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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ug 20. 2024

5. 각자의 지도로 살아간다

세계에 관한 견해와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세계관이라 한다. 이 세계는 하나인 데 반해 세계관은 여러 가지다. 세계를 한 마디로 나타내 보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살만한 세계로 나타내고, 다른 누군가는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세계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어떤 이에게는 모든 것을 사전에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사사건건 집요하게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다른 어떤 이에게는 지나치게 깐깐하게 구는 것은 삶의 재미를 반감 시킨다. 그래서 적절히 기분 좋게 맞추어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로 다른 삶의 태도들이다. 어릴 때부터 양육자와의 관계, 유년기와 성장기 간의 경험과 교육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고정된 신념 체계이다. 이를 마음 속의 지도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 속에 지도가 있다. 어떤 목표에 도달하려고 할 때는 우리 각자의 마음의 지도를 참고해서 일을 해 나간다. 내 마음 속의 지도를 꽤 신뢰하는 편이지만 실제 세계를 얼마나 잘 나타내고 있는지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남이 평가해 주기는 더더욱 어렵다. 세계의 어떤 부분은 자세하게 나타나 있지만 어떤 부분은 아예 그림이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가진 지도가 옳다는 태도는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반면, 상대방의 지도는 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간주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와 같은 태도를 지니고 있을 때 문제가 된다. 개인과 개인 사이 신념과 태도에 상충이 일어날 때이다. 어떤 것에 대해 서로 견해가 다를 때, 그러면서 상대방의 신념과 태도를 용납할 수 없을 때는 그야말로 답이 없다. 자신이 가진 해석 방식과 태도가 실제 세계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평가할 수 있을까? 

비온 뒤 개인 하늘에 홀연히 나타나는 무지개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는 흔히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이라 배웠다. 아이들이 무지개 그림을 그릴 때도 7가지 색깔로 칠하곤 한다. 우리에겐 고정관념처럼 박혀있는 일곱 색깔 무지개는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일곱 색깔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음양오행설에 따라 무지개를 일컬어 오색 무지개라 칭했다. 미국에서는 레인보우식스(rainbow six)라고 부르며 빨,주,노,초,파,보 6가지 색깔로 인식했다. 남색이 없다. 어떤 아프리카 부족에게 무지개 색은 삼색이다. 독일에서는 다섯 가지 색깔로 인식하였고, 이슬람권에서는 빨,노,초,파 네 가지로 인식하였다. 근대 과학자 뉴튼은 지금과 같이 무지개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로 정의하였다.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무지개가 있는 그 자리로 가보고자 하면 정작 무지개는 그 곳에 없다. 무지개는 관찰자가 서 있는 그 장소에서 관찰되는 빛의 분산 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지개가 실제로 몇 개의 색깔인지로 서로 자존심을 걸고 논쟁을 한다면 답이 있을리 없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하고 타인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들어야 한다. 우리가 타인과 살아가는 방법은 하나의 세계가 각자에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데 기초적인 동의를 하는 것이다. 각자가 가진 미완의 지도에는 틀린 부분이 있고 실제 세계와 다르다는데 서로 합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상세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을 서로의 지도에서 참조하여 더 나은 지도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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