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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Dec 15. 2020

착한 받아쓰기와 나쁜 받아쓰기

그리고 기자단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214&aid=0001086059


어제 MBC 저녁 뉴스에 우리 회사 관련 보도가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라는 회사가 우리 회사 창간 기념 행사를 맡았다. 조각가 자코메티의 전시였다.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했는데 당시 개막식때 장차관들과 기업인 여럿이 참석했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그 행사와 관련해 게임사 2곳에서 5000만원을 우리 회사에 후원했는데 이 가운데 4500만원이 코바나컨텐츠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우리 회사 관계자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는 거다. 


내가 다니는 언론사라고 비호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만약 김건희 씨가 범죄를 저질렀고 우리 회사가 연관됐다면 당연히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한다. 압수수색을 포함해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다만.


그런데 하나 궁금한 건 있다. 해당 기사를 보면 검찰발이다. 검찰이 누구를 불러서 무엇을 물어봤고, 소환된 당사자가 어떻게 대답했는지까지 소상히 보도됐다. 검찰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기사다. 이른바 검찰 받아쓰기 기사다. 그런데 이 기사에 대한 민주당 혹은 daum 댓글 반응이 신기하다. '역시 언론사는 MBC밖에 없다' '기레기들 이런 참기사나 보도하란 말이야' '역시 김건희 언론사와 결탁했네. 윤짜장도 이젠 끝이다!' 'MBC만 믿고 간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 쪽 사람들 얘기도 똑같았다. 


좀 이상하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원의 대공 정보를 경찰에 넘기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찬성토론에서 돌연 "법조기자가 다 받아쓰기만 한다"고 했다.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쓴다는 거였다. 이번 MBC 기사는 명백히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쓴 기사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한다. 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기사라서다. 내편이 아니고 저쪽편을 공격하는 기사니까 검찰 받아쓰기를 하든 뭐하든 상관없이 좋은기사 참 언론사라고 추켜세운다. 내로남불을 떠나서 그냥 정신이 나갔다. 


이쯤되면 민주당 혹은 극렬한 대통령 지지자들이 외치는 언론개혁 혹은 기자단 해체의 본질이 보인다. 그냥 우리편 보호하면 참 언론이고, 공격하면 토착왜구이자 언론적폐라 개혁대상이다. 검찰 받아쓰기 없애야 한다면서 받아써서 우리편에 이득이 되면 입을 다문다. 이쯤되면 좀 역겹기까지하다. 애초에 그냥 우리편 공격하지마 하면될 것을 무슨 사회 정의를 따지는 코스프레를 하니...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티는 내고 싶고 정의로운 척도 하고 싶은데 같은 편의 허물은 감싸고 도니 욕심쟁이도 이런 욕심쟁이가 없다.


기자단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이참에 법조기자단 포함해서 출입기자단 다 해체하는 게 좋겠다. 쌍팔년도 방식인 출입처 문화 혁파하고 존경하는 미쿡 영쿡 일본 유수의 언론사들처럼 각자가 관심있는 분야 자력으로 취재해서 멋진 피처 기사를 쓰도록 하는게 좋겠다. 각 언론사가 기자실비를 따로 부담하는데 마치 세금에서 나가는 양, 무슨 대단한 혜택이라도 주는 양 운운하는 꼴이 더럽고 같잖고 치사하니 그냥 기자단 다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


대신, 홍익표 씨 같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권력자 공직자들은 기사가 틀리지도 않았는데 전화와서 제목이나 내용 고쳐달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이에' '내가 니네 회사 누구랑 친한데' 운운 또는 협박하는 행태도 그만해야 한다. 본인 의원실서 만든 조악하고 구린 자료를 MBC 등 일부 친 여권 매체에 생색내듯 던지면서 써 달라고 하지 말아야 겠다. 본인들 정책 홍보하려고 하는 기자회견은 모든 언론을 다 초대하시고, 대통령 순방도 공정하게 13만 기자를 대상으로 추첨으로 해야 한다. 빵꾸나도 뭐 어쩌겠나. 그게 민주당과 문빠들이 말하는 언론개혁 아니겠나?


언론의 받아쓰기가 문제라면 검찰을 포함한 모든 기관이 그냥 보도자료를 내지 말아야 한다. 부처 혹은 공공기관 마다 1주일 간 수십개의 '우리 너무 잘했어!' 자료를 뿌리대면서, 일부 자료는 꼭 써달라고 부탁하면서, 엠바고까지 지네가 다 정해놓고 홍보해대는 거는 왜 말 안하나? 국회를 포함해 정부부처 기자실 다 없애라. 기자실 간다고 기사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깟 기자실 왜 가나? 기자들이 본인들 최고위원회의 들어가서 같잖은 모두발언 써주면 국민들이 좋아하나? 당신들만 좋지. 


대신 기자단 없어지면 당신들이 하는 얘기들 내놓는 정책들, 말도 안 되는 소리 왜 기사로 안나오냐고 징징대지 마시기를. 본인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기자단을 십분 활용하고 통제해왔으면서 무슨 대단한 정의의 사도인 양 나서는 꼴이 참 같잖다.


물론 지난해 조국 사태는 분명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느낌이 있었다. 보수 진보 언론 막론하고 조국 의혹을 파헤쳤고 일부는 사실로, 일부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거짓으로 드러난 부분은 조 전 장관이 소송을 걸고 있으니 언론사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는 당시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불리던 공인이었다.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그와 관련한 기사가 쏟아진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 비해 윤석열 장모와 부인 관련 기사 숫자가 기계적으로 비교해 적은 건 맞다. 언론사들이 더 파헤쳐야 한다. 


그와 별개로 MBC 기사에는 받아쓰기 얘기 안하면서 본인들의 이익에 따라 받아쓰기 운운하는 세치 혀는 좀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착한 받아쓰기와 나쁜 받아쓰기로 기사를 구분하는 당신이야말로 정파에 따라 팩트와 사실을 호도하는 세력이라는 걸 좀 공부를 하시고.. 극렬 지지자분들의 댓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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