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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Dec 31. 2020

노영민 비서실장의 퇴임에 부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9년 1월 14일 현안점검회의에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개별적으로 언론 대응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임 임종석 실장 체제에서 청와대의 메시지가 산발적으로 보도되면서 국정 운영에 혼란을 빚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참모들은 기자들과의 약속을 다 취소했다. 결과는? 오히려 청와대발 단독이 더 많이 쏟아졌다. 누가 기자에게 말했는지 색출이 이어져도 단독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통을 막으려는 헛된 시도의 말로였다.


노영민 실장 취임 이후 참모들 사이에선 페이스북도 조심히 하거나 끊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돌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이라는 80년대 구호를 기치로 왕성히 페북 활동을 했다. 주로 '우리 잘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통계에 접목시켜 자찬하는 내용이었는데, 관련 자료를 비서실장실에 보내야 해 직원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했다. 그나마도 그래프를 왜곡해 올려 물의를 빚었다.



출입 기간 동안 노 실장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음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겠지만 내부 기강 잡기만 바빴지 국회와 야당, 언론과 소통하며 국정을 주도한 사례를 듣지 못했다. 대신 국회에 나가 북한 핵실험 횟수를 잘못 말한 것, 반포 대신 청주 아파트 매각 해프닝만 화제가 됐다. 참모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에게 한마디 못하는 노 실장의 스타일이 답답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소신있게 할 말은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거였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5&aid=0001295361&fbclid=IwAR2F1eBLZnOp5qbJcwpai-23sKxZ-Ai2f4S03K_mAVGbAlJ3wbJy1IQGZj0


나는 노영민 실장의 스케쥴을 정보공개청구한 적이 있다. 일정 뿐 아니라 회의록과 비서실장실 구성 등도 청구했다.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계속 냈다. 담당자께 죄송했지만 그가 정말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그가 비서실장을 하면 안됐다고 생각한다. 넓은 가슴과 그릇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국회와 언론, 청와대를 아우르는 그런 큰 인물이 그 자리를 맡아야 했다고 본다. 그는 청와대를 떠나며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도 매우 크다는 것 때문에 죄송스럽다”고 했다. 진심이 담긴 말인지 궁금하다.


실장 재직 중에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충북에 많은 힘을 쏟으셨던 실장님은 아마 다음 충북지사 선거에 나오실지도 모른다. 반포대신 청주집을 팔았지만 '죄송했다'고 하면 상황이 정리될지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부디 그때는 도민들과 소통하며 담대함을 가지고 도정에 임하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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