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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Mar 07. 2021

너는 누구 편이니?

참여연대와 민변, 그리고 LH 사태


최근 한 여권 인사와 만났는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얘기가 나왔다. 그는 의혹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서운하다고 했다. 두 가지 논리였는데, 국민의힘과 야권 쪽도 파보면 부동산 비위가 많을 텐데 왜 하지 않느냐는 것. 또 하나는 우리편인줄 알았는데 사전에 언질도 없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달여 앞둔 지금 굳이 발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거였다. 아, 그렇군요 하고 말았다.


아직도 정치권에선 편 문화가 횡행하고 있다고 다시한번 느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진보진영, 소위 우리편이니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 안 된다는 것. 비판을 해도 수위를 낮추거나 해야 한다는 것. 대신 남의 편 혹은 적인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을 더 신랄히 까야한다는 것. 예전에도 썼지만 운동권들이 대체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독재와 싸우다보니 대의를 이루기 위해 우리의 소는 조용히 넘어가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4차산업혁명 시대인 요새도 참 사라지지 않는구나, 싶었다. 대와 소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데?




민주당이 7일 낸 논평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의힘을 향한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 논평은 이랬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제기된 부동산 및 건설 부정부패 의혹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부동산 적폐 청산에 함께해주기 바란다. 이낙연 대표 역시 민주당 윤리감찰단에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부동산 적폐 청산을 위해 국민의힘의 초당적 협조를 구한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 그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정치권부터 부동산 적폐 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초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국토부 간사 지위를 활용해 수천억대 공사를 수주한 혐의를 받다가 탈당한 박덕흠 의원, 가족 건설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전봉민 의원, 가족 건설회사 인허가 특혜 의혹의 이주환 의원, 부동산 관련 셀프 세금감면법을 발의한 의혹을 받는 강기윤 의원 등에게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공당의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국민의힘 측에도 부동산 비위가 있다면 명명백백히 밝혀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치솟는 부동산을 잡기 위한 부동산 공급책을 총괄하고 있는 LH 직원들이 지 배 불리자고 공적 정보를 도둑질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에 민감한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열심히 반까이하고 조사하고 하기도 모자랄 판에 물타기 작전을 쓰는 민주당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편가르기로 풀릴 만한 가벼운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사실 따져보면 참여연대와 민변은 민주당 편이 아니다. 두 단체는 진보적인 가치를 주창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약자를 위해 뛰어왔다.


참여연대는 2000년 16대 총선 당시 부패 전력이 있거나 한 총선 출마자를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펼쳤다. 사법개혁운동, 1988년 재벌 개혁을 위한 소액주주운동, 2001년 이동통신 요금 인하운동, 2010년 반값 등록금운동, 2016년 가습기 피해 관련 징벌적 배상법안 청원운동 등을 통해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어려운 이를 향한 갖가지 캠페인을 벌여왔다. 민변도 마찬가지다. 군사정권 이후 시국사건, 흡연 피해자 집단소송, 일본국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사안마다 법률 지원 활동을 해 왔다.


물론 이번 정권들어 두 단체는 어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두 단체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정부를 비판하는 수위가 많이 약해졌다. 이번 정부가 이전 정권들에 비해 일을 잘하고 도덕성이 뛰어나서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변 사람들이 정부 혹은 정권 사람들과 안면이 있고, 정권의 요직을 맡은 이유도 있을 터다.



실제로 문재인 청와대의 정책실장은 참여연대 출신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세 사람이 대를 이어 맡았다. 비서관·행정관도 참여연대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김연철 통일장관을 비롯해 행정부에도 요직을 꿰찼다. 오죽하면 ‘만사참통(모든 인사는 참여연대로 통한다)’이라는 용어까지 유행했을까. 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이석태 변호사는 각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권력기관 개혁을 당부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도 민변 출신이다. 그러니 민주당 혹은 이번정부 사람들이 참여연대와 민변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우리와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랬던 두 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선거를 한달 앞둔 상황에서 어찌보면 민주당과 현 정부에 엄청난 악재가 될 수 있는 사안을 분연하게 밝혔다. 정치와 선거 등에 눈치보지 않고, 어느 정파에 따르지 않고, 정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과 비위, 올바르지 않은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직도 편을 가르고 사상을 검증하고, 출신 지역을 따져서 피아를 식별하는 운동권 문화가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민변과 참여연대의 결의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참여연대의 한 인사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두 단체를 오해했던 나부터가 반성하고, 앞으로도 편 가르기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사회분위기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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