회 브로슈어에 적어 놓은 엄마의 마음을 읽었다.



삶은 대화와 같다고.
내 안의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고.

인연과 인연이 얽힌 이야기들,
내 안에 사는 고운 시선들을 표현하다 보니
어느새 칠십 년이라는 시간을 맞았다고.

사람과 자연, 삶이 흐르는 공간 속에서 물감으로
기억을 남겨두는 일은 행복이었다고.

마음껏 물감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힘든 일도, 좋은 일도
그렇게 또다시 세월은 흘러갔다고.

칠십 년이 준 선물 앞에서
그림을 나누고,
삶의 대화를 전하고 싶다고.




엄마의 특별한 칠순 전시회,

가족도 지인도, 낯선 들도 행복해했던 그 시간들.


그림으로 삶을 기억하엄마 옆에는

글로써 삶을 기억하려는 내가 있다.

엄마의 방식을 닮은 .


오늘은 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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