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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Nov 29. 2022

이곳 선생님들 문화에 좀 다른 것이 있다.

처음엔 생소하나, 알고 보니 부러운.

"엄마, 이번에 우리 담임선생님은 두 분인가 봐요,

우와, 그것도 우리 반만~"

전교생 대략 600명 남짓될까, 시드니 공립학교 4학년 첫 날을 보내고 온 아이가 하교하며 상기된 얼굴로 말해줬다.


"어머, 담임 선생님이 어떻게 두 분이야? 잠깐 너희 반에 들르신 선생님이시거나 보조선생님이 아니시고?"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아이는 두 분의 담임 선생님과 균형을 잘 맞추고 선생님들을 따르며 일 년을 보냈다.


알고 보니 한 분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어린 자녀를 케어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으로 3일밖에 못 나오시기에, 다른 한분이 남은 이틀을 맡는 것으로 함께 배치되신 것이었다. 생소하지만, 선생님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엄마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분의 담임 선생님과도 긴장될 학부모 상담 때 영어로 빠른 말 하시는 두 분의 선생님을 마주하며, 이쪽저쪽 봐야 하는 이색적인(?) 상담을 겪어내야 했다는 .

우리 아이 반만 그랬으니 돌아보면 이 또한 추억이다.



또한 시드니에서는 학교 선생님들이 과외를 하시기도 한다. 불법이 아니라 추가적인 본인의 일로 당당히.

어떤 하이스쿨(중고등학교) 선생님은 동네 학원에서 수학도 가르치시고 계신다고 들었다. 나에게는 참 낯설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과외 선생님으로, 학원 선생님으로도 병행하시는 게 자연스럽다는 부분이.



선생님이 과외를 하시는 것처럼 또 놀란 것 하나는

명성 있는 하이스쿨 학생들도 자기 역량에 따라 과외선생님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좋은 학교 다니는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을 과외한다는 식인데..

최소한 어느 대학을 입학했는가기준으로, 보편적으로 대학생 이상에서 내 아이의 과외를 맡기는 우리의 문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어려운 입학시험에 합격한 명성 있는 학교의 하이스쿨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나이와도 상관없이 일찍이 인정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독립의 시기가 빠른 이들의 문화가 이해가 된다.



하루는 아이가 또 색다른 말을 전했다.

"엄마,  교장선생님이랑 런치타임 가질  있게 됐어요!"


학교 클래스 내에서 받은 쿠폰과 상장들을 모아 골드 어워드라는 단계까지 오르면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를  학교에서 마련해주고 교장 선생님과 런치를 함께 할 수 있단다.  재밌는 아이디어다.

담임 선생님도 아닌 교장 선생님과 함께 식사하기.


왠지 가까이 가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지는 교장선생님이 아닌, 맛있는 피자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교장 선생님과의 관계는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아이의 학교 행사를 종종 가보면 선생님들이 대체로 러블리하시고, 프렌들리 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친절한 웃음, 친절한 인사, 커다란 바디랭귀지를 보면 어른인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니 아이들에게는 더 한껏 마음을 열어주시겠지.


시드니에 오기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어찌어찌 알아간다.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이곳의 선생님들 문화엔 좀 다른 것이 있다' 라며 곱씹다 보니 아이랑 내가 같은 선상에같이 배우고 있다 것을 깨닫는다. 


내가 아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세상을 '함께' 이해하 배우고  우리의  시간 안에

' 다른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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