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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Feb 14. 2020

민주당의 임미리 고발이 뻘짓인 이유


글을 다 쓰고 발행하자마자 민주당에서 임미리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근데 그 내용이 재미나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

더불어민주당은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


본인들이 잘못 판단해놓고선 유감을 표한다고? 누가 누구한테 유감을 표하는 건지, 자아분열적인 모습이다. 또 임 교수의 과거 경력을 들먹이며 이번 고발 조치의 정당성에 대한 변명만 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출신성분인 것 같다. 어떤 활동을 했으니 이러이러한 사람일 것이라고 넘겨짚는 것이다. 폭력적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진보정당이 가져야 할 판단기준은 아니다. 아직 민주당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대중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였음을 허심탄회하게 사과해도 모자를 판에 자존심은 지키고 싶으니 유감 운운한다. 이건 사과가 아니다. 깐깐한 대중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더 웃긴것은 안철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소장은 장하성 현 주중 대사였다. 장하성도 정치적 목적을 갖고 BH에 들어가 정책실장까지 한 것인가? 말이 되는 근거를 갖다 붙여야지;; 한심하다.. 무슨 '김일성 X새끼 해봐' 이딴 방식으로 빨갱이 잡아내던 시절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악수를 두면서 민주당 혹은 진보가 추구하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국정농단 이후 2배 이상 차이났던 야당과의 지지율이 한자리수 차이로 줄어들고 참여연대나 민변 등에서 민주당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선거전이 불안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한 것은 민주당의 위기감, 불안함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하루빨리 철회하지 않으면 이번 고발은 민주당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남을 것이다.


임미리 교수는 지난달 29일 경향신문 기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사태 당시 시민들이 든 촛불이 바람직한 개혁으로 이뤄지길 소망했지만 민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기존 구태정치를 답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고한 거대 양당 체제가 정신차릴 수 있도록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해당칼럼이 공직선거법 제 58조의 2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이다.


제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호별로 방문하여 하는 경우

2.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하는 경우

3.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

4. 현수막 등 시설물, 인쇄물, 확성장치ㆍ녹음기ㆍ녹화기(비디오 및 오디오 기기를 포함한다), 어깨띠, 표찰,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하여 하는 경우(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ㆍ사진 또는 그 명칭ㆍ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나타내어 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민주당이 문제삼은건 3번째 항이다. 임 교수가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투표참여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보면 맞는 얘기인데 현실에 적용하면 해당 조항은 해석에 있어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선례가 된다. 2004년 노 대통령은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발언했고 야당은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탄핵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기각했는데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았고 계획적 혹은 능동적인 선거 개입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임 교수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SNS상에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임 교수는 공인이고, 경향신문이라는 저명한 언론을 통해 의사를 피력해서 일반인과 다르다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공직선거법 자체가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고발당할 가능성이 생긴다. 정당이 법을 근거로 아무나 고발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셈이다.



진보가 꾸준히 주창해온 표현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부정하면서 민주당은 스스로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촉발한 낙선운동에 대해 민주당은 한결 같이 옹호하는 논리를 펴왔다.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좋은 정치인, 좋은 정당을 고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본인들을 겨냥하자 법을 들먹이는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통 이런 찌질한 행동, 사소한 것에 목숨거는 행위는 자유한국당이 해오지 않았나. 민주당이 왜 스스로 나서서 자한당을 따라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 민주당은 줄곧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힘을 빼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고발건은 오히려 사법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 민주당의 고발을 통해 일벌백계의 분위기를 심어 선거 전까지 당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는 의도였겠다만 오히려 대중의 입을 막으려는 오만한 행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 프레임이 중요한 거다. 진중권 김경율 권경애 등이 앞다투어 '#민주당만 빼고'라는 해시태그를 돌리고 있다. 수많은 진보 지식인들도 이에 동참하는 추세다. 상황이 좋지가 않다. 일부 경향신문 독자만 봤던 칼럼을 스스로 나서서 홍보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과연 충분한 내부 토론과 논의를 거쳐 고발을 결정했을까. 그런거 같지가 않다. 이낙연 전 총리는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고발건은 문제가 있다"면서 "취소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했다. 더민주 소속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홍의락 의원 역시 "민심은 민주당을 자유한국당과 비교하지 않는다. 더구나 스스로 검찰을 하늘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부에서도 이렇게 비판이 나오는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해찬 대표의 독선적인 리더십, 꼰대같은 고집이 당의 눈을 흐리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좀더 여유롭게 보여야 한다. 속으로는 필사의 노력을 다하더라도 겉으로는 긴장한 척, 떨리는 척 하면 안 된다. 하수의 전형이다. 아무리 지지율이 좁혀지고 있더라도 아직도 10%p 가까이 차이가 나지 않나. 황교안으로 대표되는 야당은 하루가 멀다하고 삽질을 하면서 정권 견제용 총선 지지율을 스스로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괜히 자폭할 필요는 없다. 민주당은 빨리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철회해야 한다. 득보다 실이 크며, 선거 국면에서 지속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잘못된 결정이다. 한 교수가 신문에서 민주당 찍지 말자고 했다고 국민들이 우르르 민주당 안찍겠나. 각자 근거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민의 자율성을 폄하하고 무시한 처사가 이번 고발건 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참을 만큼 참았다"며 이번 당의 결정을 옹호하던데 글쎄. 내가 보기엔 당신들은 훨씬 더 참아야 한다. 무릇 고수란 그런것이다. 듣기 싫고 더러워도 웃으면서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것.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스러운 모습, 검찰을 욕하면서도 자신들에게 피해가 되는 사안에선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 당 내부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모습, 과거와 말을 바꾸는 모습 등이 민주당의 현실이다. 제1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하루 빨리 되찾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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