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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라이트릴 Nov 27. 2022

기내화 밑창 #번외

비행 중 에피소드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일할 때 발이 많이 붓기 때문에 굽 없고 발 볼이 넓은 신발을 신는다. 일명   기내 화이다.


 그저께 일본 도쿄에 가기 전 신발이 너무 낡았길래 새로 지급받았다. 새로 받은 기내화는 너무 예뻤다. 내 낡은 기내화는 폐기물 함으로 쏙 들어가고 새 기내화는 나와 함께 일본에 갔다.


저기압 속에서 발이 붓는  것을 고려하여 보통 한 치수나 두 치수 큰 것을 받아야 하는데 실수했다.  정사이즈로 받았던 것이다.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 비행. 점점 발에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과 함께 걱정이 밀려왔다. 다음날 장거리 비행을 가야 하는데 어떡하나.



 샌프란시스코 가는  날. 기내화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8년  전, 나를 아껴주던 선배님이 안  신는 기내화라며 주셨던 일이 생각났다. 새거라 고이고이 보관만 해오다가 기억 속에서도 보관되어 버린.


 신발장을 뒤져 기내화를 꺼내보았다. 박스 안에 반짝이는 광택을 지닌 채 얌전히 보관되어 있었다.


 구두약을  발라 광을  더내고 기분 좋게 비행 가방 안에 넣었다.



 샌프란시스코로 출발 할 비행기 안,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비행기 청소상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바닥에 검은색 고무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어머 오늘  청소상태 왜  이래?’ 바쁘게 고무를 줍다가 내 신발을 보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내 기내화의 밑창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으악, 어떡하지? 무사히 비행을 마칠  수 있을까? 제발!’


 신발이 터져버린다면 하이힐을 신고 비행해야  한다. 안될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이미 떨어져 덜렁거리는 밑창 가장자리를 뜯었다.


 비행 10시간, 고무가 덩어리로 가루로 계속 떨어졌다. 시커멓고 끈적하게 어지러이 늘어 붙은 흔적들이 남았다. 다행히 신발이 터지지는 않았다.



 신발을 주었던 선배님이 생각났다. 오랜 기간 함께 비행하고 함께 음악했던 다람쥐 선배님.

“아로마야, 이리와 봐. 너 기내화 사이즈 이거 맞지? “

“어머나, 선배님, 제 사이즈 맞아요. 저 주시는 거예요?”

“내가 뭔들 못주겠냐.”

 합주가 끝나고 윙크 찡긋하며 트렁크에서 꺼내 주었던 선물이었다.


선배님은 늘 아낌없이 주었다.

합주하다가 궁금한 입을 채워 주었고 비행 중 빛나는 리더십으로 끌어주었던 멘토. 어리고 젊었던 날 반짝반짝하는 추억을 함께 했던 선배님이었다.



 기내화 밑창처럼 희미해진 기억. 더 늦게 전에 문자 한 번 드려야겠다.


 떨어진 가루처럼 흩어져 있는 기억들을 모아 광을 내야겠다.


“ 선배님, 잘 지내고 계시죠? 기내화 사이즈를 잘못  받아서 장거리 비행에 큰일이다  싶었는데, 몇 년 전 선배님이 주셨던 기내화가  생각이 났어요. 넉넉한 사이즈의 기내화이고 새거라 많이 아껴뒀던 건데 그동안 깜빡 잊고 있었지 뭐예요. 다행히 딱 생각나서 이번  비행에 신고  왔는데 선배님 생각이 나지 뭡니까 ㅎㅎ 편안하고 넉넉한 기내화 신고서요 ^^  늦은 착용 후기지만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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