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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Dec 10. 2022

아이 담임 선생님이 쓰신 '손 편지' 카드

아날로그, 그 기쁨이 따로 있네

12월이 되니 바쁜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작게나마 감사함을 전할 선생님, 지인, 아이의 친구들, 이웃들에게 줄 카드 안에 마음을 잘 담아내느라고.

선물은 작게 줄 지언정 카드는 진심으로 대한다.


김영란법이 있는 한국만을 생각해서 시드니에  초기에는 아이의 담임선생님 선물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 물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점차 지내다 보니 정말 작은 선물들이 정겹게 오가는 모습들은 자주 볼 수 있었다. 선생님 생신, 상담할 때, 크리스마스 시즌, 선생님의 날, 아이가 그냥 선생님께 뭘 드리고 싶을 때 등 자유롭다. 저 학생은 어떤 선물을 했고, 얼마짜리 같으며 저 친구도 했으니 나도 해야 된다 라는 어떤 부담은 단 하나도 없다.  


그냥 내 마음 닿는 대로.


선물에 대한 가격 부담도 전혀 느껴 본 적이 없다. 아이가 건넨다는 기준으로 보통 5불-20불 정도면 적당하지 싶다.


나는 워낙 손 편지 쓰는 것을 즐겨했는데도 한국에서는  손 편지 없이 '말로 인사'하며 선물을 건넨 적이 여러 번이다. 모바일 이미지 카드가 성행하는 시대에 굳이 몇 마디 쓰지 않을 종이카드를 놓고 망설 인적도 있는 것 같고 말이다.

특히 친구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랬고.

하지만 이제는 한마디를 쓰더라도 종이카드에 손 편지 없이 선물을 건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그 계기가 있다.


시드니에 온 후, 아이 학교의 담임 선생님 상담 기간에 손바닥만 한 초콜릿과 초콜릿 향의 캔들을 선물했었다.

초콜릿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달콤하다고 드리고 싶다고 해서 아이답게 준비한 것이었다.


선생님은 그 작은 선물에 충분히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셨고, 우리 아이와 이야기도 나누시고, 그렇게 마무리를 했는데 다음날 아이가 선생님께서 주셨다며 카드를 건넸다.


담임선생님이 주신 손편지 카드


우리의 작은 선물 뒤로,

아이와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로서 담임 선생님께서 손 편지 카드를 전해주신 것이다.

말로 감사하다고 말씀하신 것도 충분한데 이의 여운을 다시 한번 글로 또 전하셨으니, 기억에서 어찌 사라질 수가 있으랴. 한동안 벽에 카드를 붙여 놓았다가, 연말이 되어 카드를 쓰다 보니 문득 그때 생각을 또 더듬게 된다.




여운이 남을 때 '다시 한번 감사해요'

라는 문자로도 충분하게 마음을 느낄 수 있지만, 아날로그 손편지의 감성이 주는 충만함은 분명 다르다.

바쁜 일상 중 시간과 정성을 내어 펜을 들고 글을 적은 카드 안에는 좀 다른 에너지가 함께 담겨 온다.


시드니에서 정성 어린 손 편지를 적어 전달하는 습관 하나를 얻었다. 어색함도 없고, 바쁘다는 핑계도 없다.

상대에게 한 문장을 전달하기 위해 상대를 더 관찰하고, 사물을 관찰하는 법을 더 배우게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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