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이라이트릴
윙스타에서 계속 기타 멤버로 살아남으려면 기타 실력을 키워야 한다. 말이 쉽지 정말 하루가 가도 일주일이 가도 한 두달이 지나도 내 기타 실력은 제자리 였다.
기타는 하루에 적어도 10분씩이라도 매일 빠지지 않고 연습하자는 것이 내 대학시절 모토였는데, 스케줄 근무라는 승무원의 업무 특성상 매일 연습은 불가능했다. 기타를 가르쳐 준다는 넘버원 선배님과는 서로 다른 스케줄로 만나기도 힘들었다.
사설 기타 교습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일렉기타 카페에 가입한 다음, 레슨생 모집 게시판을 샅샅이 뒤지며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집에서 버스 한번에 갈 수 있고, 내 스케줄에 맞춰서 레슨 시간을 변동할 수 있고, 레슨비도 적당한 한 곳을 드디어 찾았다.
용산 효창공원 근처에 있는 곳이다. 선생님과 약속을 잡고 방문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어느 빌라 지하로 내려가니 '블론드로라 합주실'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똑똑똑. 머리 긴 키 큰 남성이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다 마신 술병들이 잔뜩 있고 옷들이 아무렇게나 소파에 걸쳐져 있었으며, 컵라면 먹은 그릇들, 재떨이에 담배 꽁초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 '그냥 나갈까.' 지저분한 냄새를 맡으며 고민하는 찰라에 따라 들어오랜다. 그곳을 지나 문을 여니 기타가 10대 정도 거치되어 있고 컴퓨터 두대에 연결된 녹음 믹서와 방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실내 스튜디오가 나왔다. '오! 괜찮네.'
"기타는 처음 치시는 건가요?" "일렉기타는 처음이지만 클래식기타는 대학교때 좀 쳤어요." "자, 여기 기타좀 잡아보세요." 지이잉. "초보시구나."
"오늘 피킹(피크로 기타 줄 치는 것) 연습 간단히 하고 바로 짧고 쉬운 곡 들어갑니다. 저는 매 시간 배운 내용 수강생이 연주하는것 녹음해 드려요. 녹음할때 틀리면 안 틀릴때까지 계속 녹음 들어갑니다. 레슨시간은 공식적으로는 1시간이지만 아로마씨가 제대로 녹음이 안되면 2시간 3시간 제한 없어요. 될때까지 합니다."
'와, 되게 철저하시네.'
거친 드라이브톤을 건 기타로 간단한 운지만으로 짧지만 너무 멋진 곡을 연주하며 녹음하셨다. 녹음본을 들으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동경하던 멋진 락기타를 나도 치게 되다니.
간단한 운지지만 박자에 맞춰서 필요없는 줄은 소리 안나게 막으며 치려니 잘 안됐다. 열번정도 연습하고나서 녹음을 시작했다. 녹음한 것을 들으니 소리가 너무 저렴하고 뮤트도 안되고 박자도 놓치고 틀리긴 엄청 틀렸다. 선생님의 모범 연주와 번갈아 들으니 정말 못들어 주겠다.
한시간이 지나 두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다음 레슨생이 왔다.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이야기 하곤, 두어번 더 녹음하여 그중 가장 나은 걸로 저장했다. 그렇게 탄생한 녹음본을 CD에 넣어 주며 숙제를 내주셨다. 오늘 쳤던 곡 더 완벽하게 연습하기, 손풀기 연습, fifth cycle(5도권: 대중음악에서 코드 진행시 대체로 따르게 되는 흐름, 순환 사이클)운지를 외울 정도로 연습하기 등이다.
효율적인 도구를 이용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레슨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곳은 자기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부심 대단한 선생님. 지저분한 합주실로 가졌던 부정적인 첫인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선생님과 함께라면 내 기타 실력도 쑥쑥 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비행 스케줄 근무라는 불리한 조건을 뚫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