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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라이트릴 Feb 02. 2023

잭 아로마 #5

나의 하이라이트릴

 비행 한번 다녀오니 2주 중에 일주일이 그냥 갔다. 이제 공연 전 4일밖에 남지 않았다. 선비 매니저님이 멤버들의 스케줄을 미리 쉬는날로 신청해 놓아서 4일간 맹 연습이다.


 저녁 6시에 만나 밤 12시까지 공연곡을 순서대로 돌린다. 내 차례가 왔다. 일렉 기타에 손가락을 얹었는데 지이잉 소음이 가려지지 않는다. 클래식 기타를 열심히 친 덕분에 운지는 할 줄 알았지만 여전히 뮤트는 안된다.


 마음이 조급하다. 다른 곡을 합주하고 있을 때라도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지이잉. 선배님들이 합주하는 중간에 내 연습을 했다. 지이잉. 합주곡 속에 불협화음이 울려 퍼졌다. 넘버원 선배님이 달려왔다. 내 엠프의 전원을 급하게 껐다. ‘아차’ 죄송한 표정으로 들리지 않는 기타를 바라보며 다른 곡 합주 속에서 계속 손가락을 돌렸다. 들리지 않으니 운지가 맞는건지 점점 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멤버들의 4일간의 열정적인 연습으로 공연준비가 거의 마무리 되었다.

 공연일. 장소는 홍대 클럽 질러홀이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나는 종일 내 기타만 붙잡고 있었다. 하늘같은 선배님들과 처음하는 공연이므로 부족해도 최대한의 능력치를 보여줘야 한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엠프에 기타를 꽂고 내가 나올 부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쳐야 하는 부분이다. ‘……’ ‘어라 소리가 안난다. 어떻게 된거지’ 내가 당황하여 버벅거리고 있으니까 남성 고음역대의 미성을 자랑하는 보컬 콜플 선배님이 간주중에 갑자기 이런다. “여러분, 신입회원 아로마를 소개합니다. 일렉기타가 처음인 아로마가 잭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 꽂았다네요. 잭 아로마에게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하. 짝짝짝짝.

 넘버원 선배님이 옆에서 연주중에 쉬는 타임이 되어 빠르게 내 엠프의 전원을 켜주었다.

 그렇다. 난 엠프에 기타 잭은 연결 했지만 엠프 전원 스위치 두개 중에 한개만 켜고 전원을 켰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전원을 키는 순간 지이이잉. 소음이 울려퍼졌다.

 내 파트는 이미 지나갔고 곡 후반부에 소음만 제대로 났다.


 이때부터 내 별명은 잭 아로마가 되었다.

 연습도 제대로 안되고 엠프 전원도 킬 줄 모르면서 무대뽀로 무대에 올라간 잭 아로마. 우리 윙스타 사전에 나같은 인물도 없었을 것이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고기집에 가서 뒷풀이 하는 중. 선비 매니저님은 그래도 잘했다고 격려해주고, 콜플 선배님은 “흐흐흐흐 잭 아로마. 기타 치는 애가 잭도 꽂을 줄 모르는 잭 아로마.” 놀리기 바쁘다.

 

 그 와중에 로저스 선배가 넘버원 선배한테 하는 한 마디가 귀에 꽂힌다.


 “넘버원아. 쟤, 아로마좀 어떻게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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