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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an 30. 2020

볼만한 브런치 글 없다 진짜


브런치 플랫폼 계속 쓰고 있는데 보다 보다 짜증이 나서 그냥 적는다. 브런치팀도 카카오도 이런 나쁜 얘기도 좀 들을 필요가 있다. 뭐 안 들어도 상관없지만 점점 타락해가는 거 같아서리..


나는 SNS 헤비 유저다. 관종 본능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다. 매일 2500여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남긴 담벼락을 수시로 본다. 기자로서 페북을 통해 취재하고, 영감도 얻었고, 칼럼 주제도 찾았으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았다. 굳이 교수나 언론인, 법조인이나 정치인 등 오피니언 리더뿐 아니라 대학생이나 사업가 마케터 등이 올리는 각 분야의 정보가 쏠쏠하다. 누구는 틀딱 혹은 아재, 꼰대들이 페북을 뒤늦게 점령했다며 손사래치지만 공부하기 좋은 매체다. 애기 사진, 음식 사진, 홀딱 벗은 몸 사진, 성형남녀와 명품족의 허세 각축장이 된 인스타그램보다야 훨씬 더 읽을 거리가 많다. 트위터는 그냥 문빠와 태극기부대의 유치한 리트윗 경연장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아 세월이여..


그러다 카카오에서 브런치를 런칭했고, 이리로 넘어왔다. 바이럴마케팅 혹은 맛집 글(중간 중간 네이버 이모티콘 넣으면서 엄지척 하는 거 진짜 극혐..)로 도배된 네이버 블로그보다야 여기가 좀더 글쓰기 좋은 인터페이스인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저냥 열심히 쓰고 있다. 작가는 대단한 사람만 하는줄 알고 쫄아있던 우리 일반인들이 브런치를 통해 생각과 경험, 인생을 정리하고 책도 내고 하는 걸 보며 브런치가 참 출판민주화 혹은 글쓰기의 대중화를 이뤄냈구나 싶어서 좋아 보였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이 말이다.


남의 글도 눈팅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 이국종 교수 논란 관련해 의료계의 현실을 다룬 한 의사선생님 글을 재밌게 봤다. 그는 열일하는 이국종 교수를 무작정 띄워주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의료환경을 좀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삼라만상에 완벽한 선악이란 없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각자 처한 위치에서 다투는 것일 뿐. 부부생활을 담담한 필체로 그려낸 한 젊은 어머니의 일기도 잔잔한 감동을 줬다. 각자의 삶 자체가 너무나 좋은 컨텐츠다. 그걸 잘 이어나가기만 하면 한편의 좋은 글과 책이 되는 것이다.



그런 브런치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컨텐츠가 지겹다는 것이다. 아마 그게 인터넷상에서 먹히니까 관련 컨텐츠를 주로 메인에 배치하는 거겠지만. 우선 퇴사 글. 진짜 지겹다. 지겨워서 토나온다. 아니 좀 새로운 경험이나 사연이 녹아있으면 모르겠는데 걍 만날 똑같이 퇴사의 어려움만 주구장창 늘어놓는다. 하루에 퇴사자만 수천이 넘을텐데 경험이 빤하면 형식이나 필체등을 다르게 해야지 그냥 다 똑같이 노잼으로 써갈긴다. 제목으로 낚는데 클릭했다가 욕한 경험이 자주 있었다. 개인 블로그라면 뭐라 하기싫은데 브런치의 특성상 남들, 작가들이 보는 거니까..


결혼 육아 연애 컨텐츠도 마찬가지다. 일부 마음을 울리고 공감을 사는 글들을 빼면 자의식 과잉에 별거아닌 경험을 뻥튀기해서 아주 대단한 것인양 그려놓고 써놓는다. 육아, 정말 아무나 하는것 아니고 정말 힘들다는 거 안다. 나의 든든한 버팀목인 애인 혹은 배우자와의 에피소드, 어려움을 딛고 골인한 그와의 결혼과 보금자리 마련 등은 우리 일상의 이야기라 눈길이 가긴하는데 브런치에 올라오는 관련 글들 내용이 거의 다 똑같다. 진짜 지겨워서 미칠 것같다. 아니 쓰시는 게 문제가 아니고 왜이렇게 매일 메인에 이런 글을 수십개를 올려놓느냐고요. 편집자들이 제대로 글은 보고 분류하나 의심이 간다. 아니 그냥 안목이 없는 건가..


여행 글. 브런치뿐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상에 널리고 널린게 여행 관련 포스팅인데 명색이 글쓰기 플랫폼이면 사진 몇장 붙여넣고 '여행은 당신에게 특별함을 가르쳐준다~!' 이딴 한줄 넣은 글을 메인에 박아두면 안되는 거 아닌가. 요리도 마찬가지다. 재미난 사연을 담은 것도 아니고, 그냥 요리. 알멩이 없는 스타트업 얘기에 어디서 본거 같은 영화 리뷰.


먼말인지 못알아먹겠는 시나 산문, 새벽 감성이라 쓰고 그냥 중2병 수필에 위키트리처럼 그냥 현안 짜집기하거나 당신이 몰랐던 비밀 10가지!(클릭하면 내용 0) 이런 글들이 도배되는 브런치의 현실을 보면서 과연 초창기 설립 취지가 지켜지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시사 관련 글은 거의 보이지 않고 분야가 한정되다 보니까 그냥 블로그처럼 꾸역꾸역 내 관심사만 써제낄 뿐 소통이 잘 안된다. 재미도 없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이를 작가로 영입하는 데 있어서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가끔은 브런치의 글 정리 메커니즘이 거의 386 수준으로 작동하는데, 삼행시나 5~6줄 정도 이른바 싸지른 포스팅도 주요 글로 분류해놓는걸 보고 그냥 할말을 잃었다. 카카오 내부에서 브런치가 수익이 제대로 잘 안난다고 다른 팀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이렇게 운영을 하는 건지.. 계속 이대로라면 네이버 블로그 혹은 네이트 판이랑 다를 게 뭔가 싶다. 공구 할게요~ 정보공유 할게요~ 시어머니가 글쎄 이번 명절에 저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등등.


네 저도 글 잘 못써요. 주목할만한 컨텐츠도 없고, 세계여행도 안 해봤고 비행기 값으로 술이나 더먹자는 주의라서.. 그래도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못쓰는 글 이리저리 짱구 굴려가며 고민하고 있고, 기사로 쓰지 못한 이야기나 생각들을 브런치에 새롭고 색다르게 쓰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해 볼거다. 자꾸 이념에 물든 키보드워리어들이 난입해서 '기레기 닥쳐'라고 하는게 좀 거슬리긴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현재 브런치팀은 과연 브런치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아무리 많은 글 노출과 조회수를 통해 수익구조를 고민한다쳐도 소수의 관심까지 포용하고 다양한 컨텐츠와 작가 섭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좀 보여주셨으면. 공짜로 사용하는 주제에 말 많아서 죄송합니다. 이게 다 애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니 이 글이 너무 오만방자한 듯 하여 반성문을 써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highstem/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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