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집 거실에서 눈을 떴을 때, 이것은 분명 꿈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헤어 롤을 머리에 돌돌 말고 있는 엄마를 보자 꿈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눈을 감아도 소용없었다.
“야 빨리 일어나!”
엄마가 내 엉덩이를 발로 쿡 찔렀다. 나는 이불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하나 언니가 나까지 넣어서 이불을 개킬 요량인지 내 몸뚱이가 접히고 있는 것 같았다. 난 결국 항복을 하고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내가 꼴찌였다. 막 청소년에 입문한 조카 둘은 작은 방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씻는 것도 귀찮았지만 모자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대충 머리를 감고 다 말리지도 못한 채 사돈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조카 둘을 중간에 끼우고 간밤의 여유는 찾을 데 없이 출동했다. 핸드폰에 확인하지 않은 알람이 수백 개씩 쌓여있었지만 이상하게 궁금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까치집 머리를 한 작은 형부가 밥을 먹다 말고 우리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그 옆으로 아빠 둘이 앉아 국에 밥을 말아먹고 있었다. 이제는 그 모습이 낯설지도 않았다. 나는 스스로 밥과 국을 떠서 아빠 앞자리에 앉았다. 아이들은 어디서 찾았는지 사발면을 꺼내와 먹고 언니와 형부도 밥을 가지고 와 먹었다. 사돈이 엄마의 밥을 챙겨 왔고 둘은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사돈의 친구 몇이 발인 시간에 맞춰 찾아왔다. 장례식장은 썰렁했지만 동시에 아니기도 했다.
우리는 대절버스를 타고 화장터를 향해 갔다. 형부가 상주로 고인의 사진을 들었다. 한 시간 여를 달려간 화장터는 산 중턱에 위치한 잘 꾸며진 공원 같았다. 멀리 남해바다가 잔잔히 빛났다. 시신을 태우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관을 실은 리무진이 건물 입구 쪽으로 주차를 하자 작은 형부와 아빠들이 관을 들으려는 듯 쭈뼛쭈뼛 다가갔다. 하지만 전동으로 움직이는 수레가 오더니 자동으로 관을 옮겨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장례식장에서 보다 화장터와 봉안당에서 시간은 더 느리고 무겁게 흘렀다. 모두 말이 없었지만 흩어지지 않고 함께 있었다. 재가 된 고인의 뼛가루를 사기 항아리에 넣었고 그 항아리를 미니어처 아파트 같은 유리 상자 안에 넣기 전에 가족들에게 인사할 시간이 주어졌다. 이제껏 냉정을 잃지 않았던 형부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형부를 바라보는 언니도 함께 울고 있었다. 엄마가 안사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둘도 눈물을 흘렸다. 아빠들도 두나 언니와 작은 형부도 그리고 나도 눈물이 흘렀다. 살면서 두어 번 본 것이 다인 사돈의 장례식 발인까지 참여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었다. 나의 아빠 같고 언니의 아빠 같은 형부 아빠의 죽음이, 형부가 느낄 상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와중에 아빠가 형부보다 더 큰 소리로 엉엉 울었고 난 정말 귀까지 빨개져서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다행히 엄마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고, 들썩이는 아빠의 어깨를 하나 언니의 아빠가 톡톡 치며 다독여 주었다.
우리는 대절 버스를 타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 하나 언니네 부부와 두나 언니네 부부가 그들의 아빠에게 인사를 했고, 차를 타고 가려는 그녀들의 아빠에게 이성구 씨가 다가가 인사했다. '형님'이라고 하면서 뭐라고 하는데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듯했다. 나는 그 번호 지우시는 게 좋다고 알려 드릴까 하다 참았다. 엄마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더는 아빠를 말리기 위해 내 옆구리를 찌르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한 차에 탔고 나는 지정석이라도 되는 듯 뒷자리 중간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고 옆자리의 엄마의 옆구리를 콕 찌르며 말했다.
“교환학생은? 통과?”
“야! 통과나 되고 말해. 하나가 그러는데 그거 아무나 못 간다던데. 네 성적으로 참도 가겠다.”
난 할 말이 없었지만 눈에 힘을 줬다.
“방은 빼기 없기다.”
“너 하는 거 봐서.”
“아! 엄마! 진짜!”
“내 사랑 뀨현씨나 잘 챙겨.”
옆에서 두나 언니가 치고 들어왔다.
“바람났다고!”
“뭐라고? 누가 바람을 피워!”
엄마와 아빠가 둘 다 나를 쳐다봤다. 아빠가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윤 서방. 뀨현이 잡으러 가자!”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