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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라이트릴 Jan 09. 2024

prisoner of your love #번외

my wedding story

               

 29살 때, 사내 밴드에서 기타를 더 잘 치기 위해 레슨을 받았고, 더  좋은 기타로 갈아타기 위해 레슨 선생님을 통해 기타 판매업을 하는 남편을 소개받았다.


 시원시원한 디스토션 사운드를 잘 뿜어내는 파란색 기타를 구입하였고, 저렴하게 좋은 기타를  제공해준 그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로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술 한잔 살께요.” “술은  제가 사야죠.”


 우리는  호텔 라이브 바에서 밴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는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가 만나는 바에서 공연하는 필리핀 밴드는 끝내주는 실력을 보여줬고 우리는 그 공연 보는 맛으로  한달에 한번이나 두달에 한번 만났다.




  남편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모른 척 하고 싶었다.  그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밑으로 질끈 묶고 동그란 안경을 낀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속으로 ‘마당쇠같네.’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당시 알고 지내던 다른 남자들 처럼 계속 선 넘지 않는 관계로 지내기를 바랬다.




 알고 지낸지 만2년 되던 발렌타인 데이, 남편이 밑으로 묶었던 머리를 풀고 왔다. 그리고는 목걸이를 선물로 준비했다고 내밀었다. '어머, 자기가 테리우스라는거야 뭐야? 그리고 웬 목걸이???' 나는 머리가 쭈뼛 선 채, “저  이거 받을 수 없는데요.” 화가 나서 집으로 왔고, ‘다신 만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다시는 안 만나겠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너무 허전했다. 그제서야 그사람이 2년간 본인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내 옆에 머무르며 받았을 고통이 보였고, 순간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


 그는 천천히 천천히 부담주지 않고 내 마음속에 존재감을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만날 때마다 기타 피크, 열쇄 고리, 음악이나 드라마를 리핑한 DVD등 작고 사소한 물건들을 선물했다. 컴퓨터를 키고 네이트온에 접속하면  내가 좋아할만한 클래식, 팝, 락, 메탈음악 mp3파일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작은 선물들로 포장된 수많은 마음들이  어느덧 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파고들었던  것이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전화했다. “그 목걸이 받을께요.” 그는 기뻐서 바로 우리집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긴 머리 때문에 제가 다가가기 힘들어요.” 그사람은 다음날 10년 가까이 길렀던 ‘라커의 자존심’인 긴 머리를 싹뚝 잘랐다.




 남편이랑 교제하면서 사랑받는 여자가 얼마나 행복한지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는 함께 다니면서 내가 부서질새라 감싸안아 보호했고, 무겁지 않은 핸드백마저 본인이 다 들고 다녔다. 매일 문자로 나를 향한 사랑이 무한함을 속삭였고, 커플 다이어리에 매일 매일 사진과 글로 러브레터를 쌓아갔다.




 드디어 결혼식 날, 1년간 공들여 준비한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결혼식장은 우리가 늘 음악듣고 맥주 마시던 그 호텔이어야 했고, 신랑신부 동시 입장 곡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잉베이 맘스틴 연주곡 'Air' aria suite no.3 (J.S.Bach) 이어야 했다.


 남편과 나는 기타로 만났으니, 우리나라의 3대 락 기타리스트인 김도균 선생님이  가죽 수트를 입고 주례를 봐주셔야 했다. 축가는 남편이 존경하는 K2의 김성면 형님이 고음을 뽐내며 노래를 불러주셔야 했고, 남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성유빈님과 정가희님의 듀엣이 울려퍼져야 했다.


 답가는 남편이 매일 밤 자기전 전화로 불러줬던 자장가, 잉베이 맘스틴의'prisoner of your love'를 지하드 박영수 형님의 기타 연주에 맞춰 직접 불러줬다.


 이 모든게 우리가 상상한대로, 남편이 계획하고 연출한 대로 너무나 멋있고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우리는 어느덧 결혼한지 만 12년이 됐다.


남편과 나의 사랑의 결실로 아름다운 두 아이들도 태어났다. 결혼하면 다들 변한다지만 그사람은 변함없이 나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있다. 속물적인 내가 가끔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해도 그는 한결같이 나를 붙잡아주고 있다.




 이 편안한 사랑, 이 안정적인 사랑에 감사하며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에게 나는 이렇게 외친다.




 "일찍와요. 사랑해요."




Prisoner of your love


My heart fell into the palms of your hands

This love made me understand

I've waited all my life for you

Thought I'd live and die alone

Encaptured by the beauty

I'm a prisoner of your love

Enslaved by the passion

I'm a prisoner of your love

I'm wrapped around your finger

like the ring on your hand

I'm trapped by your love i'm yours, please understand

I've waited all my life for you

Thought I'd live and die alone

Encaptured by the beauty

I'm a prisoner of your love

Enslaved by the passion

I'm a prisoner of your love

Encaptured by the beauty

I'm a prisoner of your love

Enslaved by the passion

I'm a prisoner of your love

Encaptured by the beauty

I'm a prisoner of your love

Enslaved by the passion

I'm a prisoner of you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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