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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pr 06. 2020

행복


온라인뉴스부에 오면 이런저런 사고 기사를 많이 읽게 된다. 주말새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70대 남성이 등산을 하다 낙상해 사망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년 여성은 갑자기 덮친 차에 치였다. 산불이 났고, 배달 가던 대학생이 10대 무면허 아해들이 모는 차에 사고를 당했다. 소중한 한 생명이 그렇게 허망하게 갔다.


나는 죄스럽다. 재택 근무라 내 방에 앉아서 통신사 기사를 연신 클릭하며 그들의 불행을 목도한다. 참 별의별 사고가 다 있구나 하고 막연히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기사를 읽고 얘기가 크게 안 된다며 넘긴다. 그러면서도 나한테 저런 일이 은연중에 닥칠수 있겠지, 생각한다. 다만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들도 평소처럼 길을 나섰을 터다. 먹고 살기 위해서든 여가를 위해서든 집을 떠났는데 운 나쁘게 그들에게 일이 터졌다.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들의 억울함을 담아내기엔 원고지 2매가 너무 짧다. 허망하고 원통한 마음이 기사를 넘어 내 마음으로 알알이 쏘아 박힌다.


코로나 사망자가 200명을 향해 가는데 근교 공원에는 젊은 커플과 친구들로 가득 찼다. 사진 기자가 찍은 사진에는 마스크를 한 커플 수십여명이 여의도 근처 벚꽃 길을 걷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 달을 넘어가며 다들 많이 지쳤다. 견디고 견디다 뛰쳐 나온 이들을 향해 '안전불감증'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다만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은 살랑대는데 즐겁게 꽃놀이 하는 이들의 반대편에 코로나로 사망하신 분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떠올라 괜시리 볼멘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요새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책 팔아 먹거나 돈 벌려고 방송에 나오는 사이비들이 연신 외치는 개소리 말고, 진짜 행복이 뭔지 행복하게 사는 법이 어떤 건지 고민한다. 자신조차 행복하지 않으면서 대중을 가르치려는 셀럽들의 불행을 생각한다. 또 자기계발 서적의 공허함과 행복해 보이려 안간힘을 쓰는 많은 중년들의 발버둥을 목도한다. 내가 감히 평가할 건 아니다만 나를 포함해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최근 내 주변 사람들이 하늘나라로 간 일이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도 잘 안 나왔다. 앞길이 창창한 친구들이 그렇게 먼저 떠났다. 그들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에 너무 미안하게도 지금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불행을 보고 교훈을 얻는 내 자신이 쓰레기 같아서 가슴을 치면서도 계속 그런 상념이 났다. 재수가 없다면 난 내일도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자고.


근데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건지 잘 모르겠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고 군대를 마치고 취직해서 8년째 빌어먹고 있다. 그냥 너무나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이렇게 사는게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건지 잘 모르겠다. 모든걸 버리고 세계 여행을 떠나는 삶만이 행복한 건 아닐 것이다. 내가 하고 싶던 소설가가 되면 행복할까? 등단 후에도 너무나 불행하게 사는 작가들을 많이 보았다.


집이나 차를 사면 행복할까, 월급이 1000만원을 넘으면 행복할까. 승진을 하면 행복할까, 최순실 게이트급 특종을 쓰면 행복할까. 다들 이루지 못한 것들이라 어떤게 행복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성과로 행복을 치환하는 게 어리석은 걸 안다. 더 높은 등급, 더 많은 재화를 탐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뭐라도 기준을 세워야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헛된 기대 때문에 매번 더 높은 욕망을 꿈꾸게 되는 것 같다.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부딪치면서 행복이 뭔지 찾아야 되는데 바쁘고 지겹고 힘들어서 그럴 힘이 나지 않는다. 병든 닭처럼 무기력하게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이렇게 평생살다 죽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면 좀 무섭다.


오늘도 기사를 몇개 갈겨쓰고 술 마시고 집에와서 천장을 보며 읖조린다. 나는 진짜 행복할 수 있을까. 굳이 남들이랑 비교할 거도 없이 내 자신이 만족하면서 살고 싶다.


집에 오다가 라디오를 들었는데 한 청취자의 사연이 가슴을 때렸다. 수년간 고시원에 살다가 취직후 돈을 모아서 이사했는데 창이 있는게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그 조그마한 창문 밖을 바라봤다고 했다. 가슴이 먹먹해서 계속 생각났다. 그분이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며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한줄기 햇살처럼 나도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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