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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an 06. 2021

JTBC 신년토론 2부 관전평


난 원래 검찰개혁 얘기를 주로 다뤘던 JTBC 2021 신년토론 1부를 리뷰하려고 했다. 넘나 기대하면서 라이브로 보다가 시청자 전화 연결하는 순간 소리를 질렀다. 거의 곧바로 TV를 껐다. 시청자 정경희 씨.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로 시작할때부터 불안했는데 "손석희 아나운서같이 핸섬한 분이~~ 다시 돌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검찰개혁이라는 주제가 잊혀질 정도로 그냥.. 엄숙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약간 부끄러워 하는 말투하며.. 와우.. 


그래서 어쩔수 없이 1부를 건너뛰고 2부를 열심히 보았다. 총평은 1. 좀 재미없었어도 품위가 있는 토론이었다 2. 하도 여기저기서 고민정 내공없고 못한다고 했는데 생각외로 괜찮았다 3. 어차피 진보쪽에선 이재명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알수 있었다고 정신 승리하고 있다. 보수 쪽에선 원희룡 무게있다 + 황보승희 논리적으로 말 잘한다, 정도로 정리되는데 내가 볼때는 누가 이기고 누가 졌다기 보단 그냥 서로 이해하고 서로 할말은 다한 좋은 토론이었던 것 같다. 말 중간에 끊고, 화내고, 역정내고, 상대의 치부를 들추며 싸우는 다이내믹한 재미는 부족했지만..


대학교 때 토론동아리, MBC 시민논객을 거치며 무수한 토론을 보아온 결과 느낀 것은 토론이 살아있으려면 결과가 예측 가능하면 안된다. 패널이 무슨말 할지 예상할 수 없으면 제일 좋고 그게 아니면 '티키타카'가 오가면서 자신이 몸담은 정당 혹은 진영 논리와 다른 말을 하거나 상대 패널의 말에 동의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재미있다. 결론을 이미 내놓고 나오면 재미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난 원희룡 제주지사가 당내 소장파로서 이명박근혜 사면론 등에 반대하는 모습이 좀 신선하고 좋았다.


우선 이재명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고민정 민주당 의원 넷 다 말을 차분히 잘하고 준비도 많이 한 기색이 역력했다. 1부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이를 반박하려다 보니 논리적인 설득이 좀 부족해 보였는데 2부에선 KDI나 외국 사례, 통계를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토론 전략이 많이 쓰인 것 같다. 주제별로 한번 살펴보며 내 생각을 남겨 보겠다. 토론 안 보신 분은 유튜브에 있으니 한번 보고 오시는게..



1. K-방역 잘하고 있나


고민정 의원이 "실패를 말하는건 아직 코로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른 판단"이라고 했는데 이미 정부나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K-방역을 홍보하고 나서지 않았나. 전세계가 우리를 주목한다고. 근데 우리는 다시 확진자 하루 1000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힘들게 노력하고 고민이 많은 건 알겠다만 여당 의원들이 낯부끄럽게 K-방역을 수출해야 한다느니 할 때는 아닌 듯 하다.


백신 확보를 두고는 말이 좀 엇갈렸는데 정리하면


고민정 

“코로나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보다 50배가 넘는 미국 등과 단순 비교해 백신 확보와 접종이 늦어졌다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 백신이라는 게 온라인 쇼핑하듯 구매버튼을 누르면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백신을 계약하고 구매하는 것은 나라 간 비밀협약이어서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들여온다는 것을 쉽게 얘기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12월초에 4300만명 분에 대한 백신 확보를 했다고 말했고, 12월말로 56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이 현재 사실이다. 따라서 백신 확보가 늦어진 게 아니고, 그만큼 오랫동안 정부가 준비를 해 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백신 확보가 가능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황보승희 

“우리나라 국민을 보호하고 하루 빨리 코로나를 종식하려면 백신만이 답이다. 백신 확보를 더 서둘렀어야 했다. 확진자 수가 적어서 백신을 늦게 맞아도 된다는 발언 역시 위험하다. 지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최근 대구에서 헬스장 경영하던 관장이 (경제난으로)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빨리 코로나를 종식시키는 일이 필요하고 백신이 유일한 답인 만큼 정부는 백신 확보를 더 서둘러야했다”


원희룡 

외국 백신 회사들이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한 우리나라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고 싶어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좋게 말하면 K방역에 여유를 부린 것이고 나쁘게 보면 느긋했던 것”



사실 정부가 물밑에서 어떻게 준비해왔든 주변국과 비교할때 백신 확보 속도가 늦었던 건 팩트인 것 같다. 근데 문제는 확보보다 접종 시기인데,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전국민 백신을 들여왔지만 임상시험 때문에 아직 접종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와 비슷하게 2월좀 지나서부터 접종이 가능할 듯 싶은데 접종 시기로 따지면 우리가 늦었다고만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여야는 서로를 공격하기좋은 기준으로 얘기하니까 애매하겠다만..


나는 그런 측면에서 고민정 의원의 말에 좀 공감이갔다. "여야가 현재 상황에 대해 서로 공방을 벌이는거는 무의미하다. 앞으로 준비하는게 필요하다"는 것. 다만 그 말 직후에 또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국가 다섯 곳 가운데 하나다.. 이런식으로 약팔이 하셔서 좀 거슬렸다. 우리 잘하고 있다는 말좀 그만하세요. 묵묵히 가만히 있어도 국민들이 다 알아주니까 생색좀 그만내시라고.


2.. 의료진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 문제


이 부분이 좀 재미 있었다. 지난해 의사들 집단파업 당시 정부와 여당은 국시 응시 기회를 박탈하며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힘 자랑을 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의료진 부족이 우려되니까 슬그머니 말을 바꿔 응시를 하도록 했다. 이재명 지사와 원희룡 지사는 이를 언급하며 시험을 보게 하면 안된다고 했다. 반면 고민정 의원은 "의대생들이 영원히 국시 안보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바뀐 정부 정책을 옹호했고 황보승희 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미묘한 차이점이 읽혔던 게 이재명은 본인이 원래 밝히던 얘기를 했다. 일반 노동자들애게 주지 않는 혜택을 의사라는 특권층에만 부여하는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을 했던 이재명의 경험이 반영된 의견이다. 원희룡은 여당과 정부가 말을 바꾼 것을 두고 원칙을 깼다며 비판했다. 원칙론이다. 그러면서 "처리해야 할 큰 문제가 있고, 급한문제가 있는데 이를 섞어서 하다보니 집단행동에대한 일관된 기준을 댈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했다. 고민정은 여당과 정부 입장을 그냥 대변했고, 황보승희는 이부분에 대한 공부가 별로 없었는지 특이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여와 야로 빤하게 나뉘지 않고 패널들이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맞춰 대답해서 재미있는 파트였다. 


3. 재난지원금을 통한 코로나 불평등 해소 문제


평소 이재명 경기지사가 보편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조해온 사람이라 기대가 되는 토론 주제였다. 곱씹어볼 발언들이 많았다. 큰 줄기는 두 가지였다. 목적에 따라 지급이 나뉘는데, 전국민에게 돈을 줘서 소비를 진작하게 하는 것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코로나로 피해를 많이 본 계층에 선별적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것. 복지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계속돼온 보편적 복지-선별적 복지 논란과 비슷하면서도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논의의 결이 좀 달라진 거 같은 느낌도 든다. 이재명 지사 얘기가 좀 들어볼 만한 게 있었다.



이재명

"코로나가 곧 끝날거 같으면 경제를 신속히 정상화하는 방안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근데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아무리 빨라도 올 가을이다. 정부가 재정을 지출할때 고려하는 두가지 목표가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하는 지출과 경제를 조정하기위한 지출이 있다. 두가지 정책을 나누기 보다 복지와 경제를 동시에 달성해야한다(내 생각 - 이 부분에서 소득주도성장 느낌도 났다)" 


이재명 지사는 계속 전국민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챙기는 건 좋은데 자영업 조차도 할 수 없는 더 어려운 계층이 코로나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사업자 등록을 하지 못한 노점, 치킨집에서 해고된 사람 등. 정말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선별의 문제도 있고. 전체적 복지 지출 파이가 커져야 코로나로 인한 국민 생활고를 고칠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거였다. 맞는 말이다.


원희룡의 반론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것도 맞는 말이라서 누가 틀렸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원희룡

"국세청 매출을 보면 선별 할수 있다. 정부가 충분히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나눌 수 있다. 여기에는 이재명 지사가 말슴하신 고용보험에도 못들어있는 프리랜서, 일자리 취직도 못해본 구직자들도 포함된다. 현재는 코로나 야전응급 상황이다. 중상입은 사람에게 충분히 자원을 투입해서 살려놓고 나머지 소비 진작하는 비용은 나중에 지불해야 한다. 소비진작은 코로나를 빨리 잡으면 알아서 된다. 한꺼번에 여러개를 동시에 하려고 하면 안된다. 어차피 영업제한 때문에 소비쿠폰 줘봤자 지금 쓸 수도 없다. 헬스장 노래방 전부 위헌소송내고 있다. 정당한 보상하도록 되어있는데 감염병 예방법에 근거가 없어서 피해간다. 국가가 강제하고 정책협조하느라고 생존위기 처한사람도 충분히 지원 못하면서 소비진작한다고 하면 국가 재정용도에 적절치 않다. 그러니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 많이 지원하고 전국민 지급(소비진작 차원)은 미뤄야 한다" 

     

황보승희

"국가부채 40%를 넘는 지출은 위험하다. 코로나 상황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시 써야하는 목적예비비를 70%이상 가져왔다. 돈을 더 쓰려면 부채를 발행하든지 해야 한다. 예비비 예산을 다 가지고와서 긴급한 상황에 대응 못할 수도 있다. 전국민에게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은 실제 소비진작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통계가 있다. 지역화폐로 했을 때 효과 늘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카드 매출 돈을 얼마나 썼느냐로 보면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위기상황이 되니까 실제 저축하는데 썼다. 낙수효과가 있어서 자영업자에게 수입이 되지 못했다."


고민정 

"저를 포함한 네 패널 모두 국민에게 충분히 줘야 한다고 동의하고 있다.어느 시기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지는 좀더 논의해야 한다."     



4.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사면론 관련


나는 원희룡 지사 얘기에 가장 공감이 갔다. 사회통합을 할거면 왜 하필 두 전직 대통령 사면부터 시작하느냐는 것. 조국, 그리고 윤석열 사태 국면에서 대한민국은 두개로 쪼개졌다. 건전한 의견 대립이 아니고 아예 대화와 소통의 가능성이 차단되고 상대방을 매국노로 폄하하며 죽일듯이 미워하는 단절의 국면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진정성있게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지 선거를 앞두고 던지듯이 사면론을 꺼내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120% 공감한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사면의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정치적 측면에서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고 정치인 사면은 통치행위에 가깝다.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결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마 대선 라이벌인 이낙연 대표를 자극하지 않는 모양새로 가려는 듯 하다.




토론에선 부동산 얘기도 좀 나왔는데 10분밖에 안 되어서 그냥 평은 하지 않겠다. 


이번 토론은 간만에 정책 토론이 된 것 같다. 역시 토론의 달인인 이재명 지사는 노련하게 토론을 이끌었고, 원희룡 지사는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와 신뢰감을 주는 말투, 자신이 몸담은 진영보다 자신의 얘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고민정 의원과 황보승희 의원은 당을 대변하는 부분에선 좀 아쉬었지만 관련 사안 공부를 많이 하고 나온 티가 났다. 초선이니 계속 경험하며 더 성장할 거라고 본다.


간만에 민망하지 않은 토론이었다. 누가 이기고 졌다는 느낌이 안 들었고, 각 진영의 발언 시간도 비슷했으며, 의견이 달랐지만 또 일치하는 부분도 많았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치고 박고 하는 재미는 없었지만 주제에 맞지 않게 뻘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보기 편했다. 그렇다고 유의미한 논의가 없었던건 아니었다. 결국 세상사 만고불변의 진리는 없고 희소한 자원을 가지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설득해 모두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이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제도를 만들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공직자와 위정자, 국회의원들의 의무일 텐데 국회에서도 이번 신년토론과 같이 치열하지만 품격있는 토론을 통해 코로나 사태를 잘 마무리할 좋은 법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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