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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Dec 02. 2022

낯선 호주 아주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그저 바라보았을 뿐인데, 12월의 수국

"거기서 뭐하시는 건가요?" (우리 집 앞에서요?)


무슨 소리에 고개를 문득 들었다.

조금 전에는 안 계셨던 아주머니가 나에게 점점 다가오고 계셨다.


'어머, 내가 너무 오래 여기 서 있었구나.'


시드니를 경험하며 하늘과 자연과 꽃에 빠져들었다.

매달 펴는 다양한 아름다운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걷다 말고 수국( 영어로 Hydrangea)이 아름답게 핀 어느 집의 정원을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넓은 정원에는 수국 말고도 다른 꽃들도 만발하였다.


"미안, 당신의 집 꽃이 너무 예뻐서 계속 보고 있었어요"


"저 꽃도 예쁘고요, 이 꽃도 예쁘고요..."


고개를 돌리며 애써 꽃을 가리키는 와중에

낯선 호주 아주머니는 내가 한동안 쳐다보았던 수국을 급히 따더니 한아름 안겨주셨다.

이만큼이나 많이


""

꽃을 저렇게 따줘도 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수명이 짧은 꽃을, 발걸음도 못 떼던 나에게 좀 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주인의 마음이었던 걸까.


뭐라고 말도 못 잇고 있는 와중에 한마디를 더해 주셨다.

"Merry christmas!!"


"헉"

이게 무슨 미리 일찍 크리스마스 깜짝 놀랄 선물인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와중에

"더 줄까요?"

를 묻는 호주 아주머니.


어디를 가던 중인지라 가방도 크고  꽃에 파묻힐 수가 없어 괜찮다고 했지만, 평소 왕대형 꽃다발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그걸 낯선 아주머니께 받아볼 뻔했다.


꽃을 한 아름 들고 오는 와중

네다섯 명의 호주인이 말을 시켰다.


"그거 리얼 진짜 꽃이야?, 어디서 났어?"

beautiful, gorgeous, lucky...

예쁜 말은 다 듣고 걸어갔다.


오늘따라 들고 나온 나의 가방이 무겁지만

이 소중한 꽃을, 이 낯설고도 소중한 크리스마스 꽃을 어떻게 잘 매만져 주어야 할까 그 마음뿐이었다.


근처의 쇼핑몰 의자에 앉아 정성껏 다듬어 주었다.

다행히 가지고있던 머리끈이 있어 꽃을 단정히 정리해주고 크리스마스 선물답게 기념촬영도 해줬다.
급히 유리병도 구매하고 리본도 묶어주었다.


나에게 성의를 베풀어주신 호주 아주머니의 마음을 보아서라도 예쁘게 만들고 예쁘게 기억하고 싶다.

이렇게 해놓으니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낯선 호주 아주머니는 더 이상 낯선 아주머니가 아니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마음으로 감사함을 가질 테고,

내가 미소를 띨 수밖에 없을 테니까.


"Merry Christmas"라는 다정한 말이

"거기서 뭐하시는 건가요?"라는 처음의 긴장감을

넘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늘 난 꽃병을 들고 다녀야 하지만,

번거롭거나 힘들지 않을 예정이다.


국경을 막론하고

사람과 사람과의 마음이 이렇게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하루의 에너지도 받아가고 말이다.

.

.

.

그럼 나도 조만간 전해볼까,

Merry Christmas.

라고.



그 뒤의 이야기>


: 이제는  나의 이웃이자

따뜻한 아주머니로 표현하고 싶은 그녀는

내게 조회수 1000이라는 또 하나의 선물을 주셨다.

알림이 울려 깜짝 놀랐다.

아름다운 수국의 사진을 보며 읽어 내려가는 다정한 이야기에 많은 분들의 마음 한편 훈훈하셨을까.

그녀가 이렇게나 많은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며칠 뒤 그 정원 앞을 지나다 만난 그녀에게 다시고마움을 전했고,  아주머니는 또 수국을 한 아름 주셨다. 이러다가 네버엔딩 스토리가 될 것 같다.

HAPPY!


수국 아주머니께 드리려고 가지고 다니다가 마침내 전해드린 선물. 우연히 다시뵈서 다행히 드릴 수 있었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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