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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Mar 31. 2020

미래통합당의 대변인 인사에 부쳐


돌발 질문 한번에 야당 선대위 대변인 맡았으면 정말 남는 장사인 것 같다. 경기방송 김예령 선배님은 회사를 떠나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직을 맡게 됐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직접 영입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 선배님은 각본 없이 진행되는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물었다. "현실 경제가 얼어붙어 있고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 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고,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했다. 당시 나도 영빈관 기자회견장에 있었는데 질문을 들으면서 "에잉 갑자기 무슨 말이지" 싶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똑같은 질문이 그 선배님 발언 전에 수도 없이 나왔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이번 정부의 3대 경제 정책에 대한 질답이 계속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그 선배님의 근자감 운운은 계속 나온 얘기를 좀더 자극적으로 한거 뿐이었다. 결국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라는 점은 오늘 제가 모두에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렸다.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후 그 선배님은 지지자들에 의해 신상이 털렸고 욕을 먹었다. 극렬 지지자의 행태도 문제지만 나는 질문 자체도 그다지 참신하거나 좋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알맹이 없이 본인의 패기만 드러내려는 의도처럼 보였다. 


1년에 몇번없는 대통령과의 문답자리인데 좀더 교묘하고 계획적인 질문으로 대통령의 속내를 끌어내야 하지 않겠나. 설익은 질문으로 인터뷰이의 마음을 닫고 본인만 부각됐다. 



너무도 죄송하지만 나는 기자회견에서 그 선배님의 성함과 존재를 처음 알았다. 관심이 생겼고 기사를 열심히 찾아봤는데 도무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 질문 한번으로 전 국민적 관심이 생겼다가 바로 사그러들었다. 그러던 그 선배님은 갑자기 자신의 신년기자회견 질문이 경기방송 재허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일부 사람들로부터 참기자라는 호칭을 얻었다. 방통위는 그 선배님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모르겠다만 경기방송은 이미 방통위의 심사 기준 점수 미달, 경영 투명성 및 편성의 독립성 제고 등을 위한 개선계획의 미흡, 방송법 위반상태 지속, 대표이사의 경영권 제한,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 허위 자료 제출, 편성의 독립성 문제, 협찬 수익 과다 등의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었다. 친일막말 간부를 폭로한 내부고발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그런 회사였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그 선배님의 한마디로 경기방송이 정권의 탄압을 받아 공중분해 됐다고 믿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이번 정권이 얼마나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데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대통령을 공격했다고 그 기자 혹은 그 기자가 몸담은 회사에 대놓고 불이익을 가하겠나. 그 선배님은 놀라운 세일즈 능력을 보여줬고 침몰하는 회사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했다. 동시에 정권에 의해 부당한 피해를 입은 정의로운 기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정말 질문 한번으로 인생이 바뀐 케이스다. 묵묵히 열심히 하는 일반 기자들만 바보가 되는 황당한 현실.


김 선배님은 앞서 미래통합당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를 신청하고 면접을 진행했으나 탈락했다. 당시 선배님은 "주변에서 그런(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용기로 제도권에 들어가서 할 말을 시원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또 "23년 기자생활을 했지만 질문 하나에 흔들리는 게 너무 무력했다. 결국 제도권 안에 들어가 싸우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회사 사정을 알면서 본인 장사를 위해 이렇게 말했다면 국민 기만이다.


나는 그 선배님의 사례를 보면서 미래통합당이 명확한 인사검증없이 떠도는 소문과 이미지만으로 사람을 쓰고 있다고 확신한다. 본인들만 정의라는 오만한 민주당과 그보다 더 오만한 열린민주당도 싫지만 미통당보다는 그나마 일을 잘하는 것 같다. 뭘해도 어색하고 어설프고 한수 앞을 보지 못하는 미통당도 이제 좀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이미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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