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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May 25. 2023

부고

죽음을 알리는 통지

지난 토요일에 시아버님이 7개월간의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직 나의 직계가족 중에 장례를 치른 이가 없어 남편과 어머님의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다 풀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을 저는 다 모릅니다. 아마 그 경험이 있다 하여도 개개인의 삶의 과정이 모두 달라 결코 다 알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장례식에 참가를 한 적은 있지만, 상복을 입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흰색 리본핀을 왼쪽 머리에 꽂고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이 저에게는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주된 임무는 남편 옆에 있어주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남편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해도 그 슬픔에 함께 해주고 이번만큼은 내 의견을 너무 내지 않고 남편의 가족문화에 동참해 주는 것. 안 하려고 하는데도 내 생각이 삐죽삐죽 나오는 걸 보며 다시 한번 나는 참 내 생각이 강한 사람이구나 느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암진단을 받고 6개월 까지 통원치료를 받으시던 아버님은 7개월 차가 되어 상태가 급성으로 악화되어 내내 병원에 계셨습니다. 평소 강건하던 아버님은 투병 중에는 50m도 혼자 못 걷고 많은 경우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셨습니다. 마지막 얼마간의 아버님은 혼자 숨을 쉴 수도 먹을 수도 배설을 할 수도 없는 상태셨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무력해지고 마는 인간의 육신은 참으로 나약하다는 생각에 지금 나의 몸에 대해서도 겸허한 마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라고 믿었던 나의 삶도 결국 태어나서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한동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오만을 부려도 인간은 결코 오롯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배웠던 것 같습니다.  

   

장례를 치르며 장례식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닌 산자를 위한 것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사망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부터 고인을 장례식장으로 운구하고 부고를 적어 친척과 지인들에게 알리고 입관을 하고 발인하여 장지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 중간중간 가족들은 고인에게 인사를 하고 이별을 고하는 예를 올렸습니다. 그 모든 것이 헤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슬픔이든 원망이든 깊은 회한이든 장례를 치르는 동안 가능한 놓고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의식 같았습니다. 죽으면 다 끝인데 장례를 뭐 하러 하나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자기중심적인 저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죽으면 장례식은 더 간소하게, 일회용은 쓰지 않고, 모든 것은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향에서 땅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재배 반절을 하며 수도 없이 되뇌었던 나의 인사... 


아버님, 평안하고 좋은 곳으로 가세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아버님이 가장 사랑하셨던 손자는 제가 잘 기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화요일에 연재되던 "안녕 나의 선샤인"과 "3분만에 읽는 30분 소설"은 이번 한 주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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