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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Dec 22. 2020

유명인의 자녀로 산다는 것


폭주기관차 같은 문준용씨의 페이스북은 마치 유명인을 아버지로 둔 자녀의 '내가 내 힘으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이룬 성취인데, 왜 또 아버지 얘기를 하느냐'는 절규처럼 들린다. 대통령의 아들보다 예술가로 불리고 싶다고 온몸으로 외치는 것 같다.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문준용씨가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그의 작품 수준과 가치가 어느 수준인지 잘 모른다. 명문 디자인 학교를 나왔고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회도 여러번 했다고 들었다. 


다만 그의 실력과 노력, 성취의 인과 관계를 명명백백히 따질 수 없듯, 변호사-국회의원-당 대표-대통령을 거치고 있는 아버지의 후광이 그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못 박기도 어렵다. 그러니 "내 작품, 대통령 아들이기 전부터 인정 받았다"는 준용씨의 외침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다. 마흔 가까이 살아온 모든 나날이 준용 씨를 만들었고, 그의 작품엔 이러한 그의 인생이 담길텐데 아버지를 아무리 부정해봤자 결국은 본인을 부정하는 것이라서다. 


대한민국서 대통령의 아들로 살기 얼마나 숨막힐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호시탐탐 약점을 노리는것도 많다. 다만 그런 준용 씨를 부러워하며 하루하루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춘도 많다. 페북을 통한 그의 억눌린 자아찾기 여정이 젊은이들의 박탈감을 더 심화할까 두렵다. 내가 그였다면 애초에 손톱만큼이라도 논란이 될 행동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겁한게 아니고 현명한 거다. 그 길에도 분명 예술가 문준용을 찾을 방법이 있었을 터인데..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숙명을 주체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잡아먹히는 듯하여 안타깝고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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