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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Mar 13. 2020

회장님의 편지


경남 창원 소재 호텔인터내셔널 윤영호 회장은 최근 그의 호텔에 묵고 있는 의료진에게 편지 한통을 보냈다. 호텔에는 각지에서 모인 코로나19 방역·치료 의료진 170여명이 머물고 있다. 윤 회장은 의료진의 노고를 기리며 공짜로 숙식을 제공해왔다. 그러다 호텔 내 입점한 웨딩업체가 지속적으로 지방정부에 민원을 냈고, 결국 의료진을 내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호텔인터내셔널의 2018년도 당기순손실은 19억원에 달한다. 매출에서 임대료 수입은 9억8000만원에 이른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매출 대부분을 예식업체에 대한 임대료 수입으로 올리고 있다. 윤 회장이 예식업체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이유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윤 회장은 직접 편지를 썼다. 그 글자 하나하나에는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표할 수 있는 고마움과 경의, 미안함과 응원이 집약돼 있다. 솔직하고 담담한 마음을 읽어내는데 눈물이 났다. 윤 회장은 '예식 임대업주를 설득하지 못해서 제가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 따위로 무너질 수 없는 따뜻한 사람의 심성, 그 겸손한 향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갑질하기 바쁜 무늬만 회장님이 있으면 이렇게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고마운 CEO 분도 계시다. 사진을 찾아봤는데 너무나 인자하신,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인상이셨다.


웨딩업체만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로 벌이가 줄었으니 어떻게라도 먹고 살아야 할 거다.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야하는 서민일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게 범람하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서로 누구 탓을 하기가 어렵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여기저기서 실언을 하고 다니는 처참한 상황에도 시민들은 서로 보듬고, 미안해하고, 응원하며 코로나를 견뎌내고 있다.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 또 스스로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윤 회장님의 그 성정을 제발 일부 치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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