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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Jun 14. 2023

분노 외전

나의 분노 다스리기 실전 보고서

분노 시리즈를   동안 드문드문 쓰면서 끝내 못썼던 파트가 "인내의 역치 높이기"였습니다. 과거 어떤 시점에서 '그런데 나는  화가 줄지 않지?' 하는 생각에 과연 분노는 정말 조절되는가, 인내의 역치는 올라가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내심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화나는 일 자체가 꽤 줄었습니다. 화가 안 나니 참을 필요가 별로 없었습니다.


저같이 예민하고 섬세하면서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높은 사람은 분노를 줄이기가 진짜 어렵습니다. 컨디션이 좋으면 원래 모습이고 컨디션이 나쁘면 그나마 낮은 인내심이  낮아진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놀랍게도 컨디션이 나쁘면  그래도 많은 세상을 향한 레이더가  섬뜩하고 날카롭게 돌아가더라고요. 저는 분노조절장애는 아닌지라 화를 내서 잃을게 눈에 보이게  때는 화를  내는데 그것은 인내심이 아니라 합리성이었던  같습니다. 하지만, 분노에 집중했던 올해 상반기, 실제 눈에 띄게 분노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이어리에 분노 일기를 적는데 5월부터 6 현재까지 분노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주 없다기보다, 저의 기준으로 7~8 넘어가는 파괴적인 분노는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 정도로 완전히 만족합니다. ^^


분노를 고민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훈련은 나의 분노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 것과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내부의 원인을 찾을 때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 우선은 벗어나는 것입니다. 산책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 후 감정이 다소 평온해지면 1. 나의 표현방식이 내가 정말 얻고자 하는 것을 주는지 2. 나의 생각의 전제는 옳은지 3. 가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많은 경우 1번의 답은 명료했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화내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득이 되지 않으니까요.


생각의 전제에서는 보통 분노의 원인을 '옳지 않은 세상'과 '틀린 타인'에게 두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분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살면 살 수록 많아집니다. 분노의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나라고 내가 싸워야 할 것은 나의 분노자체라고 그 화살을 반복해서 안으로 돌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잠깐이라도 의식하지 않으면 귀신같이 밖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수차례 인식했습니다.


화나게 하는 것은 습관적으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나의 삶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 가치의 우선순위는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아이랑 있을 때는 이전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이 아이와 맞지 않을 때가 많았고 그럴 때는 아이의 양육과 아이와 나의 관계를 위해 가치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합니다. 아들과의 관계를 위해 집의 정리정돈에 대한 기대를 밑으로 내리고 학업에 대한 나의 기대를 버리고 아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럼 화가 나는 강도와 빈도가 줄어듭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전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욕구도 다시 생각하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취약한 부분과 탁월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민하고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자기 이해나 수용, 표현은 상대적으로 쉬운데 남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어렵고, 예민하지만 부드럽고 순응적인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쉽지만 자기표현이나 자기 수용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성격에 맞게 자신에게 취약한 포인트를 더 집중적으로 노력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각각의 사건에 대해 나의 분노의 원인을 이해하고 나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감정을 수용하고 내 기대를 표현하는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하반기까지도 저의 분노를 잘 관찰해 볼 생각입니다.

변화라는 것이 원래 input대비 output이 정비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input에 대해서는  넓게 봤을 때 우상향 곡선을 보인다고 믿습니다.


지금 정도만 저의 분노가 조절된다면 연말에는 저에게 100만 개의 칭찬스티커를 붙여줄 거예요.


(기회가 된다면 작년의 화두였던 불안도 시리즈로 연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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