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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큰빛 Oct 13. 2021

주머니 속 만원의 주인은 누가 될 수 있었던 걸까?

김큰빛 일상


집 앞에 바로 세탁소가 있긴 하지만 나름 비싼 옷들이 세탁 후 줄어드는 등 만족스럽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결국 걸어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세탁소가 친절하고 마음에 들어 그곳에 옷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주일 전쯤에는 매장에서 수선이 힘들다는 바지도 그곳에 맡기고 나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선물을 수령하기도 했었다.


그러고 나서 최근 이틀 전 직접 세탁소를 방문하여 셔츠 한 벌과 바지 두 벌을 그곳에 맡겼다.


만원 이상 세탁비가 나오면 집까지 수거도 해주시고 배달도 해주신다니 앞으로 더욱 자주 애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몇 시간 뒤 바로 벨소리와 함께 사장님이 세탁물을 배달해 주셨다.


깔끔하게 다려진 옷을 보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 카페엔 커피값을 미리 현금으로 충전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오랜만에 날씨도 좋고 해서 카페를 들렸는데 충전할 현금이 보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번 세탁소에 맡겼던 셔츠 왼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만원이 떠올랐다.

(포켓 형식의 단추와 덮개가 있는 주머니라 카드나 현금을 넣기에 적절한 형태다.)


분명 배송받은 셔츠 주머니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세탁소에 전활 걸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이틀 전에 멀리서 걸어와서 세탁물 3벌 맡겼던 사람인데요.

 셔츠랑 바지 두벌이요.

 네 맞아요.

 저기 그런데 혹시 그때 셔츠 주머니에 돈이 들어 있지 않았나요?"




 "아... 네 맞아요.

  돈이 있었더라고요.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아...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음.....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보내드릴게요"




"아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전화드릴 테니 그 번호로 계좌번호 보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사장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고 나는 문자로 계좌번호와 함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후 입금이 되길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이 일에 대해 물어봤다.


"옷이 많아서 어디서 난 돈인지 몰랐을 거야. 그래도 양심이 있으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원래 세탁소는 어떤 옷에서 뭐가 나왔는지 나중에 문제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철저해서 몰랐을 리가 없어."

"우리 동네 세탁소는 주머니에서 뭐가 나오면 다 챙겨 주던데?"

"다음부터는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는지 꼼꼼히 살핀 후에 맡겨야겠네."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전화를 했더라도 상대방이 모르쇠로 일관했었다면??


내가 취했어야 하는 행동은 뭐가 적당한 걸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입금 알림은 오지 않았고


몇 시간 뒤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통화를 했을 때


바빠서 깜빡해 죄송하다는 답변과 함께 대화는 멋쩍은 웃음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다시 반나절이 지나서도 답은 오지 않았고


결국 직접 세탁소를 찾아가 현금 만원을 돌려받기로 결정했다.


세탁소에는 직원분들뿐이셨고 사장님은 업무로 외부에 계셨기에 직접 뵙진 못했지만


상황을 설명드리고 돈을 받아오면서


오늘의 일에 대해 끄적여 볼까 생각하게 되었다.


미리 돈을 빼놓지 못한 내 잘못과

처음부터 돈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던 상대방의 잘못

그리고 나서 그 이후의 상황을 대처했던 서로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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