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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ug 26. 2024

8. 삶의 의미

삶이란 무엇일까? 삶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 삶에 본연의 의미가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공허함과 허망함은 그런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남기고 또 답변을 요구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많은 여건 즉, 생일, 이름, 성별, 국적, 가정환경, 부모, 형제 중 어느 것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없다. 원인불명으로 그냥 주어진 것이다. 이것은 삶의 운명적 요소다. 어느 속담에는 인생의 반은 부모가 망치고 나머지 반은 자식이 망친다고 했다. 끊임없이 영향성을 주고받는 인간관계의 사슬을 잘 드러낸 말이다. 이런 삶 속에서 진정한 내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자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동안은 내 삶에 대해 지대한 책임을 진다. 왜 부여된 삶에 대해 책임을 가지게 되는가? 매 순간 처하게 되는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선택하는 선택의 자유는 온전히 지금의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든, 삶에 대한 태도는 온전히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들 안에서 무던히 살아가야 할 당위성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다다를 때쯤이면 생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떠 올린다. 살아가는 시간 속에 의미와 가치가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전부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중대한 부분일 수 있다. 또 스스로에게는 삶으로부터 기쁨과 보람을 얻으며 완성적인 인품을 가꾸는 것과, 나아가 주변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구성원이 되려는 이끌림이 있다. 이 이끌림은 곧 삶의 목적성이다. 우리가 타인과 함께 일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뿌듯해하며 보람을 느끼는 이유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철학 교수인 수전 울프(Susan Wolf)는 프린스턴 대학교 인간 가치센터에서 주관한 ‘삶의 의미’ 프로젝트를 통해 삶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 수전 울프에 따르면 삶의 의미란 가치 있는 대상을 사랑할 때, 그리고 그 대상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관여할 때 모습을 나타낸다. 즉, 삶의 의미는 온전히 자기 내면에만 있지 않다. 그렇다고 외부에 전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과 소중한 대상 사이에 의미가 존재한다. 만약 무인도에 혼자 살아가는 조난자의 경우라면 어떨까? 미국의 배우 톰 행크스(Tom Jeffery Hanks)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0)는 삶의 의지와 의미에 관해 우리에게 화두를 남긴다. 물류운송업체 페덱스의 직원인 주인공 척 놀렌드는 출장 도중 불의의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배고픔 및 고독과 싸우며 생존해야 하는 척은 행여 정신줄을 놓거나 말하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 비행기에 실려있던 배구공을 친구 삼아 말벗을 삼는다. 그 배구공의 이름은 윌슨이다. 늘 동행하고, 때로는 격렬히 다투다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무인도에서 삶을 이어가던 척은 극적으로 구출되어 귀환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 좌석에서 척의 한 손에는 윌슨이 함께 있다. 극 중에서 생명체가 아닌 윌슨은 척 놀렌드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의미 있는 존재였다. 애착을 담은 대상과의 긍정적 관계 속에서 인간의 삶은 의미 있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단면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직면하는 것이고, 그 모든 문제를 대면하여 해결해 나가는 것이며, 나아가 세계의 대상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나누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자기 조직적으로 완성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노인과 바다를 쓴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 남북전쟁을 통해 흑인을 해방하고, 지금과 같이 통일된 미합중국을 확립한 아브라함 링컨, 이 들의 공통점은 지독한 우울증을 앓은 위인들이라는 점이다. 삶의 가치는 행복과 기쁨으로만 평가될 수 없다. 불행과 고통이 내재한 삶이라도, 소박할 뿐 거대하지 않은 삶이라도, 밤에 혼자 눈시울을 붉히는 우울함 속의 삶이라 해도 삶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가치와 의미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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