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dy Apr 04. 2020

지 맘대로 언론개혁?

아 네네...


검찰-언론 유착이 다시 화두가 되는 모양이다. 채널A 법조기자의 그릇된 취재 관행을 비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MBC가 깐 녹취록을 읽어보는데 내가 다 민망한 수준이었다. 취재할 때는 때로 이런 허세가 필요하기도 하다만 도를 넘었다. 그러나 여기서 이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진짜 채널 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와 어떤 관계냐는 거다. 


MBC는 이 부분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냥 그 기자가 한 말만 보고 "옳다구나 걸렸다" 하고 질렀다. 채널 A 기자의 허세 취재는 언론윤리 위반으로 지탄받아야 한다. 근데 이게 얘기가 되려면 그 기자와 검찰과의 유착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MBC는 이 부분을 그냥 얼버무리며 처리했다. 박성제 MBC 사장은 "이거야말로 단독입니다! 우리는 받아쓰지 않습니다!"라고 정신승리했던데 그냥 할말을 잃었다. 제대로 연결고리를 확인해서 보도를 하든가.. 박성제 사장은 보도국장 재직 당시 라디오에서 "조국 수호 집회에 100만명이 참석했다. 면적 계산하고 그러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경험 많은 사람들은 감으로 안다"라고 했던 인물이다. 할많하않...


최강욱, 황희석 씨를 비롯한 열린민주당 사람들은 MBC 보도에 흥분했다. 신라젠 전 대주주이자 7000억 원대 불법 투자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600억 원대 불법 투자를 유치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총 14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입에 한낱 허수아비처럼 휘둘리고 있다. 이철 대표를 대리해 채널A 기자를 만나고, MBC에 이를 제보한 지모씨는 사기횡령 전과범이다. 언론과 검찰 구속자를 이어주고 재미를 보는 언론 브로커로 유명하다. 결론만 말하면 이번 채널A-검찰 유착 의혹은 언론개혁 필요성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끝날 확률이 높다.


시류를 맞춰 대구지검 진혜원 검사가 경향신문 B 기자에게 위협을 당했다고 녹취록을 올렸는데 내용을 보니까 그냥 사실확인 수준이었다. 감찰 받으셨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이 맞냐는 수준. 요새 분위기는 이렇다. 만약 검사가 감찰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기자가 취재했다. 해당 검사에게도 크로스 체크하고,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화를 해서 확인하면 '기자가 검사 협박한다'고 한다. 당사자에게 확인을 하지 않았으면 "기레기가 한쪽 얘기만 듣고 쓴다. 친검 기레기" 하고 욕한다. 해당 검사가 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며 "윤석열에게 들었지? 검언유착 아웃!"이라고 한다. 또 한쪽에선 "검사가 감찰을 받는다고? 윤석열 체제가 되니 검사 비리가 판을 친다"고 곡해한다. 그러니 모 타사 선배의 말대로 욕 안먹으려면 '그냥 손 놓고 있는게' 답이다. 


경향신문 입장


그런데 이를 어쩌나. 평소 '미담' 혹은 '지금 시국이 힘든데 언론이 좀 도와줘' '박기자 여러번 우리 깠으면 몇번은 좋은것좀 써줘' 하면서 정부 관계자들이 흘리는 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대부분 정부에 좋은 사례나 얘기들이다. 검언 유착은 적폐언론의 전형이고, 검찰을 뺀 정부-언론 유착은 아름다운 유착인가? 국익을 위한 건가? 왜 검찰받아쓰기 가지고만 난리 부르스를 떠나. 정부가 흘리는 건 왜 아무도 꼬투리를 잡지 않는가. 우리 기레기들은 검찰만 받아쓰는게 아니고 모든 정부부처를 받아쓰고 있다. 물론 잘못하는 건 또 지적을 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출입처와 관계를 잘 유지해야 단독도 발굴할 수 있다. 기자는 영업직이라서다. 근데 왜 하필 검찰만 타겟을 잡느냐 말이다.  


난 그래서 조국 사태부터 불거진 언론개혁의 목소리에 절반만 동의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언론사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직후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적이 있다. 다만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을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달라”고 했다.  2012년 11월 영국 수상 데이비드 캐머런도 의회에서 “언론규제를 위한 법을 만든다면 영국은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국 의회는 수백 년에 걸쳐 민주주의의 보루였다. 의원들은 그 강을 건너기 전에 매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신중치 않은 입법으로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은 언론자유와 자유언론을 수백 년 동안 지켜온 의회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정부의 기자실통폐합이 실패로 끝난 것은 언론권력의 압박 때문만은 아니다. 양정철 당시 비서관이 주도한 기자실통폐합은 오히려 일부 메이저언론사에게 힘을 더해주는 패착을 낳았다.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부터가 '우리에게 좋은 기사만 쓰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러니 언론개혁은 정부가 주도하면 안된다. 많은 이들이 언론개혁의 명확한 방향은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그냥 언론개혁만 외치고 있다. 이건 너무 무책임한 거다.

 

입이 아플정도로 언론의 자기개혁은 필수불가결이다. 나를 포함해 쓰레기 같은 기자가 너무 많고, 정부과 기업을 털어먹으려는 언론사가 부지기수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소수의 매체로 구성된 카르텔이 낳은 ‘갑질’ 문화가 여전하고 대기업 사장에게 자녀의 취업을 청탁할 만큼 일부 기자는 염치도 없다. 대중을 무시하고, 가르치려 드는 오만한 태도는 ‘기자 양반’이라는 조롱을 낳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얄팍한 옛날 지식에 사로잡혀 안주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오보를 내고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 아니면 말고식의 황당한 보도는 분명 혁파되어야 한다. 그러니 한국기자협회나 한국언론진흥재단,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나서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론화하고 준칙과 기준을 만든 뒤에 이를 강제할 만한 법안등을 내놓고 실제로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언론의 폐단을 막고 언론이 사회의 공기로 제대로 기능할 기제를 깊은 호흡으로 고민해야 한다. 검찰 받아쓰기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 물타기를 하면 안 된다. 그냥 자기 세력, 자기 진영의 의견과 다른 기사를 썼다고 기레기라고 욕하고 언론개혁해야 한다는 헛소리가 자꾸 언론개혁으로 탈바꿈하는 게 너무 짜증이나서 하는 소리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한겨레 기자 출신)이 주도해 열린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3가지 언론개혁 방향은 그런 측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골자는 세가지다.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가 고의로 진실을 날조할 경우 실제 손해액을 훨씬 넘어서는 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가 된다. 근데 애매한 게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어떤 사안에 대한 진실은 어떻게 밝혀질수 있는가? 모르고 한 실수와 악의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가?


사건이 발생하면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엇갈린다.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면 기자들은 경찰을 취재해 기사를 쓴다. 이게 검찰로 넘어가고 법원으로 향한 뒤 1심 2심 대법을 거쳐 최종 판결이 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판단한 혐의가 무죄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대법원 판결을 최종 사실 혹은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대법원만이 진실을 판단하는 주체가 될 수 있나? 대법원이 틀릴 경우는 어떻게 하나?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인 ‘삼례3인조’는 최근 재심을 받아 무죄가 확정됐다. 과거 경찰의 묵인수사가 낳은 폐해였지만 덩달아 대법원도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대법도 틀릴 수 있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런 조건을 명확히 인식한채 '진실'과 '고의'를 명확히 규정해야 비로소 실생활에 안착할 수 있는 제도다. 아무리 총선을 코앞에 뒀다고 해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보방지법 제정에는 동의한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악의적인 허위보도가 아니더라도 중대과실이 있는 오보에 대해서는 언론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1면 톱으로 내보내고도, 첫 방송으로 내보내고도 정정 보도는 손톱만큼만 내보내는 인색함이 더이상 통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잘못된 오보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분량의 정정 보도가 이뤄지는 게 맞다. 언론 피해를 신속하고도 전폭적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언론소비자보호원(가칭)을 신설하겠다는 게 열린당의 주장이다. 이건 맞는 얘기다. 현재 언론보도에 일반인이 대항하는 방식은 고소 혹은 언론중재위밖에 없다. 언론중재위가 법관, 전직 언론인, 언론학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어 새로운 시대변화에 발맞춰 가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맞다. 새로운 오보 방지 기관이 생기면 기자들도 오보를 내지 않기 위해 한번더 확인하고, 고민할 것이다. 열린당은 마지막으로 종편의 막말 편파 방송 제재의 필요성을 거론했는데 이것도 맞다. 


다만 이 세가지만으로는 언론개혁이라 하기 너무 부족한 감이 있다. 미국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우리들이 멋모르고 무조건 추켜세우는 미국의 언론도 기자나 PD들이 촌지, 향응뿐 아니라 마약까지 제공받았던 타락한 시절이 있었다. 또 언론사가 특정 정당의 대변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지금 한국이 딱 그짝이다. 굳이 조선일보 얘기만은 아니다). 그러나 1950년대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허친스 보고서' 발표 전후로 많은 언론사가 언론윤리.실천강령을 제정해 자율 개혁의 성과를 냈다. 뉴욕타임스는 내부 지침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거의 결벽증 환자에 가까울 정도의 청렴성과 성실성을 요구한다.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를 뉴욕 타임스의 '콧대'라고 부른다. 결국 위에서 언급했듯이 언론계 자체의 자정과 노력 없이는 언론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그래도 이 한마디는 해야겠다. 언론개혁이 모든 사회문제의 답이다, 언론이야말로 사회의 악이며 이 악만 척결하면 우리 사회가 살기 좋아진다는 소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언론개혁을 외치는 목소리 가운데 일부는 본인들의 잘못과 패착은 잊은 채 기자 혹은 언론사만 지적하는 경향이 짙다. 겉으로는 이성적인 척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냥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시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데 이미 속지 않은지 수십 년이 됐다. 우리 쪽에 유리한 기사 쓰면 참기자, 그렇지 않으면 기레기이자 언론적폐라고 힐난한다. 정치권의 문제, 시민단체의 문제, 때로는 일부 대중 자체의 문제까지 언론에 덧씌우며 외신만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몰상식한 행태까지 언론개혁의 근거로 들이밀 필요는 없겠다. 바꿔야 하는 건 맞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는 바뀌지 않기 위해 기자와 언론사가 더 성찰하고 고민해야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래통합당의 대변인 인사에 부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