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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Feb 14. 2020

그들만의 선거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보며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근데 4월 총선에 나오는 어중이 떠중이가 봉준호 감독의 출신학교 등 뭐라도 엮어서 숟가락 얹으려고 발악하는 걸 보면서 한숨밖에 안 나왔다. 본인들이 별 컨텐츠가 없으니 뭐라도 득을보려고 하는 건데 우리 정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경이다. 청와대에서 잠시 일하면 본인이 무슨 대단한 정치가이자, 우리나라를 바꿀 적임자라고 착각하게 되는 모양인데 전혀 아니다.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그 대단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어중이 떠중이가 자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장 몇번 돌고, 쩝쩝대며 오뎅이나 짜장면을 먹어대고, 봉사활동 나가서 도와주는 척 하고, 주민센터에 가서 누구를 만나서 현안을 청취하는 척 해 봤자 하나도 믿음이 안 간다. 그놈이 그놈이라 관심도 없다. 기자임에도 이번 총선이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 선거를 포기하면 민주주의에 반하는 적폐시민이 되는 것인가. 생각이 많아진다.


국회의원의 막강한 권한 때문일까. 선거철만 되면 자격 미달의 후보자들이 각기 나대면서 선거운동을 한다. 전략영입의 미명하에 소방관이나 청년 IT 기업 출신 전문가들을 영입한다. 전문성을 강조하며 딱 한번 국회의원을 시켜주는 것인데 결과는 어떠했나. 저번 총선 당시 전문가 TO로 들어온 국회의원은 다 듣보잡이 됐다. 김현아, 조훈현, 송희경이 그랬다. 정치의 영역은 개별 분야와는 또 달라서 아무리 한 분야에 전문가 혹은 거장이라도 국회의원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하고, 반대하는 세력과 부딪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치라면 저런 사람들은 그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의 전략공천, 인재영입은 공허하다. 제대로 알고 섭외하는 것 같지도 않다. 감동이 없고 뻔하며 한표를 더 얻기위해 눈속임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요새 유권자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어차피 국회의원들이야 국정감사 때 반짝 하는 거 말고는 도대체 뭘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지역구 눈치보면서 예산안 몇번 밀어넣고, 지역색에 맞는 정당 출신으로 나오면 3~4선이야 따놓은 당상이다(경선이 어렵겠다만). 보좌관, 비서관이 밤새서 질의문 만들어주고 갑질하면서 연봉 1억 넘게 받는 성공한 인생. 이 정도가 되면 과연 국가 전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재선을 위해 지역구만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 자신의 영속과 영달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소신의견을 펼치면 당과 다른 의견을 내지 말라고 핍박당하는데 과연 국회의원이 독립적인 정치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처럼 소신있게 자신의 뜻을 밝히지도 못하는 전체주의가 팽배한 지금에서 국회의원이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나? 인사청문회 혹은 국감 빼면 세금으로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도 모르겠는 국회의원을 300여명이나 둘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뽑을 수 있는 모집단이 부실한 상황에서 '투표 안하면 민주주의 시민이라 할 수 없다'는 명제는 미명에 불과하다.


메니페스토 운동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인물의 이름값, 당내 영향력을 보지 않고 후보자가 내놓은 정책을 보고 투표하자는 거였다. 근데 결과는 어떘나. 선거에 공약했던 정책은 2~3년이 지나면 폐기되는 일이 다반사다. 한마디 사과도 없다. 그냥 슬그머니 사라진다. 애초에 불가능한 사안을 내걸고 유권자를 선동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치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것이다. 한때 바람직한 투표자의 조건으로 매니페스토가 부상했던 적이 있지만 개소리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다. 후보자는 당선되면 화장실 갈때와 나올 때 다르게 말을 바꿔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믿을 놈 하나없고 '정책' 선거도 개소리에 불과하다. 차라리 '잘생겨서 뽑았다'는 일부 아지매들의 일관된 소신이 더 그럴싸하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젊은 피, 새바람, 새시대, XX 지역구를 싹 바꾸겠습니다라고 난리가 났던데 뭘 그렇게 새롭게 바꾸겠다는건지. 이 구호는 보통선거제가 일반화 된 시점부터 반복됐을 것이다. 뭐가 새바람이야 지부터가 구시대 사람인데. 진짜 인재가 없고 사람이 없는 시대다. 선택지가 쓰레기인데 그 중에서 골라야 하는 우리 유권자가 불쌍할 뿐이다.


걔중에선 나라를 바꾸겠다는 사명감에 투철한 이도 있을 것이다. 정치판에서 얼마간 굴러먹고, 판검사도 좀 해봤고, 언론판에서 좀 놀아봤고, 경제계에서 어디 협회 등 사장도 하다보니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보이고 본인이 좀더 나서서 하면 문제점이 고쳐질거 같으니까 나서는데 왜 하필이면 당신이 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법조인이야 넘쳐냐고 정치낭인도 즐비하며 청와대 행정관이야 수백명이 넘는데 왜 당신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것인지. 오히려 몇년간의 경험이 그들에게 근거없는 오만함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일부 정신나간 지지자가 몇마디 해주니까 힘을 내서 도전하는 것은 아닌지. 어차피 선거에서 처참히 떨어질 그들이 안쓰럽다만 깜냥도 안되는 이들이 나서서 대한민국 정치판을 흐리고 있는 작금의 세태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충분한 명분과 비전없이 나섰다가 운좋게 뱃지를 달고 존재감 없이 지내면서 세금을 축내는 치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이번 총선에도 그런 벌레같은 이들이 숱하게 당선될 것이다. 내 피같은 세금이 그들의 뒤틀어진 욕망을 위해 쓰일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하 진짜 이렇게 뽑을 사람이 없는데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갈수 있는가.


뽑을 정당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은 오만으로 가득 차 있다. 본인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칼럼을 썼다고 모 교수를 고발한 것을 보면 우리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운동권 특유의 자존심은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남탓만 하는 기형적 구조를 낳았다. 지금 우리 경제가 힘들다고 하면 "박근혜 때보다는 낫다"고 받아치는게 민주당이다. 아니 지금 누가 박근혜 얘기를 하나. 지금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힘들어 죽겠다는데 전 정권 얘기만 하면서 자위하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들이 과연 촛불 정권의 적통을 이어받은 치들인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든다. 뭐만하면 조중동 아웃, 적폐 세력, 검찰 비호 세력이라는데 지 식구 감싸기만 줄창 하다가 결국 폭망할 것이다. 지네편이 무슨 실수를 하거나 망언을 하고 사과하면 "신속한 대처 잘했다. 자한당과는 대처부터가 다르다"고 실드치는데 애초부터 실수를 안하면 되는건데 일부 지지층의 정신승리가 진절머리가 난다. 그냥 지능이 딸려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을 뽑을 수도 없다. 황교안 대표는 그냥 현실을 모르는 온실속의 화초에 다름아니다. 융통성도 없고, 현실도 제대로 모르는데 대표를 맡은 게 신기할 뿐이다. 떠밀려서 종로에 출마하는 쫄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공안검사의 피가 흐르는 그는 모든 사안을 안보로 본다. 복잡다단한 우리네 세상을 나와 적으로 구분하는 단순화 기법을 쓴다. 그러니 자꾸 똥볼을 차고, 말도 안되는 공천을 하며 일반 상식에 어긋나는 기이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다. 무조건 욕부터 하고 보는 민경욱 같은 천박한 정치인이나 이은재 같은 무식+뻔뻔한 캐릭만 가지고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민주당도 싫은데 한국당은 더싫다. 우리네 큰 정당이 저 두 개인데 유권자에게 거의 재앙 아닌가. 자중지란 바른미래당과 조국 사태 국면에서 줏대도 자존심도 없는 행태를 보인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그냥 뽑을 정당도, 사람도 없다. 오만한 태도로 문재인 대통령에 빌붙어서 먹고사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대로 정신좀 차렸으면 하는데 그 주체가 자한당이 되는 건 싫다. 이 모순된 감정을 지닌 사람이 굳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자꾸 정치인들이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상황에서 "투표를 꼭 해야 한다" "깨시민이 늘어나야 민주주의가 산다"는 얘기를 해봤자 먹히지 않는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질걸 알면서도 험지에 출마한다든가 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지 안위와 지 커리어를 위해 본인의 경험을 과대하게 팔아대며 세일즈하는 양아치들만 즐비하다. 이런 현실에선 정치 혐오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역대급으로 투표율이 낮게 나왔으면 좋겠다. 거대 양당이든 소수정당이든 본인들이 민심을 대표했다고 나대지 못할 정도로. 대통령 이름빨에 묻어가려는 양아치들이 모두 망했으면 좋겠다. 본인의 이름과 소신을 걸지않고 누구에게 기대려는 비겁자들이 본인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리티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선거가 다가오자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닌 이른바 '캐스팅보트'를 향해 구애하는 후보자들의 위선이 그려진다. 선거가 끝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관심도 안가질 종자들이다. 그러니 착각하지 말자.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다들 국가의 안위 혹은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기능하는 존재들이고 본인 지역구 빼고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아야 하는 우리네 처지가 처량하다. 4월 총선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다. 어차피 그들만의 선거고 그들만의 경쟁이다. 이름 값, 지역주의에 기댄 표 나눠먹기가 재현될 것이고 당선된 뱃지들은 거들먹거리며 선거운동 현장의 절실함을 잊을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같은 소시민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부조리를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디 이번 4월 총선에서 거대 양당 모두가 폭망하고 본인들의 현실을 반추하며 개선의 움직임을 보였으면 한다. 지겨운 이 정치판에 제대로 된 새바람이 불어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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