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2023.10.24
나의 일은 비행기 안에서 손님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제 시간에 도착하도록 돕는 것이다.
각 비행기의 매니저는 각자의 역량이 고루 발현되도록 형평성 있게 업무 범위를 할당한다. 그러나 특정 자격 보유 인원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자격자 한 두명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제가 그러했다.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가장 긴 구간 중 하나인 몽골에 가는 길이었다.
매니저는 나에게 중요도 높은 세 가지 업무를 모두 주었다.
그에 따라 손님의 식사가 정상 탑재 되었는지 수량을 확인하고 보고했다. 다른 존 선배와 각자 담당 구역별 손님 수에 맞게 식사와 카트를 옮겼다. 이제 곧 손님이 탑승한다는 매니저의 재촉에 부랴부랴 문 앞으로 갔다. 국토부의 강력 지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항공사에서 발행한 종이 탑승권과 모바일 탑승권의 적확성을 눈을 굴리며 큰 목소리로 확인했다. 260여명의 탑승이 끝나고 비행기 문을 닫은 뒤 뒤쪽 나의 존까지 가서 방송 매뉴얼을 펼쳐서 호흡과 목소리를 가다듬고 환영 방송을 했다.
후배가 나에게 말한다. “선배님, 왜 이렇게 선배님한테만 일이 많아요?”
뭐 괜찮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은 종종 있었다. 승무원이 부족해진 비상 상황에서 기내 판매와 식사 체크 담당을 모두 해야 했을 때도, 국내선에서 4번 연속 뜨고 내리며 탑승 인사와 방송을 모두 해야 했을 때도, 수많은 비즈니스 클래스의 코스 요리와 칵테일, 와인을 준비하며 방송할 때도 땀은 났지만 불평보다는 성취감이 먼저였다.
나의 능력치가 매우 올라간 것 같은 느낌, 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존재감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육아에 있어서는 나의 태도가 업무와 사뭇 달랐음을 알게됐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천방지축과 감정의 충돌 세계는 전혀 수용하지 못해 왔던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초고난이도 업무다. 앞서 이야기한 이유에 더해 사적 감정과 투영된 욕심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상상을 한번 해볼까.
사적 감정을 공적 감정으로 대체해 보는 것이다.
아이들을 훗날 퍼스트 클래스에서 만날 미래의 회장님, 사장님 등 VIP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미래에 미리 만날 훌륭한 사람들이 지금 아무리 어리고 철이 없어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래의 VIP들이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 해도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VIP들이 불편한 심리로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불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 과중한 책임과 업무를 할당받았더라도 이행했을 때 느꼈던 성취감을 육아에서도 찾아보자.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엄마 승무원이 되어 보자.
아이들이 이렇게 말 하는 날이 올 때까지.
“엄마, 엄마는 왜 이렇게 하는 일이 많은데도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