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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Feb 02. 2023

그녀의 100번째 인스타 게시물

꾸준한 나눔으로 지속될 수 있기를.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보려면,

스케줄 없는 시간에 자발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나 어른이나 구애받지 않는 시간의 확보만큼 '나'를 알아가기에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시드니에 잠시 거주하고,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적어지게 되는 시기를 맞이했던 몇 년 전, 초등 3학년이었던 아이의 의외의 흥미를 알게 됐다.


갑자기 얻은 시간 속에서 아이는 해리포터 시리즈 전권 내리읽고 나서는 필기체 글씨로 편지를 써보고,

깃털을 그려 깃털 달린 펜을 어설프지만 만들어보는 

다양한 해리포터 굿즈를 만드는 재미를 가졌다.


나는 해리포터 책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 책을 읽은 후 멋진 펜에 관심을 가졌고,

물감을 물에 풀어 오래된 편지지 같은 것을 만들어 그 위에 자기만의 필기체를 써놓곤 했다.


아이가 유아시절, 유독 관심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분명 그림 그리기였는데, 해리포터 굿즈 만들기에 심취하더니 변했다.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해 주니 생각지 못하게

끄적끄적 만든 선물 같은 작품들이 돌아왔다.


해리포터에서 나온 잉크펜이나 만년필에 아이가 환상을 가질 무렵, 아이의 학교에서는 때마침 Hand Writing 수업이 있었나 보다. 기쁘게도 아이는 필기체를 쓰는 정확한 방식을 수업시간에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간 학생들에게는 Pen License도 나누어주며 더 이상 연필이 아닌 어른처럼 펜으로만 노트 필기를 해도 된다는 허락 또한 주어진다고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꽤 얻고 싶은 라이센스이지 않았을까. 


해리포터를 통한 흥미와 학교에서 부여받는 펜 라이센스가 접목이 되어 아이는 핸드라이팅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 글을 한번 썼지만 의미 있는 영어문구를 아이가 필기체로 써주는 것을 함께하는 취미로 삼기로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부탁하면 써주더니만 이제는 아이의 시선에서 공감이 되는 월트디즈니 문구들을 스스로 찾아 써 내려가고 있다.


어느새 그 취미는 75번째 작품을 맞이했고,

(아이의 소중한 끄적임을 작품이라 부른다)

인스타에 아이가 한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주었더니 어느새 100번째 게시물이라는 글이 떡하니 보인다.


         https://www.instagram.com/elbbithabit



100번째 게시물.. 아이의 꾸준한 작품들 덕분에 좋은 글귀를 보며 즐거워했던 시간을 담을 수 있었다.

기특하다고 말해준다.


"어쨌든 학교에서 받은 핸드라이팅 라이센스도 있고,

영문 필기체로 작품을 척척 만들 수 있는 우리 딸은 핸드라이팅 전문가네!"




그저 작은 아이의 취미일지 모르지만,

이쯤에서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나눔"


글을 쓴다는 것,

좋은 메시지를 쓴다는 것,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본인도 행복하니까

그 행위가 가능한 것일 것이다. 내가 행복한 부분이 있다면 나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다른 누군가에게로 확장시키며 행복을 나눠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네가 찾아낸 아름다운 글귀와

네가 아름답게 써내려 간 글귀가

그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힘을 줄 수도 있고, 행복을 전달할 수도  있는 가치 있는 일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다.


네가 선택하여 써 내려갈 글들에 늘 설레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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