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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Dec 12. 2022

시드니에서 정 붙은 음식들이 생겼다.

여전히 맛난 음식을 찾는 중입니다만,

시드니에서 여행자가 아닌,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으로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 김치찌개 한 그릇 먹듯 친근한 느낌으로 등극해 버린 음식들이 생겼다.


아무리 관심 없는 사람이랑도 어쩔 수 없이 자주 마주치고 밥이라도 먹다 보면 점점 그 사람에 대해 알 수밖에 없고 한마디라도 건네게 되는 것처럼,

시드니에 와서 너무 자주 보다 보니 한 번쯤 먹게 되고, 그러다 정이 붙어버렸, 어느새 애정 듬뿍한 눈으로 바라보는 음식들.



우선 먹어보지도 않았던 '마라탕'이 첫 번째다.


한국에서도 마라탕 집이 많고 한때 붐도 일었던 것 같으나 난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다만 시드니 오기 전에 시드니에 가면 마라탕을 꼭 드세요.라는 어떤 블로그의 글귀는 마음에 품어놨었다.


비주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아서 처음부터 마라탕이 당긴 것은 아니었지만 뭐라도 새로운 것을 자꾸 시도하고 싶어지는 이 땅에서 그것을 먹기 위해 찾아 나섰고 얼큰한 한 그릇은 일품이었다.

육수는 Beef Bone Soup으로 주로 주문한다. 깊이 있는 고기육수 위에 칠리소스를 올리면 스트레스도 풀린다.
마라탕에 들어가는 재료들
원하는 재료를 담고 soup을 고르면 푸짐하게 끓여준다.
마지막 마무리 소스는 피넛버터, 갈릭, 칠리를 원하는대로 넣기


쫀득한 당면들골고루 넣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애정하게 된 마라탕.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에 소문나고 깔끔한 곳을 잘 선택해야 한다.


시드니에서는 채스우드나 이스트우드 지역보다 혼스비 지역의 Peppercorn kitchen을 단골로 삼았다.

일하시는 스태프 한분은 내가 soup을 골라야 할 때, 내 얼굴 한번 쳐다보시고는 "Beef bone soup" 할 거지?라고 먼저 물어보신다. 이제는 정말 단골 고객이 됐다.



번째는 '타이 푸드, 특히 똠얌꿍과 쏨탐이다. 


시드니에 처음 왔을 때 이렇게 타이 레스토랑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똠얌꿍(태국식 새우탕) 원래 좋아했으나 한국에서는 함께 먹을 사람이 너무 없었다. 누구는 얼큰한 것도 아니고 시큼시큼 애매하다고 했고 어쩌다 보니 기회가 적었다.


다행히 시드니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타이 레스토랑도 너무 많아서 김치찌개처럼 친근하게 느끼며 살고 있다.

타이 레스토랑의 똠얌꿍


내가 너무 좋아한다고 하니 지인이  똠얌 소스만 있다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여,  친해진 음식.

집에서 만들어먹는 똠얌꿍 재료

비슷비슷하게 생긴 소스라고 다 같은 맛이 아니다.

이 소스를 듬뿍 넣고 새우, 고수, 양송이버섯, 토마토, 버마 실국수 등을 넣어 끓여내면 시드니 타이 레스토랑에서 먹는 똠얌꿍이 부럽지 않다. 



타이 레스토랑의 쏨탐

파파야를 채쳐서 넣은 쏨탐 샐러드도 입맛을 돋우는 데는 환상적이다. 특유의 달고 짭조름한 소스에 땅콩과 야채를 곁들이면 새콤하고도 아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역시 소스가 맛의 8할은 한다고 하여 구해봤다.

만들어보니 소스의 역할 반, 파파야의 역할 반이다.

나는 레드 파파야를 샀는데, 아삭한 그린 파파야를 넣어야 좋겠다. 태국 백그라운드를 가진 지인은 그린색의 망고로 대체해도 괜찮다는 팁도 알려주었다.

집에서 만들어먹는 쏨탐, 고수를 내 취향껏 너무 넣었나?



셋째로 '얌차'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 얌차를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딤섬을 왜 얌차라고 하지?라고 궁금했던 적이 있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 딤섬을 차와 곁들여먹는 것을 얌차라 부른다.


얌차 레스토랑의 샤오롱바오


얌차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지만 홍콩 백그라운드를 가진 남편을 둔 중국인 친구네 부부얌차를 먹자고 할 때는 딤섬 이외에도 꼭 닭발을 주문한다. 파크에 나갈 때도 그들은 닭발을 꼭 싸 오는 닭발 진심러들이다. 다행히 내가 닭발을 좋아해서 반겨주니 이것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아이들은 주로 육즙이 쫙 나오는 샤오롱바오나 깔라마리, prawn 덤플링 등을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같다. 디저트와 차까지 곁들이니 깔끔하고, 가볍게 먹기에도 좋고, 누구와 만남이 있을 때도 좋아 자주 먹다 보니 정 붙는 것은 금방이다.




그밖에 램, 램 꼬치, 미트파이는 간식으로

채스우드 웨스트필드 안의 램꼬치 / 집에서 급히 간식으로 구운 램


정이 안 붙을 줄 알았는데 붙은 의외의 음식 중 하나가 램(Lamb)이다. 램 특유의 향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인데, 저칼로리, 저지방, 고단백으로 유명한 램을 봄철엔 특히 즐겨 먹는 분위인지기라 살짝 시도했다가 제대로 맛을 알게 되었다.  Lamb cutlet, Lamb skew 모두 아이 간식으로도 뚝딱 먹이기 좋다.


스트릿 마켓에서 산 미트파이, 6불 정도였나


호주의 전통음식인 미트파이.

빵 안에 고기가 들었다 하여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었는데, 파이와 그 안에 들어있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한입에 베어 먹으면  든든하고 맛있다.

괜히 국민음식, 국민간식이 아니겠지. 호주인 친구가 케첩을 미트파이 위에 동그랗게 짜주었다. 




예전에 교수님께서 무슨 이야기 도중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음식을 찾아다니고, 풍미를 느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Creative 할 수가 있겠어요?"


듣던 중 반가웠던 소리, 맛있는 것 좋아하는 내가 살짝 안심하던 순간을 기억하며, 나는 시드니에서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찾는 중이다. 각 나라의 식재료를 종류별로 부담 없이 구해 시도해 볼 수 있으니 밥상 차리는 일마저도 새로운 도전이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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