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IN and OUT
<헤드윅> 2024. 샤롯데시어터. 전동석 (헤드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헤드윅'이 모든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여정.
극장에서 헤드윅을 봤을 때 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감동을 받았다. 영화를 다 보고도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게 2001~2002년도였다는 것을 오랜만에 검색을 통해 알았다. 분명 한국에 있을 때 봤으니 아마도 영국에서 워홀을 갔다 와서 복학을 했던 때인가 보다. 락앤롤은 신나고 헤드윅이 전하는 사랑은 슬펐다. 그 당시에는 헤드윅을 열연한 존 카메론 미첼에 마음이 움직였고, 후에 몽상가들과 퍼니게임에 출연한 토니역의 마이클 피트에게 매료되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뮤지컬도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조승우의 헤드윅을 보고 싶었지만 티켓팅에 성공할 열정이 없었다. (조승우는 톤과 상관없이 그냥 조승우면 된다. ^^. 그는 연기가 접신같아서. 하.. ) 우연히 헤드윅이 공연 중인것을 알게 되어 갑자기 잠실까지 가서 헤드윅을 보고 왔다. 남편이 쉬는 금요일에 유연석의 헤드윅을 볼까 했지만, 전동석의 헤드윅을 보기 위해 화요일에 혼자 보고 왔다. 나는 유연석이나 조정석 스타일의 보컬을 주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약간 얇은 하이톤보다는 중저음의 파워풀한 톤을 좋아하는데 전동석이 그랬다. 내 선택은 나에게 딱 맞았다. 내 취향을 맞추기 위해 혼자 가야 했고, 편한 자동차 대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야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기대하지 않은 이츠학 역의 여은이 노래를 너무 잘해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이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은지 매번 놀란다. 통나무 같은 내가 의자에 딱 붙이긴 했지만 너무 신나서 상체를 흔들 정도로 공연은 신났다. 전동석은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완전 잘생기고 멋짐 뿜뿜이었다! 다리는 또 어찌나 길고 예쁜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전동석은 결핍과 불완전이 가득한 헤드윅을 하기에는 너무 온전하고 행복해보여 이입이 잘 안됐다. (헤드윅 공연 전에 열애기사가 빵 났고 이번주에 결혼기사가 떴.. )
안타깝게도 뮤지컬 헤드윅은 쇼로서는 훌륭한데, 영화가 줬던 감동은 다 주지 못했다.
신나는 사운드는 좋은데 음향 문제인지 노래 할 때 가사전달이 잘 안됐다. 아무리 귀를 기울이고 들어도 가사가 뭉개졌다. 뮤지컬은 영화에 비해 영상으로 줄 수 있는 효과가 적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의 배우가 직접 전달하는 대사와 가사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 가사가 전달력이 없으니 감동이 반으로 깍였다.
헤드윅에서 너무 중요한 역할인 토니 노시스가 뮤지컬에서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왜 헤드윅이 토니까지할까? 안그래도 그닥 출연진이 많지도 않은데 말이다. 완전히 같은 목소리도 헤드윅이 1인2역처럼 해낸다. 영화에서 토니 노시스가 마지막 부분에 Wicked Little Town을 개사해서 부른다. 리무진에서 헤드윅과 있다 타블로이드지의 1면을 장식한 후였다. 어쩔 수 없이 헤드윅의 존재를 인정해야하는 때였다. 그는 헤드윅의 Wicked Little Town을 그에게 사과하고 그를 인정하는 가사로 바꿔 부른다.
"용서해요. 난 몰랐어. 나는 너 보다 어린 아이였잖아.
너무나 크고 특별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신비한 신의 창조물 같은 당신.
남김없이 모든 걸 주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 차가운 도시를 녹인, 아름다운 너.
운명이란 없는거야. 사실은 바람만 있는 하늘 처럼.
오묘한 마법도 없고 영원한 사랑도 없어. 보이지않는 걸 찾을 순 없어.
이제는 받아들여봐요. 당신 존재의 이유를 두려워 말고 건너요. ......
길잃고 헤매는 당신 따라요 나의 목소리"
(이 노래는 꼭 조승우 버전으로 들어보길 권한다.)
여리고 섬세하지만 고집있는 마이클 피트의 목소리와 표정이 압권이다. 그의 고백에 헤드윅은 점점 눈물이 차오른다. 이해받는다는것. 그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토미가 “굿바이" 란 인사를 남기고 떠날 때 그의 표정은 정말 슬프다. 완벽히 혼자다. 이제는 미워하고 원망할 사람도 없어지는 것이다.
뮤지컬에서는 그 둘의 이해와 화해의 장면이 대충 접힌 페이지처럼 표현되었다. 그러니 이어지는 Midnight Radio의 감동을 깍아 먹는다.
헤드윅의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존 카메론 미첼은 그 자신이 성소수자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성소수자로서 사랑에 상처받은 경험을 이 영화에 녹여냈다. 모든 것의 경계에 있던 헤드윅을 사회는 안으로 넣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헤드윅,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이 정신승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슬펐다.
한셀(헤드윅의 결혼 전 이름)의 아버지는 아들을 성폭행했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냉담했다. 동독에서도 아웃사이더였지만, 미국에 가서도 그는 온전히 미국인이 되지 못했다. 게이인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트랜스젠더가 되었고, 그나마도 성전화수술의 실패로 다리 사이에 '1인치 살덩이'가 남았다. 가족에게서도, 자신의 나라에서도, 꿈꿨던 미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남자로도 여자로도 게이로도 트랜스젠더로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있게 된다. 그런 헤드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직 그 자신을 빼면.
영화의 마지막에 헤드윅은 한 몸 같던 가발을 벗고, 몸에 걸치고 있던 화려한 옷을 벗고 "Midnight Radio"를 부른다. 정말 명곡이고, 그 장면은 다른 어떤 배우도 존 카메론 미첼만큼 완벽할 수 없다. 토니의 사과와 존경으로 인해 이전의 미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이기도 하지만, 난 반드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구한 용서 보다 마지막의 Good Bye가 더 헤드윅의 마음을 찢었을 것 같다. 결국 그의 모습 그대로 사랑한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 헤드윅 자신도 반쪽이 아닌 하나가 된다. 혼자.
우리는 누구나 아웃사이더 일 때가 있고, 안도 밖도 아닌 경계에 서 있을 때도 있다. 그것이 정체성의 차이 때문이든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한 차이 때문이든 종교나 빈부로 인한 차이 때문이든 우리는 언제든지 능력이나 노력과는 상관없이 바깥으로 내쳐질 수 있다. 난 집에 돌아와서 Midnight Radio를 듣고 또 들었다. 뮤지컬을 보고 왔는데 나는 어째서 20년 전 영화의 OST를 듣고 또 듣는지 모르겠다. 그의 얼굴, 표정, 손짓, 목소리가 모두 진짜여서Genuine 볼 때마다 슬프다. 어린 한셀에게 유일한 꿈이고 자유였던 한 밤에 라디오에서 듣던 락앤롤. 헤드윅이 부르는 미드나잇 라디오. 희망과 화합을 노래하는데, 슬픈 이유는 희망이 음악과 영화와 책과 개인의 마음속에만 있어서였던 것 같다.
그의 용기와 상처, 그리고 진실성이 이 영화를 20년이 넘도록 내 마음에 남게 했다.
Midnight Radio
The Origin of Love "Hedwig - Midnight Radio" at QPAC, 2018 (youtube.com)
Rain falls hard
Burns dry
A dream Or a song
That hits you so hard
Filling you up
And suddenly gone
Breath Feel Love
Give Free
Know in your soul
Like your blood knows the way
From your heart to your brain
Know that you're whole
And you're shining
Like the brightest star
A transmission
On the midnight radio
And you're spinning
Like a 45
Ballerina
Dancing to your rock and roll
Here's to Patti
And Tina
And Yoko
Aretha
And Nona
And Nico
And me
And all the strange rock and rollers
You know you're doing all right
So hold on to each other
You gotta hold on tonight
And you're shining
Like the brightest stars
A transmission
On the midnight radio
And you're spinning
Your new 45's
All the misfits and the losers
Well, you know you're rock and rollers
Spinning to your rock and roll
Lift up your h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